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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전략

의대 증원 해에 전문가 예측이 줄줄이 틀린 까닭

EDU HIGH 운영자 · 2026.09.15

"작년에 분명 여기가 안정이라고 했잖아요." 합격자 발표가 끝난 겨울, 이런 말을 들고 교무실을 찾아오는 학생이 유난히 많았던 해가 있어요. 2025학년도 입시가 그랬습니다. 배치표도, 모의 지원 서비스도, 경험 많은 선생님의 감도 평소보다 자주 빗나갔어요.

이유를 한 줄로 줄이면 이래요. 예측은 지난해를 닮은 올해를 전제로 하는데, 그해는 지난해와 닮지 않았어요. 의대 모집인원이 한꺼번에 크게 늘었고, 그 여파가 상위권 전체의 움직임을 바꿔 놓았거든요. 기준점이 흔들리면 그 위에 세운 숫자도 같이 흔들립니다.

청진기를 목에 건 의사

예측은 결국 작년을 거울로 삼아요

입시 예측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부터 보면 이해가 쉬워요. 대부분의 예측은 지난해 합격자 성적, 지난해 경쟁률, 지난해 추가 합격 순위를 바탕으로 합니다. 거기에 올해 모집인원 변화나 수능 난이도를 조금씩 보정해서 숫자를 내놓죠. 그러니 올해 지원자들이 작년과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가정이 깔려 있는 셈이에요.

평범한 해에는 이 가정이 꽤 잘 맞아요. 학생들의 선호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고, 학과 서열도 크게 출렁이지 않거든요. 문제는 판 자체가 바뀌는 해예요. 그런 해에는 작년이라는 거울이 오히려 착시를 만듭니다.

의대 문이 넓어지자 연쇄 이동이 일어났어요

의대 정원이 늘면 의대만 달라지는 게 아니에요. 원래 의대를 노리던 학생 중 일부가 실제로 의대에 들어가면서, 그 학생들이 갔을 법한 치대, 한의대, 약대, 상위권 공대 자리가 비어요. 그 빈자리를 바로 아래 성적대 학생이 채우고, 그 아래도 한 칸씩 올라가요. 마치 줄 선 사람들 앞쪽에서 몇 명이 다른 줄로 옮겨 가자 뒤쪽 전체가 한 걸음씩 당겨지는 모습이죠.

여기에 재수, 삼수를 결심하는 학생도 늘었어요. 의대 문이 넓어졌으니 한 번 더 도전해 보자는 마음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이런 움직임이 겹치면서 어떤 학과는 예상보다 합격선이 내려가고, 어떤 학과는 오히려 몰려서 올라가는 일이 동시에 벌어졌어요. 하나의 방향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구조였던 거예요.

숫자가 틀린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움직였어요

예측이 빗나간 해를 돌아보면 계산이 틀렸다기보다 지원자의 심리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인 경우가 많아요. "올해는 다들 안정 지원할 거야"라는 말이 퍼지면 오히려 일부는 상향을 노리고, "여기가 비어 있대"라는 소문이 돌면 그 자리로 몰려들어요. 예측이 공개되는 순간 그 예측을 보고 움직이는 사람들 때문에 결과가 달라지는 거예요.

그래서 이변이 많은 해에는 '예측 수치'보다 '예측이 어떤 가정 위에 서 있는지'를 읽는 힘이 더 쓸모 있어요. 이 숫자는 작년의 어떤 자료를 기준으로 했는지, 올해 달라진 조건을 얼마나 반영했는지 한 번만 따져 봐도 숫자를 맹신하지 않게 됩니다.

계산기와 도표, 바인더가 놓인 책상

수험생이 여기서 가져갈 것

의대 모집인원은 정책에 따라 다시 조정될 수 있고, 내신 5등급제와 선택과목 없는 수능처럼 제도도 크게 바뀌는 중이라 앞으로도 '작년과 닮지 않은 해'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요. 그럴수록 남이 만든 숫자 하나에 원서를 모두 거는 방식은 위험해요.

대신 몇 가지 습관을 들여 보세요. 대학 입학처가 직접 공개한 입시 결과를 최소 2~3년치 함께 보는 것, 한 해만 튀는 숫자는 의심해 보는 것, 그리고 올해 모집인원이나 전형 방법이 바뀐 곳은 작년 결과를 그대로 믿지 않는 것. 이 세 가지만 해도 이변에 덜 흔들려요.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더 단순해요. 학생부종합전형은 경쟁자 숫자보다 내 서류가 그 학과와 얼마나 잘 맞는지가 먼저예요. 정원 변화에 휩쓸려 갑자기 지원 학과를 바꾸기보다, 지금까지 쌓아 온 기록이 가장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곳을 중심에 두고 그 주변으로 위아래를 나누는 편이 훨씬 안전해요.

이변은 피하는 게 아니라 나눠 받는 거예요

어떤 해든 이변은 생겨요. 그걸 완전히 피하는 지원법은 없어요. 할 수 있는 건 이변이 생겼을 때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도록 원서를 나눠 두는 일이에요. 같은 성적대, 같은 성향의 학과에만 몰아 쓰지 말고 조금씩 결이 다른 선택지를 섞어 두면 한쪽이 출렁여도 다른 쪽이 버팁니다.

오늘 저녁엔 관심 있는 대학 한 곳의 입학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지난 몇 년의 입시 결과를 나란히 놓고 한번 비교해 보세요. 숫자가 해마다 얼마나 움직이는지 직접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예측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