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공 1학년을 보낸 졸업생이 후배에게 들려준 고민
졸업생이 학교에 놀러 오면 후배들이 꼭 묻는 질문이 있어요. "무전공 가면 진짜 편해요?"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생각보다 한결같지 않아요. 어떤 선배는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고 하고, 어떤 선배는 "1년 내내 불안했다"고 해요. 같은 제도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요.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 차이는 대개 입학할 때 마음속에 무엇을 들고 들어갔느냐에서 갈려요.
아래 장면들은 여러 졸업생에게서 자주 듣는 이야기를 엮어 만든 가상의 모습이에요. 특정 학생의 사연은 아니지만, 무전공으로 들어간 학생이라면 한 번쯤 겪을 만한 순간들이에요.
첫 학기 시간표 앞에서 멈추는 순간
학과로 입학한 친구들은 첫 학기 시간표의 상당 부분이 이미 짜여 있어요. 무전공 입학생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듣고 싶은 과목을 스스로 골라야 하는데, 막상 수강 신청 화면 앞에 앉으면 손이 멈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요. 경제학 개론을 들을까, 프로그래밍 기초를 들을까. 고등학교 때는 누군가 정해 준 시간표를 따라가면 됐으니까요.
이때 미리 관심 분야를 두세 개쯤 좁혀 온 학생은 비교적 수월하게 넘어가요. 그 분야의 입문 과목을 하나씩 넣어 보면서 맞는지 확인하면 되니까요. 아무 생각 없이 들어온 학생은 친구 따라, 시간 맞는 대로 과목을 채우다가 한 학기가 지나가 버리기도 해요.
한 학생은 첫 학기에 '그래도 무난하겠지' 싶은 교양 과목만 골랐다가, 2학기가 되어서야 정작 관심 있던 분야의 입문 수업을 하나도 듣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해요. 전공을 고르기 전에 그 분야를 맛볼 기회가 한 학기밖에 남지 않은 거죠. 무전공의 1년은 길어 보이지만, 수강 신청 기회로 세면 두 번뿐이에요. 그 두 번을 어떻게 쓰느냐가 선택의 질을 많이 바꿔요.
성적표가 다시 무거워지는 시기
전공 선택을 앞두고 1학년 학점이 영향을 주는 대학이라면, 고등학교 때 내신 걱정을 했던 마음이 그대로 되살아나요. "대학 가면 좀 쉴 줄 알았는데 고4 같았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에요. 특히 인기 전공을 원하는 동기들이 많으면 서로 눈치를 보게 되고, 수강 과목을 고를 때도 '재미있는 과목'보다 '학점 받기 좋은 과목'을 찾게 된다는 고백도 들려요.
반대로 희망 전공을 대부분 받아 주는 대학에 간 선배들은 이 부담이 훨씬 덜하다고 해요. 결국 무전공의 1년이 어떤 모습일지는 대학의 전공 배정 방식이 크게 좌우해요.
소속감이라는 의외의 고민
생각지 못한 고민도 있어요. 학과 단위로 들어온 친구들은 같은 과 선후배와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한 집단이 돼요. 무전공 입학생은 1년 동안 소속이 애매하다 보니 외롭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요즘은 대학들이 무전공 학생을 위한 지도 교수나 학습 공동체를 마련하는 곳도 있지만, 그 정도는 대학마다 차이가 커요.
그래도 이걸 장점으로 바꾸는 학생도 있어요. 여러 학과 수업을 넘나들며 서로 다른 전공의 친구들을 사귀게 되니, 오히려 인맥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하는 거죠.
전공을 고르고 난 뒤에 남는 것
전공을 정한 뒤 선배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어요. "그 1년이 아깝지 않았다"는 말과 "그 1년을 더 잘 쓸 수 있었다"는 말이 동시에 나온다는 거예요. 여러 과목을 맛보면서 내가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게 된 게 큰 소득이었다는 학생이 많아요. 좋아하는 걸 찾는 것만큼, 아닌 걸 지워 가는 것도 선택의 일부니까요.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선배들은 대개 비슷한 말을 해요. 교수님을 찾아가 전공 이야기를 들어 볼 걸, 학과 선배들에게 그 전공의 3, 4학년 수업이 어떤지 물어볼 걸. 1학년 입문 과목만으로는 그 전공의 전체 모습을 알기 어렵거든요. 입문 수업은 재미있었는데 막상 전공 심화 과목에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공부였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려요. 무전공의 1년을 잘 보낸 학생들은 수업 밖에서 정보를 모으는 데에도 시간을 썼어요.
고등학생일 때 미리 해 둘 수 있는 일
무전공을 생각하고 있다면 고등학교 시절이 오히려 준비하기 좋은 때예요. 교과 선택을 할 때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관심 있는 분야 두세 개를 오가며 공부해 보세요. 그러면서 "이 과목은 시험 범위가 아니어도 더 알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을 메모해 두면, 그게 나중에 대학 수강 신청 화면 앞에서 길잡이가 되어 줘요. 오늘 공부한 과목 중에서 가장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하나만 적어 보세요. 그 작은 기록이 1년 뒤의 선택을 생각보다 많이 도와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