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준 몇백 문제 푼 고2, SW 전형은 따 놓은 당상일까요?
"선생님, 저 파이썬으로 게임도 만들었고 백준 문제도 몇백 개 풀었어요. 그럼 SW 전형은 되는 거죠?" 고2 2학기쯤 진로 상담을 하면 이런 질문을 꼭 한 번은 들어요. 대답은 조금 김이 빠질 수 있어요. 코딩 실력은 분명 도움이 되지만, 그것만으로 합격이 정해지지는 않아요.
SW나 AI 인재를 뽑는 전형은 대부분 학생부종합전형의 한 갈래예요. 학생부종합은 학교생활기록부, 그러니까 학교 안에서 3년 동안 남긴 기록을 읽고 평가하는 방식이에요. 집에서 혼자 쌓은 실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기록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 평가하는 사람은 그걸 볼 방법이 없어요.
이름은 달라도 대학이 묻는 건 비슷해요
대학마다 전형 이름은 제각각이에요. SW 특기자, 소프트웨어 인재, AI 융합 인재처럼 부르기도 하고, 따로 이름 없이 일반 종합전형 안에서 관련 학과를 뽑기도 해요. 선발 방식도 서류만 보는 곳, 서류 뒤에 면접을 보는 곳, 활동 보고서나 별도 자료를 받는 곳이 섞여 있어요. 그래서 이 전형을 생각한다면 고2 겨울에 관심 대학 두세 곳의 모집요강을 직접 열어 보는 게 출발점이에요.
이름은 달라도 대학이 알고 싶어 하는 건 대개 세 가지로 모여요. 이 학생이 수학과 정보 과목의 기초를 제대로 갖췄는지,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거나 풀어 보면서 생각하는 힘을 썼는지, 그리고 그 과정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설명할 줄 아는지예요.
모집 인원이 적다는 점도 알고 시작하는 게 좋아요. 별도 이름이 붙은 SW·AI 전형은 한 학과에서 몇 명 정도만 뽑는 경우가 흔해요. 그래서 이 전형 하나만 보고 수시 원서를 채우기보다는, 같은 학과를 일반 종합전형이나 교과전형으로도 함께 넣을 수 있게 성적을 관리해 두는 편이 안전해요. 정확한 인원과 선발 단계는 해마다 바뀔 수 있으니 지원하는 해의 모집요강을 기준으로 보세요.
코딩 실력보다 먼저 보는 것
의외로 많은 학생이 놓치는 부분이 수학이에요. 인공지능이든 소프트웨어든 대학에 들어가면 선형대수, 확률, 이산수학 같은 과목을 피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평가하는 쪽에서는 화려한 프로젝트보다 수학 교과 성적과 세특을 먼저 펼쳐 보는 경우가 많아요. 세특은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선생님이 수업 시간의 모습을 적어 주는 칸이에요.
정보 과목도 마찬가지예요. 학교에서 정보나 인공지능 관련 과목을 열어 준다면 꼭 듣고, 그 수업에서 어떤 질문을 했는지가 남도록 하는 편이 좋아요. 반대로 학교에 그런 과목이 없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공동교육과정이나 온라인 수업을 찾아보면 되고, 그것도 어렵다면 수학과 과학 시간에 데이터를 다뤄 본 경험으로도 충분히 방향을 보여 줄 수 있어요.
집에서 만든 앱이 기록이 되려면
어떤 아이는 혼자서 날씨 알림 앱을 만들었어요. 대단한 일이에요. 그런데 이게 학생부에 남으려면 학교라는 통로를 거쳐야 해요. 동아리에서 친구들과 함께 다듬어 본다거나, 수학 수행평가에서 그 앱에 쓴 알고리즘을 설명해 본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학교 밖 대회 수상이나 자격증은 학생부에 적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러니 대회를 준비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생긴 궁금증을 수업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연습을 해 두세요. "대회 문제를 풀다가 시간 복잡도가 궁금해져서 수학 시간에 수열과 연결해 봤다"는 흐름은 기록으로 남을 수 있어요. 대회 이름은 사라져도 그 생각의 흔적은 남는 거예요.
면접에서 자주 드러나는 차이
면접이 있는 대학이라면 여기서 실력 차이가 분명히 보여요. "이 코드를 왜 이렇게 짰나요?" "다른 방법은 없었어요?" 같은 질문이 나오면, 직접 고민해 본 학생은 말이 길어지고 남의 코드를 가져다 쓴 학생은 말이 짧아져요.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 것보다 하나라도 끝까지 설명할 수 있게 만드는 쪽이 훨씬 든든해요.
그리고 면접관이 정말 궁금해하는 건 성공담보다 막혔던 순간이에요. 처음 짠 코드가 왜 느렸는지, 그걸 알아채고 어떻게 바꿨는지, 그때 수학이나 다른 과목에서 배운 무엇이 떠올랐는지. 이런 이야기는 외워서 할 수 없어요. 평소에 프로젝트를 하면서 짧게라도 개발 일지를 써 두면, 면접 전날 그 공책 한 권이 가장 좋은 준비물이 돼요. 친구에게 내 코드를 설명해 보는 연습도 생각보다 많은 걸 드러내 줘요.
고2 겨울방학에 해 볼 만한 일
지금 고2라면 겨울방학에 지난 학생부를 한 번 출력해서 읽어 보세요. 수학과 정보 관련 기록에 내가 직접 생각한 흔적이 있는지, 활동이 이어지는지 끊겨 있는지 보이거든요. 끊긴 곳이 보인다면 고3 1학기에 그 빈칸을 메울 질문 하나를 정해 두면 돼요. 코딩은 그 질문에 답하는 도구일 때 가장 힘이 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