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름을 가려도 남는 것, 블라인드 평가 들여다보기
"이제 학교 이름 안 보고 뽑는다면서요. 그럼 특목고 안 가도 되는 거죠?" 고입을 앞둔 중3 학부모님께 자주 듣는 질문이에요. 학생부종합 전형의 서류 평가에서 고등학교 이름을 가리는 블라인드 평가가 도입된 지 몇 해가 지났어요. 평가자는 지원자가 어느 학교 출신인지 모른 채 학생부를 읽게 되죠.
그런데 학교 이름을 가린다고 해서 학교의 흔적까지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무엇이 가려지고 무엇이 남는지를 알면, 학교 유형을 고를 때도 훨씬 차분하게 판단할 수 있어요.
가려지는 것은 이름과 신상 정보예요
블라인드 평가에서 가려지는 건 학교 이름처럼 출신 학교를 바로 알 수 있는 정보와 학생 개인의 신상 정보예요. 학생부에 학교 이름이 들어간 문장이 있다면 그 부분이 가려진 채로 평가자에게 전달돼요. 면접에서도 출신 학교를 밝히지 않도록 안내하는 대학이 많고요.
이 제도의 취지는 분명해요. 학교 이름이 주는 선입견 없이 학생 개인이 무엇을 해 왔는지를 보자는 거예요. 학교 서열로 학생을 판단하는 일을 줄이려는 거죠. 그래서 학생부를 쓰는 선생님들도 학교 이름이나 특정 학교를 짐작할 수 있는 표현을 피해서 기록해요.
그런데 학교의 흔적은 남아요
학교 이름은 지워도 그 학교가 어떤 과목을 열었는지는 학생부에 그대로 남아요. 어떤 학교는 심화 과목을 많이 개설하고, 어떤 학교는 그렇지 못해요. 학생이 어떤 과목을 들었는지 보면 그 학교의 교육과정이 어느 정도 드러나죠. 대학이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정보를 참고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블라인드 평가가 학교 유형의 차이를 완전히 지웠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다만 같은 학교 안에서 그 학생이 주어진 기회를 어떻게 썼는지를 더 보려는 방향으로 평가가 옮겨 갔다고 이해하면 좋아요.
일반고에게는 무엇이 달라졌나요
일반고 학생에게 블라인드 평가는 학교 이름으로 먼저 판단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다만 학교가 열어 준 과목이 적다면 학생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걸 찾아야 해요. 공동교육과정이나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으로 학교에 없는 과목을 듣는 방법이 있고, 정해진 과목 안에서도 깊이 있는 탐구를 보여 줄 수 있어요.
평가자는 학생이 처한 환경 안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봐요. 주어진 것이 적은 학교에서 그걸 최대한 활용한 흔적은 오히려 좋게 읽힐 수 있어요.
일반고의 또 다른 장점은 내신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같은 학생이라도 어떤 학교에 다니느냐에 따라 등급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다만 이건 학생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요.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더 힘을 내는 아이가 있고, 비교가 덜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실력을 쌓는 아이가 있어요. 우리 아이가 어느 쪽인지는 중학교 3년을 지켜본 부모님이 가장 잘 아실 거예요.
특목고·자사고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특목고나 자사고는 전공과 관련된 과목을 폭넓게 열 수 있다는 강점이 있어요. 블라인드 평가가 있어도 그 과목 이수 기록은 학생부에 남으니 그 강점이 사라지진 않아요. 대신 우수한 학생이 많이 모이다 보니 내신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점은 늘 함께 생각해야 해요.
특목고나 자사고에 진학했다면 내신 등급 하나에 너무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것도 필요해요. 등급은 아쉬워도 수업 안에서 깊이 있게 탐구한 흔적이 생기부에 남는다면, 종합 전형에서는 그 기록이 충분히 힘을 쓸 수 있어요. 결국 어떤 학교가 더 유리하다는 정답은 없어요. 학교 유형보다 우리 아이가 그 학교에서 어떤 위치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해요.
학교를 고를 때 이렇게 물어보세요
고입을 앞둔 집이라면 학교 이름보다 그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표를 먼저 보세요. 아이가 관심 있는 분야의 과목이 열려 있는지,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 폭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어요. 학교 설명회에 가서 "공동교육과정은 어떻게 운영하나요?"라고 물어보는 것도 좋아요.
오늘은 관심 있는 고등학교 한 곳의 홈페이지에서 교육과정 편성표를 찾아보세요. 이름이 가려져도 남는 것이 무엇인지, 그 표 한 장이 가장 잘 보여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