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15번, 기다려 볼 만한지 가늠하는 세 가지 단서
정시 합격자 발표가 나고 며칠 뒤, 교무실 전화가 바빠지는 시기가 있어요. "예비 15번인데 가능성 있을까요?" 같은 질문이 쏟아지죠. 솔직히 말하면 이 질문에 정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다만 그 학과가 해마다 추가합격을 얼마나 돌리는 곳인지, 왜 그런지를 알면 기다림의 무게가 꽤 달라져요.
추가합격이 얼마나 나오는지는 운이 아니라 구조에서 많이 결정돼요. 크게 보면 세 가지예요. 어느 모집군에 있는지, 그 학과에 붙은 학생이 다른 어디에 함께 붙는지, 그리고 모집 인원이 몇 명인지. 이 세 가지만 읽어도 예비 번호를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충원율이라는 말부터 풀어 볼게요
충원율은 처음 뽑기로 한 인원 대비 추가합격으로 채운 인원의 비율이에요. 열 명을 뽑는 학과에서 최초 합격자 중 열 명이 모두 다른 대학으로 가 버려서 예비 번호로 열 명을 더 불렀다면 충원율은 100%가 되는 식이죠. 이 숫자가 높을수록 최초 합격선보다 아래 점수에서도 합격자가 나왔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충원율은 입결 자료를 볼 때 경쟁률보다 더 쓸모 있을 때가 많아요. 경쟁률이 높아도 충원율이 높은 학과는 생각보다 문이 넓고, 경쟁률이 낮아도 충원율이 낮은 학과는 생각보다 단단해요. 지난 몇 년 자료가 대학 입학처나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공개되어 있으니, 관심 학과는 직접 찾아 비교해 보세요.
첫 번째, 모집군의 자리
정시는 가군, 나군, 다군에서 한 장씩 원서를 써요. 학생들은 대체로 가장 가고 싶은 대학을 가군이나 나군에 두고, 다군은 상황에 따라 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다군 대학은 합격자가 가군이나 나군의 다른 대학으로 빠져나가는 일이 잦아요. 다군 학과의 충원율이 높게 나오는 일이 흔한 이유예요.
같은 이유로, 상위권 대학이 많이 몰려 있는 군에서 그보다 조금 아래 수준의 대학은 합격자를 빼앗기기 쉬워요. 내가 쓰려는 학과의 같은 군에 어떤 대학이 함께 있는지, 다른 군에는 어떤 대학이 있는지를 함께 보면 충원 흐름이 조금 보이기 시작해요.
두 번째, 합격자가 함께 붙는 곳
이 학과에 붙은 학생들이 다른 군에서 어디에 붙었을지를 상상해 보세요. 예를 들어 어떤 공대 학과의 합격자 다수가 다른 군에서 의약학 계열이나 더 선호하는 대학에도 함께 붙는다면, 그 학과는 등록 포기가 많을 수밖에 없어요. 반대로 그 학과 자체가 해당 점수대에서 가장 선호되는 선택지라면, 붙은 학생 대부분이 그대로 등록하니 충원이 거의 돌지 않아요.
그래서 같은 대학 안에서도 학과마다 충원율이 크게 차이 나요. 대학 이름만 보고 "여기는 추합이 많이 돈대"라고 말하는 건 반쯤만 맞는 말이에요. 학과 단위로, 그리고 그 학과와 겹치는 경쟁 학과가 무엇인지까지 봐야 해요.
세 번째, 모집 인원의 크기
모집 인원이 적은 학과는 충원율이 크게 흔들려요. 다섯 명 뽑는 학과에서 한 해에 두 명이 빠지면 40%, 다음 해에 여섯 명이 빠지면 120%가 되죠. 숫자만 보면 엄청난 변화 같지만 실제로는 몇 명 차이예요. 그래서 작은 학과의 충원율은 한 해만 보고 판단하면 위험하고, 여러 해를 겹쳐 놓고 평균적인 흐름을 보는 게 맞아요.
반대로 모집 인원이 많은 학과는 해마다 충원율이 비교적 고르게 나오는 편이에요. 예측이 쉬운 대신, 큰 반전도 잘 없어요. 내가 받은 예비 번호를 해석할 때는 번호 자체보다 모집 인원 대비 몇 번째인지를 먼저 계산해 보세요.
예를 들어 같은 예비 12번이라도 세 명 뽑는 학과의 12번과 서른 명 뽑는 학과의 12번은 의미가 완전히 달라요. 앞의 경우는 모집 인원의 네 배를 돌아야 차례가 오고, 뒤의 경우는 모집 인원의 절반도 안 되는 거리예요. 지난해 충원율을 여기에 겹쳐 보면 대략 어느 정도 거리에 서 있는지 감이 잡혀요. 물론 이건 어림이지 약속이 아니에요. 그래도 막연하게 불안해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요.
올해도 같은 일이 생길까요
충원율은 지난해의 결과일 뿐이에요. 모집군이 바뀌거나, 모집 인원이 늘고 줄거나, 경쟁 대학의 전형이 달라지면 흐름도 바뀌어요. 지난해 충원율이 높았다는 소문에 학생들이 몰리면, 오히려 그해에는 합격선이 올라가 버리는 일도 있어요. 숫자는 출발점으로만 쓰고, 올해 달라진 점을 그 위에 얹어 생각해야 해요.
원서를 쓰기 전에 관심 학과 세 곳만 골라서, 최근 몇 년의 모집 인원과 충원 인원을 나란히 적어 보세요. 직접 손으로 적어 본 숫자는 남이 말해 주는 "추합 많이 돈대"보다 훨씬 믿을 만한 기준이 되어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