수시와 정시가 합쳐진다는 말, 어디까지 사실일까요
"수시랑 정시가 사실상 합쳐진대요." 이 말을 들으면 원서를 한 번에 내는 건가, 시험이 하나로 줄어드는 건가 싶어져요. 그렇지는 않아요. 새 대입에서도 수시와 정시는 원서 접수 시기도, 지원 횟수 제한도 따로예요. 수시 원서는 고3 9월, 정시 원서는 이듬해 1월에 받는 틀이 그대로예요. 제도로서의 통합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통합이라는 말이 나올까요. 두 전형이 학생을 평가하는 재료가 점점 비슷해지고 있어서예요. 수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수능을 쓰고, 정시는 일부 대학에서 학생부를 써요. 재료가 섞이니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두 전형이 하나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제도는 따로, 준비는 하나
이 차이를 분명히 해 두면 전략이 쉬워져요. 원서를 쓰는 단계에서는 수시와 정시가 분명히 나뉘어요. 수시에 합격하면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정시에 지원할 수 없다는 규칙도 그대로예요. 그래서 수시 원서를 어디에 쓰느냐는 여전히 정시 기회와 맞바꾸는 선택이에요.
반면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두 전형을 나눠 생각하기 어려워졌어요. 수시를 노려도 수능 공부가 필요하고, 정시를 노려도 학생부를 놓으면 안 되는 대학이 생겼으니까요. 준비는 하나로, 지원은 둘로. 이게 통합이라는 말을 현실적으로 해석한 모습이에요.
지원 전략의 출발점은 내 위치예요
그럼 전략은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요.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을 나란히 놓고 보는 데서 시작해요. 두 성적이 비슷한 위치를 가리키는지, 한쪽이 확연히 나은지를 확인하는 거예요.
내신이 모의고사보다 확실히 좋다면 수시가 주 무대예요. 이때 수능은 최저 기준을 넘기는 수준을 목표로 두면 돼요. 모의고사가 내신보다 확실히 좋다면 정시를 주 무대로 두되, 수시는 최저 기준이 높아 실질 경쟁률이 낮아지는 전형이나 논술 같은 길을 함께 살펴보는 게 좋아요. 두 성적이 비슷하다면 선택지가 가장 넓어요. 수시에서 소신 지원을 하고, 정시를 든든한 뒷받침으로 두는 구성이 가능해요.
대학별로 다른 섞임 비율 읽기
대학마다 수시와 정시에서 수능과 학생부를 섞는 비율이 달라요. 어떤 대학은 정시를 수능 100%로 유지하고, 어떤 대학은 정시에 학생부를 일부 넣어요. 서울대는 정시에서 교과평가를 하고, 정시를 수능만 보는 유형과 학생부를 일부 더하는 유형으로 나누는 대학도 있어요. 정확한 방식은 해당 대학 모집요강에서 확인해 주세요.
수시도 마찬가지예요. 같은 교과전형이라도 수능 최저가 있는 곳과 없는 곳, 서류를 함께 보는 곳과 등급만 보는 곳이 있어요. 지원 전략을 짤 때는 대학 이름보다 이 섞임 비율을 먼저 확인하는 게 좋아요. 내 성적 구조와 잘 맞는 섞임 비율을 가진 대학이 나에게 유리한 대학이에요.
시기별로 무게 중심을 옮겨 가요
고1, 고2 때는 수시와 정시 준비를 거의 같은 비중으로 가져가요. 학교 공부가 곧 수능 기초이기 때문이에요. 고2 겨울에는 두 성적을 비교해 무게 중심을 정하고, 고3 1학기에는 내신 마지막 학기와 수능 실전 준비를 함께 돌려요. 하반기 모의평가가 8월 말로 당겨졌으니, 그 결과를 보고 수시 원서 구성을 마지막으로 다듬으면 돼요.
여기서 많은 학생이 빠지는 함정이 있어요. 수시와 정시를 모두 준비한다면서 사실은 둘 다 어정쩡하게 하는 경우예요. 내신 기간에는 내신만, 모의고사 직전에는 수능만 하다 보니 어느 쪽도 깊어지지 않는 거죠. 준비는 하나라는 말은 같은 개념을 두 가지 형식으로 연습한다는 뜻이에요. 교과서로 개념을 다지고, 그 개념을 내신 문제와 수능 문제에 번갈아 적용해 보는 방식이 둘을 동시에 키워요.
원서 단계에서는 반대로 분명하게 나눠야 해요. 수시 여섯 장 각각이 정시 기회와 어떤 관계인지 따져 보고, 정시에서 갈 수 있는 대학보다 낮은 곳에 수시를 쓰지 않는 게 기본 원칙이에요.
오늘 그려 볼 두 줄
오늘은 종이 한 장에 두 줄을 그어 보세요. 한 줄에는 지난 학기 내신 평균을, 다른 줄에는 최근 모의고사 성적을 적는 거예요. 두 숫자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 보는 것, 그게 수시와 정시가 섞인 시대의 지원 전략이 출발하는 자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