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시 '탐구가 승부처'라는 말은 어디서 왔을까
서울대 정시를 노리는 학생들 사이에서 해마다 비슷한 말이 돌아요. "올해는 탐구가 승부처래." 듣는 순간 마음이 급해지죠. 남은 시간을 국어와 수학에서 탐구로 옮겨야 하나 싶고요. 그런데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탐구의 힘이 왜 커졌다고 하는지부터 따져 볼 필요가 있어요.
탐구 영향력이 커졌다는 말은 대부분 대학이 탐구 반영 비율을 갑자기 올렸다는 뜻이 아니에요. 국어와 수학에서 상위권 학생들의 점수가 촘촘하게 몰리면, 그 사이를 가르는 일이 상대적으로 탐구 쪽으로 넘어간다는 이야기에 가까워요. 비율은 그대로인데 차이를 만드는 자리가 옮겨 간 거예요.
점수가 몰리면 다른 곳이 갈라요
서울대 정시 지원자들은 대부분 국어와 수학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요. 그해 국어나 수학이 평이하게 나와 상위권 점수가 비슷비슷해지면, 이 두 과목으로는 지원자들 사이를 크게 가를 수 없어요. 이럴 때 탐구 두 과목의 작은 차이가 순위를 정하는 역할을 맡게 돼요.
반대로 국어나 수학이 매우 어렵게 나온 해에는 그 과목에서 큰 점수 차가 생기고, 탐구의 상대적인 힘은 줄어들어요. 그러니까 탐구 영향력이 커졌다는 말은 늘 성립하는 법칙이 아니라, 그해 시험이 어떻게 나왔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이에요. 수능을 보기 전에는 누구도 확실히 말할 수 없어요.
탐구에는 이런 성격도 있어요. 과목마다 응시 집단과 난도가 달라서, 같은 실수 하나가 어떤 과목에서는 등급 하나를, 어떤 과목에서는 거의 아무것도 바꾸지 않아요. 상위권 학생일수록 탐구에서 한두 문제를 놓치는 일이 국어나 수학보다 더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예요. 그래서 상위권 상담에서는 탐구 실수를 줄이는 이야기가 해마다 빠지지 않아요. 영향력이 커졌다는 말은 결국 실수의 값이 비싸졌다는 말이기도 해요.
서울대는 탐구를 어떻게 반영할까요
서울대가 정시에서 탐구를 어떤 점수로, 어떤 비율로, 과목별로 어떤 조건을 붙여 반영하는지는 해마다 발표하는 정시 모집요강과 입학본부 안내 자료에 자세히 나와 있어요. 모집단위마다 응시해야 하는 탐구 과목 조건이 다를 수 있으니, 지원하려는 학과의 조건을 꼭 직접 확인해 보세요.
여기에 서울대 정시는 수능 점수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해요. 서울대는 정시에서 학생부를 바탕으로 한 교과평가를 함께 실시하고 있어요. 그리고 전공 연계 권장과목 이수 여부도 정시 교과역량평가에 반영된다고 밝혔어요. 지원 자격과는 무관하지만, 평가에는 들어간다는 뜻이에요.
바뀐 수능에서는 탐구의 모습도 달라져요
고교학점제와 함께 바뀐 수능에서는 탐구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으로 바뀌고 선택과목이 없어져요. 모든 수험생이 같은 탐구 시험을 보게 되는 거죠.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가 줄어드는 대신, 그 시험 하나를 얼마나 단단하게 준비했는지가 그대로 드러나게 돼요.
이 변화 이후 서울대를 비롯한 대학들이 탐구를 어떻게 반영할지는 대학별 발표를 기다려야 해요. 다만 탐구를 소홀히 해도 되는 시대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요. 국어와 수학이 공통 과목으로 바뀌면서 상위권 변별이 어떻게 나뉠지 아직 알 수 없으니까요.
고3이 지금 할 수 있는 일
남은 시간을 갑자기 탐구로 몰아 줄 필요는 없어요. 국어와 수학은 여전히 정시의 큰 축이고, 이 두 과목에서 흔들리면 탐구로 만회하기 어려워요. 대신 탐구를 "나중에 몰아서 하는 과목"으로 미뤄 두었다면 지금부터라도 매일 일정 시간을 떼어 두세요. 탐구는 짧은 기간에 점수가 오르는 과목이지만, 그만큼 짧은 기간에 감이 떨어지기도 해요.
실전 연습에서는 탐구 두 과목을 이어서 치르는 시간 배분에 익숙해지는 게 좋아요. 첫 과목에서 막힌 문제에 시간을 쓰다 둘째 과목에 쫓기는 일이 흔하거든요. 모의고사를 볼 때마다 두 과목 사이에 마음을 끊고 다시 시작하는 연습을 함께 해 두세요.
소문보다 모집요강 한 페이지
"올해는 탐구가 승부처래"라는 말을 들으면, 그 말을 확인할 길이 있는지부터 생각해 보세요. 서울대 입학본부가 공개한 정시 모집요강에서 수능 반영 방법 한 페이지를 펴 보면, 탐구가 어떤 점수로 몇 과목 반영되는지 바로 보여요. 오늘은 그 한 페이지를 직접 읽어 보는 걸로 충분해요.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담임 선생님께 들고 가서 물어보셔도 좋아요. 남이 해석한 말보다 내가 읽은 원문이 훨씬 덜 흔들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