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원서 낸 뒤 고3 2학기 성적, 정시에 찍혀요
10월 중순, 고3 교실에 들어가 보면 교과서 대신 수능 문제집만 펼쳐 놓은 책상이 대부분이에요. 수시 원서는 이미 냈고, 수시에 들어가는 학생부는 3학년 1학기까지라 2학기 시험은 대입과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데 정시를 바라보는 학생이라면 그 생각을 한 번 다시 해 봐야 해요.
정시는 수능 성적이 나온 뒤 겨울에 원서를 내요. 그래서 정시에 쓰이는 학생부는 수시보다 늦은 시점을 기준으로 만들어지고, 정시에서 학생부를 반영하는 대학 가운데에는 3학년 2학기 성적과 기록까지 평가에 넣는 곳이 있어요. 수시용으로는 끝난 학기가 정시용으로는 아직 진행 중인 셈이에요. 지금 내가 버리려는 2학기 중간고사가 정시 원서에 그대로 찍혀 나갈 수 있다는 뜻이에요.
정시에서 학생부를 보는 대학이 늘고 있어요
예전에는 정시를 수능 점수 100%로 뽑는 대학이 대부분이었어요. 지금도 그런 대학이 많지만, 정시에서 학생부를 함께 보는 대학이 하나둘 늘어 왔어요. 교과 성적을 점수로 넣는 곳도 있고, 학생부를 읽고 학업 태도나 교과 이수를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곳도 있어요. 교육대학이나 일부 사범계열처럼 원래부터 학생부를 반영해 온 곳도 있고요.
이렇게 학생부를 보는 대학이 어느 학기까지 반영하는지는 대학마다 달라요. 그래서 지원을 고민하는 대학의 정시 모집요강에서 학생부 반영 방법과 반영 학기를 꼭 확인해야 해요. 3학년 2학기까지 들어간다고 적혀 있다면, 지금 치르는 시험이 그대로 평가 자료가 돼요.
점수보다 더 눈에 띄는 것
학생부를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대학이라면 점수보다 기록이 더 중요할 수 있어요. 2학기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칸이 텅 비어 있거나, "수업 참여가 소극적임"처럼 적혀 있으면 읽는 사람 눈에 바로 들어와요. 반대로 마지막 학기까지 수업에 성실하게 참여한 흔적이 남아 있으면, 이 학생이 대학에 와서도 공부를 이어 갈 사람이라는 인상을 줘요.
선생님 입장에서도 2학기 기록은 쓰기 어려운 부분이에요. 학생이 수업 시간에 고개를 숙이고 다른 공부만 하면 적을 내용이 없거든요. 수업 중 질문 하나, 과제 하나만 제대로 해도 기록할 거리가 생겨요.
예를 들어 문학 시간에 수능 지문으로 나왔던 작품을 다시 읽으며 다른 해석을 하나 덧붙여 말해 본 학생이 있다고 해 볼게요. 대단한 탐구가 아니어도 선생님은 그 장면을 기억하고, 그게 한 줄의 기록이 돼요.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에게 그 한 줄은 수능 성적표만으로는 보여 줄 수 없는 모습, 그러니까 끝까지 수업 안에 있었던 학생이라는 증거예요. 학생부를 읽는 사람은 그런 증거를 꽤 반가워해요.
수능 공부와 2학기 수업은 싸우지 않아요
2학기 수업을 챙기라고 하면 수능 공부 시간이 줄어들까 걱정하는 학생이 많아요. 그런데 고3 2학기 수업 상당수는 수능 대비 문제 풀이나 개념 정리로 진행돼요. 수업을 그냥 흘려보내고 자습 시간에 같은 내용을 혼자 다시 보는 것보다, 수업에서 한 번 제대로 듣는 쪽이 시간을 아끼는 경우가 많아요.
시험도 마찬가지예요. 2학기 지필평가 범위는 대체로 수능 범위 안에 있어요. 시험 대비를 수능 복습의 한 과정으로 생각하면 부담이 훨씬 줄어요. 수행평가 역시 짧게 끝낼 수 있는 과제가 많으니, 미루지 말고 그날 처리하는 습관이 도움이 돼요. 미뤄 둔 과제는 수능 직전 주에 한꺼번에 몰려와 마음을 어지럽히거든요.
출결도 끝까지 남아요
2학기에 생각보다 많이 흔들리는 게 출결이에요. 수능이 끝나면 학교에 오는 의미를 잃어버리는 학생이 생기죠. 하지만 출결 기록도 학생부의 일부이고, 정시에서 학생부를 보는 대학이라면 이 부분도 함께 읽힐 수 있어요. 미인정 결석이나 지각이 마지막 학기에 몰려 있으면 아쉬운 인상을 남겨요.
부모님께서도 수능 뒤에 "이제 학교는 대충 가도 되지?"라는 말이 나오면, 정시 원서를 다 쓸 때까지는 학생부가 아직 열려 있다는 걸 한 번 짚어 주세요. 꾸중보다 사실을 알려 주는 말투가 아이에게 훨씬 잘 들어가요.
이번 주에 할 일 하나
지원을 생각하는 대학 두세 곳의 정시 모집요강을 열어 학생부 반영 여부와 반영 학기만 확인해 보세요. 반영하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수능에 집중하면 되고, 반영한다면 다가오는 2학기 시험 범위를 수능 복습 계획 안에 끼워 넣으면 돼요. 확인하는 데 드는 시간은 십 분이지만, 그 십 분이 마지막 학기를 대하는 태도를 바꿔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