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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전략

졸업생 17만 명, 우리 집은 재수를 해야 할까요

EDU HIGH 운영자 · 2026.09.29

올해 수능 원서를 낸 사람 가운데 졸업생이 17만 3천 명을 넘었어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7학년도 수능 응시원서 접수 결과를 보면 전체 지원자는 55만 1천여 명으로 지난해와 거의 같은데, 재학생은 1만 6천여 명 줄고 졸업생은 1만 3천여 명 늘었어요. 검정고시 출신까지 합치면 재학생이 아닌 지원자가 열에 세 명 반쯤 됩니다. 2000년대 초반 이후로 이렇게 많았던 해가 없었어요.

이 숫자를 처음 본 부모님들 반응은 대개 둘로 나뉘어요. "다들 재수하는데 우리 애도 한 번 더 해 볼까" 하는 쪽과 "이러다 현역은 설 자리가 없겠다" 하는 쪽이요. 둘 다 이해가 가는 마음이지만, 숫자만 보고 결정을 내리기엔 빠진 이야기가 많아요.

졸업식에 모인 하늘색 가운의 졸업생들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요

N수생이 늘어난 데에는 여러 사정이 겹쳐 있어요. 의약학 계열 모집 인원을 둘러싼 변화가 몇 해째 이어졌고, 정시 비중이 높은 대학이 여전히 많아요. 무엇보다 이번 2027학년도 수능은 지금의 선택과목 체제로 치르는 마지막 시험이에요. 2028학년도부터 국어·수학이 공통 과목이 되고 탐구도 통합사회·통합과학으로 바뀌니, 지금 방식에 익숙한 학생들 입장에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죠.

여기에 "한 번 더 하면 오르겠지"라는 기대가 더해져요. 고3 때 마지막까지 내신과 수행평가에 쫓겼던 학생이라면 1년을 통째로 수능에만 쓸 수 있다는 게 꽤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숫자가 말해 주지 않는 것

그런데 졸업생 17만 명이 모두 성공담을 쓰는 건 아니에요. 원서를 낸 숫자만 있을 뿐, 그중 몇 명이 원하는 결과를 얻었는지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아요. 재수를 하면 성적이 오른다는 이야기는 오른 사람의 목소리만 크게 들려서 생기는 착시인 경우가 많아요.

교실에서 오래 지켜보면 재수해서 성적이 확실히 오르는 학생에게는 공통점이 있어요. 고3 때 무엇이 부족했는지 본인이 정확히 알고 있다는 거예요. 시간이 모자랐는지, 특정 과목이 구멍이었는지, 시험장에서 무너졌는지. 이걸 모른 채 "그냥 아쉬워서" 시작한 1년은 대개 비슷한 점수로 끝나요.

헤드폰을 쓰고 노트북 옆 공책에 적는 사람

1년의 비용을 솔직하게 계산해 보세요

재수는 학원비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친구들이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모습을 SNS로 보면서 혼자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 가족 모두가 조심스러워지는 분위기, 1년 뒤에도 결과가 같을 수 있다는 불안이 다 비용이에요. 이 비용을 감당할 힘이 아이에게 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해요.

재수 기간의 하루는 생각보다 단조로워요. 아침에 학원이나 독서실에 가서 밤늦게 돌아오는 생활이 열 달 가까이 이어지죠. 고3 때는 학교 행사, 친구들과의 수다, 수행평가 같은 것들이 하루를 쪼개 줬는데, 그게 모두 사라지면 시간이 무겁게 느껴져요. 이 단조로움을 견디는 힘은 성적과는 또 다른 능력이에요. 스스로 하루를 세우고 지키는 습관이 있는 아이인지, 누군가 옆에서 끌어 줘야 움직이는 아이인지에 따라 같은 1년이 전혀 다르게 흘러가요.

또 하나, 내년 수능은 체제가 바뀌어요. 올해 재수를 결정했다가 다시 한 번 더 하게 되면 그때는 완전히 다른 시험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 점은 재수를 고민하는 집이라면 꼭 함께 따져 볼 부분이에요.

재수를 권하기 전에 나눌 대화

아이가 재수를 하겠다고 하면 찬성이나 반대부터 말하지 마시고 질문 두 개를 먼저 해 보세요. "올해 시험에서 제일 아쉬운 게 뭐야?" 그리고 "1년 뒤에 그게 어떻게 달라져 있을 것 같아?" 이 두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는 아이라면 재수가 의미 있는 선택일 수 있어요. 대답이 막연하다면 지금 갈 수 있는 대학을 진지하게 살펴보는 일이 먼저예요.

반대로 아이는 그만하고 싶어 하는데 부모님이 아쉬운 경우도 있어요. 이럴 때 재수는 아이의 1년이 아니라 부모님의 1년이 되기 쉬워요. 그런 1년은 대부분 길고 힘들게 지나갑니다.

사회 분위기보다 우리 집 사정

N수생이 늘었다는 뉴스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거예요. 그 흐름이 우리 아이에게 맞는지는 뉴스가 아니라 아이의 시험지와 표정이 알려 줘요. 오늘 저녁에는 수능 이야기 말고 아이가 요즘 어떤 기분으로 지내는지 한번 물어봐 주세요. 결정은 그 대답을 들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