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가 새로 만든 학과에서 읽는 미래 분야
대학이 새 학과를 만드는 일은 꽤 큰 결정이에요. 교수를 새로 뽑고, 실험실을 만들고, 교육과정을 짜야 하니까요. 그래서 한 대학의 신설 학과 목록을 몇 년 치 이어서 보면, 그 대학이 앞으로 어떤 분야에 사람이 필요하다고 보는지가 꽤 선명하게 드러나요. 성균관대가 좋은 예예요.
성균관대 입학처가 공개한 시행계획과 입시 자료를 보면 최근 몇 해 사이 자유전공계열과 양자정보공학과, 배터리학과와 바이오신약·규제과학과가 차례로 새로 생겼어요. 최근 수시모집요강에는 글로벌AI융합학부와 인공지능학과도 모집단위로 올라 있고요. 양자, 배터리, 바이오의약, 인공지능. 이 네 단어가 지금 성균관대가 그리는 지도예요.
양자, 아직 교과서에 거의 없는 분야
양자정보공학은 양자역학의 원리를 계산과 통신, 센서에 쓰는 분야예요.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아주 짧게만 나오기 때문에 학생들이 막연하게 느끼기 쉬워요. 그런데 이 학과에서 필요한 기초는 의외로 익숙해요. 물리와 수학, 그중에서도 확률과 행렬처럼 대학에서 바로 쓰이는 수학적 사고가 중심이에요.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고등학교에서 물리를 꾸준히 듣고, 수학 시간에 배우는 개념을 '왜 이렇게 정의했을까' 하고 한 번 더 따져 보는 습관이 가장 좋은 준비예요. 양자에 관한 책을 한 권 읽었다는 기록보다, 물리 시간에 빛의 성질을 배우다 생긴 질문을 끝까지 따라간 기록이 훨씬 설득력 있어요.
배터리와 바이오, 산업이 먼저 부른 학과
배터리학과는 성균관대 모집요강에서 계약학과로 안내돼 있어요. 계약학과는 대학이 기업과 협약을 맺고 운영하는 학과라, 산업 현장의 수요가 학과 설계에 직접 반영돼요. 화학과 물리, 그중에서도 전기화학과 소재에 대한 이해가 출발점이에요.
바이오신약·규제과학과는 이름부터 독특해요. 새로운 약을 만드는 과학과, 그 약이 안전하게 쓰이도록 기준을 세우는 규제과학을 함께 배운다는 뜻이에요. 생명과학과 화학의 기초 위에 사회가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관심까지 함께 필요한 분야예요. 이과 공부를 하면서 윤리나 사회 문제에도 눈길이 가는 학생이라면 눈여겨볼 만해요.
인공지능, 이제는 여러 학과로 퍼져요
성균관대 모집요강에는 인공지능학과와 글로벌AI융합학부가 함께 올라 있어요. 글로벌AI융합학부는 면접이 있는 학생부종합(성균인재)으로 뽑기도 해요. 인공지능 관련 학과가 하나가 아니라 성격이 다른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다는 신호예요.
여기서 고2가 읽어 낼 점이 있어요. 인공지능 학과라고 해서 모두 코딩 실력만 보는 건 아니에요. 어떤 학과는 수학과 컴퓨터 과학의 깊이를, 어떤 학과는 인공지능을 다른 분야와 엮는 융합적인 시선을 더 중요하게 볼 수 있어요. 학과마다 교육과정을 비교해 보면 내게 맞는 쪽이 어디인지 조금씩 보여요.
네 분야에 공통으로 흐르는 것
양자, 배터리, 바이오의약, 인공지능을 나란히 놓으면 공통점이 하나 보여요. 모두 한 학문만으로는 풀 수 없는 분야라는 거예요. 배터리는 화학과 물리, 소재공학이 만나야 하고, 인공지능은 수학과 컴퓨터 과학 위에 다른 분야의 문제를 얹어야 해요. 그래서 이런 학과는 한 과목만 깊게 판 학생보다, 두 과목 사이를 연결해 본 경험이 있는 학생에게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커요. 물리 시간에 배운 내용을 화학 실험과 엮어 본 기록 하나가 그런 연결의 좋은 예가 돼요.
신설 학과 지원, 이것만은 조심하세요
신설 학과는 입시 결과가 쌓여 있지 않아서 합격선을 짐작하기 어려워요. 첫해에는 지원자가 몰리기도 하고, 반대로 낯설어서 덜 몰리기도 해요. 그래서 '새로 생겼으니 쉬울 것'이라는 기대도, '인기 분야니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도 모두 근거가 약해요. 그리고 학과가 생긴 해와 그 학과를 어떤 전형으로 몇 명 뽑는지는 해마다 달라질 수 있으니, 지원하는 해의 모집요강을 꼭 확인하세요.
또 하나, 신설 학과 가운데 계약학과는 졸업 뒤 진로가 협약 기업과 이어지는 대신 지켜야 할 조건이 함께 붙는 경우가 많아요. 장학 혜택이나 취업 연계 조건은 학과 안내에서 꼭 따로 읽어 보세요.
유망 분야보다 내 질문이 먼저예요
새 학과 목록은 대학이 내다보는 미래를 보여 주지만, 그 미래에 내가 들어갈지는 결국 내 관심이 정해요. 오늘 이 네 분야 중 하나라도 마음이 끌리는 게 있다면, 그 분야와 이어지는 고등학교 과목을 하나 골라 다음 단원을 미리 펼쳐 보세요. 교과서 한 쪽이 생각보다 그 학과와 가까이 붙어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