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모평 등급이 내려가는 이유, 졸업생과 같은 시험지
고3 교실에서 6월 모의평가 성적표를 나눠 주는 날은 분위기가 확 가라앉아요. 3월 학력평가 때보다 등급이 한두 칸씩 내려간 학생이 많거든요. 아이들 실력이 갑자기 떨어진 게 아니에요. 6월부터는 졸업생, 흔히 N수생이라고 부르는 수험생들이 시험에 함께 들어오기 때문이에요.
정시가 재학생에게 어렵다는 말은 이 장면에서 시작돼요. 수능은 재학생과 졸업생이 똑같은 시험지로 겨루는 시험이에요. 그리고 상위 등급으로 갈수록 졸업생이 차지하는 몫이 재학생에 비해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요. 최근 수능에서는 원서를 낸 사람 가운데 졸업생 비율이 30%를 넘기도 했어요.
졸업생이 상위권에 강한 이유
졸업생은 이미 수능을 한 번 이상 경험한 사람들이에요. 시험 당일의 긴장, 시간 배분, 자신의 약점을 몸으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1년 동안 내신이나 학교 활동 없이 수능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다시 도전하는 경우가 많아서 애초에 실력이 높은 집단이기도 하고요.
반면 재학생은 같은 시기에 내신 시험, 수행평가, 학생부 활동, 수시 원서 준비까지 함께 해야 해요. 수능만 놓고 보면 공부 시간에서부터 차이가 생겨요. 이 차이가 상위 등급에서 졸업생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예요.
숫자보다 구조를 먼저 이해해요
수능 1등급 가운데 졸업생이 재학생보다 몇 배 많다는 식의 이야기가 해마다 오르내려요. 정확한 숫자는 해마다, 과목마다 다르고, 계산 방식에 따라서도 달라져요. 그래서 숫자 자체보다 구조를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해요. 정시라는 경기장에는 나보다 준비 시간이 더 많았던 사람들이 함께 서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들은 주로 상위권에 몰려 있다는 것이에요.
이걸 알면 재학생이 정시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요. "정시로 가면 되지"라는 말이 생각보다 무거운 말이라는 걸 깨닫게 되거든요.
수능 원서 접수 결과를 보면 졸업생만 십수만 명에 이르는 해가 많아요. 이 가운데 상당수가 지난해에 이미 수능을 치렀고,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해 다시 도전하는 사람들이에요. 목표가 분명하고 실패의 경험까지 공부의 재료로 삼은 수험생들이죠. 재학생이 3월 학력평가 성적만 보고 정시를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어요.
그래서 재학생에게 수시가 먼저예요
수시는 졸업생과 재학생이 겨루는 방식이 달라요.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졸업생도 지원할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재학 중 쌓은 기록으로 평가받아요. 재학생이 학교생활에서 가진 이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곳이 수시예요. 3년 동안 수업 시간에 남긴 기록은 졸업생이 1년 만에 다시 만들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재학생에게 권하는 기본 전략은 수시를 중심에 두고 정시를 안전망으로 두는 거예요. 다만 수시 원서 상당수가 수능 최저를 요구하니, 수능 공부를 놓을 수는 없어요. 정시에서 이기기 위한 수능이 아니라, 수시 최저를 맞추고 정시라는 마지막 문을 열어 두기 위한 수능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져요.
그래도 정시를 노린다면
모의고사 성적이 꾸준히 높고 수능 중심 공부가 잘 맞는 재학생이라면 정시도 충분히 도전할 만해요. 이때 기준으로 삼을 성적은 3월이나 4월 학력평가가 아니라, 졸업생이 함께 본 6월과 9월 모의평가예요. 이 두 시험의 성적이 정시에서 내 위치에 더 가까워요. 그마저도 수능 당일에는 6월, 9월에 응시하지 않았던 졸업생까지 더해진다는 걸 감안해 조금 보수적으로 읽는 게 좋아요.
그리고 재학생이 가진 강점도 있어요. 학교라는 규칙적인 생활 리듬,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 모르는 걸 바로 물어볼 수 있는 선생님이에요. 이 강점을 수능 공부에 최대한 활용하세요. 수업 시간에 다룬 내용을 그날 바로 수능 기출과 연결해 보는 습관이 쌓이면, 졸업생과의 시간 차이를 꽤 줄일 수 있어요.
6월 성적표를 받은 날 해 볼 일
고3이라면 6월 모의평가 성적표를 3월 성적표 옆에 놓고, 등급이 얼마나 내려왔는지 보세요. 내려온 폭이 졸업생이 들어오면서 생긴 내 진짜 위치예요. 그 위치에서 정시로 갈 수 있는 대학을 대략 그려 보고, 수시 원서는 그보다 위로 쓰는 계산을 시작하면 돼요. 고2라면 그 장면을 미리 알고 1년을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앞서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