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와 자사고 수시 합격 숫자를 믿어도 될까요
고교 입학 설명회 시즌이 되면 학교마다 자랑하듯 숫자를 내걸어요. "작년 수시로 상위권 대학 몇 명 합격." 학부모님은 그 숫자들을 나란히 놓고 어느 학교가 더 잘 보내는지 비교하고 싶어지시죠. 그런데 이 비교는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워요. 같은 '합격 몇 명'이라도 그 숫자가 만들어진 조건이 학교마다 다르거든요.
한 가지만 먼저 기억해 주세요. 학교가 발표하는 합격 숫자는 대개 '합격 건수'예요. 한 학생이 여러 대학에 붙으면 그 학생은 여러 번 세어져요. 그래서 합격자 수가 많아 보이는 학교가 실제로 그만큼 많은 학생을 보낸 건 아닐 수 있어요.
합격 건수와 진학자 수는 달라요
수시에서는 원서를 여섯 장까지 쓸 수 있으니, 성적이 좋은 학생 한 명이 서너 곳에 붙는 일이 흔해요. 이 학생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모두 붙었다면 학교 홍보물에는 세 건의 합격이 올라가요. 하지만 실제로 그 학생은 한 곳에만 등록하죠.
그래서 학교를 비교할 때는 합격 건수가 아니라 실제 진학한 학생 수를 물어보는 게 정확해요. 학교 설명회에서 "실제 등록 기준 숫자가 있나요?"라고 여쭤보셔도 실례가 아니에요. 오히려 그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학교가 믿을 만한 학교일 가능성이 높아요.
같은 이유로 "서울대 몇 명"이라는 숫자도 한 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수시와 정시를 합친 숫자인지, 졸업생이 포함됐는지, 서울대 안에서도 어떤 전형으로 들어갔는지에 따라 그 학교의 강점이 전혀 다르게 읽혀요.
학교마다 졸업생 수와 출발선이 달라요
한 학년이 150명인 학교와 400명인 학교에서 열 명이 상위권 대학에 갔다면 의미가 꽤 달라요. 숫자만 보면 같지만 비율로 보면 두 배가 넘게 차이 나죠. 비교하려면 반드시 전체 학생 수를 함께 봐야 해요.
입학할 때의 학생 구성도 달라요. 자사고나 특목고는 학생을 선발해서 뽑기 때문에, 처음부터 성적이 높은 학생이 많이 모여 있어요. 일반고는 대부분 지역 배정으로 학생이 들어오고요. 출발선이 다른 학생들의 도착 지점만 비교하면, 학교가 3년 동안 학생을 얼마나 키워 냈는지는 보이지 않아요.
수시와 정시, 그리고 졸업생이 섞여 있어요
학교 숫자에는 수시와 정시가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요. 졸업 후 재수해서 합격한 학생까지 함께 넣는 학교도 있고요. 어떤 학교는 수시에 강하고 어떤 학교는 정시에 강한데, 두 가지를 합쳐 하나의 숫자로 보여 주면 그 학교의 실제 색깔이 가려져요.
우리 아이가 수시를 중심으로 준비할 아이라면 그 학교의 수시 결과를, 정시를 생각한다면 정시 결과를 따로 보셔야 해요. 특히 일반고는 수시, 그중에서도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강점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자사고와 특목고는 학생부종합전형과 정시에서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요. 다만 이건 학교마다 크게 달라서 꼭 그 학교의 숫자로 확인하셔야 해요.
숫자보다 먼저 물어볼 것들
학교를 고를 때 합격 숫자보다 더 많은 걸 알려 주는 질문들이 있어요. 이 학교는 어떤 과목을 개설하고 있는지, 공동교육과정이나 온라인 수업으로 듣고 싶은 과목을 들을 수 있는지, 수업 안에서 탐구 활동이 얼마나 이뤄지는지, 선생님들이 학생부를 어떤 방식으로 써 주시는지. 이런 것들이 수시, 특히 학생부종합전형 결과에 훨씬 직접적인 영향을 줘요.
또 하나는 우리 아이와 학교의 궁합이에요. 경쟁이 치열한 분위기에서 더 힘을 내는 아이가 있고, 그런 분위기에서 위축되는 아이도 있어요. 내신 등급은 같은 학교 학생들 사이의 상대 위치라서, 우수한 학생이 많은 학교일수록 등급을 받기 어려워요. 그 점이 우리 아이에게 자극이 될지 부담이 될지, 아이를 가장 잘 아시는 부모님이 판단하실 부분이에요.
데이터는 학교가 아니라 아이를 위해 읽어요
학교 숫자를 볼 때 마음 한쪽에서는 "저 학교에 가면 우리 아이도 저렇게 되겠지"라는 기대가 생기기 쉬워요. 그런데 그 숫자는 그 학교 학생 전체의 결과이지 우리 아이의 미래가 아니에요. 같은 학교 안에서도 결과는 아이마다 크게 달라요.
학교 설명회에 가실 때 질문 세 가지를 미리 적어 가 보세요. 실제 진학자 기준 숫자, 우리 아이가 관심 있는 분야의 과목 개설 현황, 그리고 1학년 때 학생들이 어떤 수업 활동을 하는지. 그 세 가지 대답이 홍보물의 큰 숫자보다 훨씬 많은 걸 말해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