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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전략

경쟁률은 잠잠한데 지원자는 옮겨 갔다, 의대가 내려간 해

EDU HIGH 운영자 · 2026.09.18

정시 원서 접수가 끝나면 뉴스에 "전체 경쟁률 소폭 변화"라는 제목이 붙곤 해요. 그걸 보고 '올해는 평범하구나' 하고 넘기는 고3이 많아요. 그런데 그 잔잔한 평균 아래를 들여다보면 지원자들이 이 학과에서 저 학과로 꽤 많이 옮겨 다닌 게 보여요. 겉은 안정, 속은 이동인 셈이죠.

의대 경쟁률이 내려간 해가 좋은 예예요. 의대 경쟁률이 떨어졌다고 의대가 쉬워졌다는 뜻은 아니에요. 오히려 붙을 만한 학생만 신중하게 원서를 냈다는 신호일 때가 많아요. 숫자가 내려간 이유를 알아야 그 숫자를 내 원서에 제대로 쓸 수 있어요.

병동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

평균 경쟁률은 많은 걸 숨겨요

전체 경쟁률은 모든 대학, 모든 모집단위를 한데 섞어 낸 숫자예요. 어떤 학과가 두 배로 붐비고 다른 학과가 절반으로 줄어도 평균은 거의 그대로일 수 있어요. 그래서 "올해 정시는 작년과 비슷하다"는 말은 입시 전체 규모를 말할 뿐, 내가 쓰려는 학과의 사정은 알려 주지 않아요.

정시 원서를 쓸 때 정말 봐야 하는 건 내가 지원할 모집단위, 그리고 그 주변 학과들의 숫자예요. 비슷한 성적대 학생들이 함께 고민하는 학과들을 한 묶음으로 놓고 보면, 지원자들이 어디서 빠져서 어디로 갔는지가 보이기 시작해요.

의대 경쟁률이 떨어진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정시는 가, 나, 다 세 군에 한 번씩, 모두 세 번 지원할 수 있어요. 의대를 노리는 학생들은 대부분 실력이 비슷한 상위권이라, 자기가 붙을 가능성이 낮은 곳에는 원서를 잘 내지 않아요. 모집인원이 줄거나 합격선이 높아질 거라는 예상이 돌면 '혹시나' 하고 내던 원서가 줄어들죠. 그러면 경쟁률은 떨어지지만 남은 지원자들의 성적은 오히려 촘촘해져요.

그러니까 의대 경쟁률 하락은 '문이 넓어졌다'가 아니라 '문 앞에 선 사람들이 더 신중해졌다'로 읽는 편이 맞아요. 경쟁률이 낮아도 합격선은 그대로이거나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꼭 같이 떠올려야 해요.

의대에서 빠진 원서는 어디로 갔을까요

의대에 원서를 내지 않은 상위권 학생은 사라지지 않아요.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로 옮겨 가거나, 상위권 대학의 공대와 자연계 학과로 향해요. 그래서 의대 경쟁률이 내려간 해에는 그 바로 아래 학과들의 경쟁률이 올라가는 일이 흔해요.

이 흐름은 의약학 계열을 생각하지 않는 학생에게도 영향을 줘요. 상위권 공대에 원서를 내려던 학생이라면, 위에서 내려온 지원자들과 같은 자리를 놓고 다투게 되거든요. "나는 의대랑 상관없는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시는 연결된 계단 같은 구조라서 위쪽의 움직임이 아래까지 전해져요.

책상에서 환자와 상담하는 의사

경쟁률보다 먼저 봐야 할 숫자

정시에서 경쟁률은 생각보다 덜 중요해요. 더 중요한 건 내 수능 점수를 그 대학의 방식으로 환산했을 때 몇 점이 되는지, 그리고 그 점수가 최근 합격자들 사이에서 어디쯤인지예요. 대학마다 국어, 수학, 영어, 탐구를 반영하는 비율이 달라서 같은 성적표라도 대학에 따라 유리하고 불리한 곳이 갈려요.

또 하나는 추가 합격이에요. 정시는 여러 군에 동시에 붙은 학생들이 한 곳만 골라 등록하기 때문에 추가 합격이 꽤 많이 돌아요. 경쟁률이 높아 보여도 실제로는 추가 합격으로 많이 빠지는 학과가 있고, 반대로 경쟁률은 낮은데 끝까지 자리가 잘 안 비는 학과도 있어요. 대학 입학처가 공개하는 입시 결과에서 충원 인원을 함께 확인해 보세요.

부모님들께도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어요. 접수 마감 날 경쟁률 화면을 아이와 함께 지켜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거긴 너무 몰렸다, 바꾸자"는 말이 나오기 쉬워요. 그 한마디가 몇 달 동안 세운 계획을 한순간에 흔들 수 있어요. 미리 함께 정해 둔 기준이 있다면, 마감 날에는 그 기준을 지키도록 옆에서 지켜봐 주시는 게 가장 큰 도움이에요.

고3에게 남은 몇 주를 쓰는 법

고3이라면 원서 접수 기간에 실시간 경쟁률을 계속 새로 고치며 마음을 졸이게 될 거예요. 그 숫자는 마지막 날 몇 시간 동안 크게 움직이기도 해서, 중간 숫자만 보고 원서를 바꾸면 오히려 손해를 볼 때가 많아요.

그 대신 수능 성적이 나오면 지원을 고민하는 학과 대여섯 곳을 정해서, 대학별로 내 점수를 환산해 보고 최근 몇 년 결과와 나란히 적어 두세요. 경쟁률은 그 표 옆에 작은 참고로만 붙이면 충분해요. 숫자 하나에 휘둘리지 않는 표 한 장이 원서 마감 날 밤의 불안을 꽤 많이 덜어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