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하고 검정고시로 수능만, 결정 전에 따져 볼 두 가지
고1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면 상담실에 꼭 찾아오는 부모님이 계세요. "애가 자퇴하고 검정고시 본 다음에 수능만 하겠대요." 첫 시험에서 내신이 생각보다 낮게 나오자, 앞으로 남은 학기를 다 망쳤다고 느끼는 거예요.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돼요. 하지만 지금의 대입에서 이 선택은 예전보다 훨씬 신중해야 해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예요. 하나는 정시에서도 학생부를 들여다보는 대학이 생기고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자퇴 후 혼자 공부하는 길이 생각보다 고립되고 길다는 거예요. 둘 다 결정 전에 꼭 짚어 봐야 해요.
정시도 이제 수능 점수만 보는 게 아니에요
예전에는 정시라고 하면 수능 점수 하나로 줄을 세우는 전형이었어요. 그런데 몇몇 대학이 정시에 학생부 평가를 넣기 시작했어요. 서울대는 정시에 교과역량평가를 반영하고 있고, 전공 연계 권장과목을 어떻게 이수했는지도 정시 교과역량평가에서 함께 본다고 밝혔어요. 고등학교에서 어떤 과목을 어떻게 공부했는지가 정시에서도 평가 대상이 되는 거예요.
검정고시 출신은 학생부가 없어서, 이런 대학들은 그 학생들을 평가하는 기준을 따로 정해 둬요. 그 방식은 대학마다 다르고 해마다 바뀔 수 있으니, 관심 대학의 모집요강에서 검정고시 출신자 처리 기준을 반드시 확인해야 해요. 수능만 잘 보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생각은 상위권 대학일수록 맞지 않을 수 있어요.
바뀐 수능 체제도 함께 봐야 해요
새 수능 체제에서는 국어와 수학이 공통 과목으로 바뀌고, 탐구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으로 치러져요. 선택과목이 사라지면서 과목 선택으로 유불리를 노리던 전략은 의미가 줄어들어요. 결국 모든 수험생이 같은 시험지로 겨루게 되고, 재학생과 졸업생 사이의 실력 차이가 그대로 드러나는 구조가 돼요.
수능에 올인하는 자퇴생은 결국 졸업생, 재수생과 같은 시험으로 경쟁하게 돼요. 최근 수능에서는 지원자 가운데 졸업생이 30%를 넘기도 했어요. 수능만 보는 길은 이 사람들과 정면으로 맞붙는 길이에요.
자퇴 후 생활은 생각보다 길어요
자퇴를 결심한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은 대개 이래요. 검정고시를 빨리 끝내고, 남은 시간을 모두 수능에 쓰는 것. 그런데 실제로 학교 밖에서 혼자 공부하는 생활은 생각보다 버티기 어려워요. 시간표가 없고, 함께 공부하는 친구가 없고, 시험이 1년에 한 번뿐이에요. 몇 달이 지나면 하루 공부 시간이 처음 계획보다 크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아이는 자퇴하고 첫 두 달은 독서실에 아침 일찍 나가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런데 여름이 지나면서 일어나는 시간이 조금씩 늦어지고, 친구들이 학교 이야기를 할 때 대화에 끼기 어려워지면서 마음이 가라앉았다고 해요. 혼자 공부하는 생활은 공부 실력만큼 생활을 스스로 붙잡는 힘이 필요해요. 그 힘이 충분한지 미리 냉정하게 따져 보는 게 좋아요.
또 학교를 떠나면 수시에서 지원할 수 있는 길이 크게 좁아져요. 대부분의 수시 전형은 학생부를 기반으로 하고, 검정고시 출신이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은 논술 등 일부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수능 하루에 거는 몫이 훨씬 커지는 셈이에요.
자퇴를 고민할 때 먼저 해 볼 것
첫 시험 한 번으로 남은 학기를 판단하기엔 일러요. 고등학교 내신은 여러 학기가 쌓여서 만들어지고, 대학은 성적의 흐름도 함께 봐요. 1학년 1학기가 낮아도 이후 꾸준히 오르는 성적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읽히기도 해요.
그래서 자퇴를 결정하기 전에 담임 선생님, 진로·진학 담당 선생님과 꼭 이야기해 보세요. 성적이 왜 낮게 나왔는지, 다음 시험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학교 안에서 수능 공부를 병행할 방법은 없는지. 학교 안에 있으면서도 수능 위주로 공부하는 학생은 얼마든지 있어요. 그 학생들은 수시라는 보험을 손에 쥔 채 정시를 준비해요.
부모님께서 먼저 물어봐 주실 것
아이가 자퇴 이야기를 꺼냈다면, 바로 찬성하거나 반대하기보다 "학교에서 제일 힘든 게 뭐야?"라고 먼저 물어봐 주세요. 내신이 문제인지, 친구 관계인지, 학교 분위기인지에 따라 해결 방법이 완전히 달라요. 성적 때문이라면 한 학기만 더 해 보자는 약속도 방법이에요.
오늘 아이와 함께 관심 대학 한 곳의 정시 모집요강을 열어 보세요. 학생부를 보는지, 검정고시 출신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 한 페이지가 자퇴라는 큰 결정을 훨씬 냉정하게 바라보게 해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