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간표만 알던 고1이 처음 받는 새 시간표
"엄마, 고등학교 가면 대학생처럼 내가 시간표 짜는 거야?" 중3 겨울이면 이런 질문을 하는 아이가 꽤 많아요. 고교학점제라는 말이 워낙 자주 들리니 그렇게 상상할 만도 하죠. 그런데 막상 고1 3월에 받아 드는 시간표는 생각보다 중학교와 비슷하게 생겼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고1은 대부분의 시간을 공통과목으로 보내거든요. 공통국어, 공통수학, 공통영어, 통합사회, 통합과학, 한국사처럼 모든 학생이 함께 듣는 과목이 시간표의 큰 부분을 차지해요. 본격적으로 내가 고른 과목이 시간표를 채우는 건 2학년부터예요. 그러니 고1 시간표의 변화는 '내가 짠다'가 아니라 '읽는 법이 달라진다'에 가깝습니다.
시수 대신 학점이라는 말이 붙어요
중학교 때는 과목마다 일주일에 몇 시간 드는지만 알면 됐어요. 고등학교에서는 그 시간이 학점이라는 단위로 바뀝니다. 1학점은 50분 수업을 한 학기 동안 16번 듣는 양이에요. 그래서 시간표에 "공통수학1 4학점"이라고 적혀 있으면 한 학기 내내 일주일에 네 시간쯤 수학이 들어 있다고 보면 돼요.
이 학점이 3년 동안 쌓여서 192학점이 되어야 졸업할 수 있어요. 교과 수업으로 174학점,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18학점이에요. 숫자만 보면 부담스럽지만, 학교가 짜 둔 교육과정을 성실하게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채워지도록 설계되어 있으니 고1이 매일 계산기를 두드릴 필요는 없어요.
다만 한 가지는 달라요. 중학교 때는 수업에 들어가 앉아 있기만 하면 그 과목은 끝난 것이었지만, 고등학교에서는 과목마다 출석과 성취 기준을 넘어야 학점이 인정돼요. 결석이 잦거나 성적이 너무 낮으면 보충 지도를 받게 되고요. 대부분의 학생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지만, 아프거나 사정이 생겨 결석이 몰리는 학기라면 담임선생님과 미리 이야기해 두는 편이 마음 편해요.
과목 이름이 낯설어요
시간표에서 처음 놀라는 건 과목 이름이에요. 중학교 때 그냥 '수학'이었던 게 '공통수학1', '공통수학2'로 나뉘어 있고, 사회와 과학은 '통합'이라는 말이 붙어 있어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지리, 역사, 경제, 물리, 화학 같은 분야를 주제 중심으로 묶어 배우는 과목이에요. 수능 탐구 영역도 이제 이 두 과목으로 치러지니, 고1 수업이 곧 수능 범위와 겹친다는 점은 알아 두면 좋아요.
정보, 기술·가정, 제2외국어, 예술, 체육 같은 과목이 어느 학기에 들어 있는지는 학교마다 달라요. 같은 동네 두 학교의 고1 시간표를 나란히 놓으면 생각보다 차이가 꽤 나요.
빈 시간이 생길 수도 있어요
학교에 따라서는 고1 2학기쯤부터 일부 과목을 선택하게 하기도 해요. 그러면 같은 반 친구들이 서로 다른 교실로 흩어지는 시간이 생겨요. 시간표 칸에 과목 이름 대신 'A군', 'B군' 같은 묶음 이름이 적혀 있다면 그 시간에 학생마다 다른 과목을 듣는다는 뜻이에요. 어떤 학교는 이 시간을 이동 수업으로, 어떤 학교는 자습이나 공강처럼 운영하기도 하고요. 중학교처럼 한 교실에서 하루를 다 보내던 아이에게는 이 흩어지는 경험이 은근히 낯설어요.
공강이 생기면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학기 끝에 꽤 큰 차이로 돌아와요. 친구와 매점에 가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그날 배운 걸 한 번 정리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죠.
1학년 시간표 안에 2학년 준비가 숨어 있어요
고1 시간표를 가볍게 넘기면 안 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1학년 여름이 지나면 2학년 과목 수요조사가 시작되는 학교가 많거든요. 그때 고를 과목은 1학년 때 들은 과목 위에 올라가요. 통합과학 수업이 재미있었는지, 공통수학 진도가 버거웠는지, 그 감각이 다음 해 시간표를 정하는 재료가 됩니다.
그래서 고1 시간표는 '받아서 따라가는 표'이면서 동시에 '내가 어떤 과목에 맞는지 시험해 보는 표'예요. 수업마다 이 과목을 한 학기 더 듣고 싶은지 아닌지 속으로 한 줄씩 점수를 매겨 보는 아이가 2학년 선택에서 훨씬 덜 헤매요.
입학 전에 할 수 있는 일
진학할 학교가 정해졌다면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교육과정 편성표를 한번 찾아보세요. 고1 1학기와 2학기에 어떤 과목이 몇 학점씩 들어 있는지만 봐도 3월의 낯섦이 절반쯤 줄어요. 아이와 함께 그 표를 펴 놓고 "이 과목은 뭘 배우는 걸까?" 하고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 그 정도면 시작으로 충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