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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

2학년에 물리 심화가 없다면 이공계 원서가 걱정돼요

EDU HIGH 운영자 · 2025.08.08

중3 아들을 둔 어머니가 두 고등학교의 편성표를 들고 오셨어요. 한 학교는 물리학을 2학년 1학기에, 그 뒤를 잇는 역학과 에너지를 2학년 2학기에 열었어요. 다른 학교는 물리학은 2학년에 있지만, 역학과 에너지는 3학년 1학기에 있었어요. "공대 가려면 첫 번째 학교가 무조건 낫죠?" 하고 물으셨죠.

제 대답은 "조금 낫지만, 무조건은 아니에요"였어요. 심화 과목이 3학년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리함은 아니에요. 다만 그 과목 성적과 활동이 수시 원서에 얼마나 담기느냐, 그리고 아이가 그 과목까지 실제로 들을 수 있느냐에 따라 차이가 생겨요.

나무 칠판에 적힌 수식

학생부에 담기는 시점의 문제

수시 원서는 보통 3학년 9월에 접수해요. 대학이 보는 학생부는 대개 3학년 1학기까지의 기록이에요. 그러니 3학년 1학기에 들은 물리 진로선택 과목은 원서에 담기지만, 3학년 2학기에 들은 과목은 담기지 않아요.

질문 속 두 번째 학교처럼 심화 과목이 3학년 1학기에 있다면, 기록 면에서는 크게 문제 될 게 없어요. 정말 아쉬운 건 심화 과목이 3학년 2학기에만 있는 경우예요. 이때는 그 과목을 열심히 들어도 수시 평가에는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요.

시간이 짧아지는 문제

시점보다 더 체감되는 건 깊이예요. 2학년에 물리학을 배우고 같은 해에 심화 과목까지 이어 들으면, 3학년에는 그 위에서 탐구 활동을 하거나 관련 과목을 더 들을 여유가 생겨요. 3학년 1학기에 심화 과목을 들으면 그 과목을 배우는 동시에 원서 준비를 해야 하니 시간이 빠듯해요.

이공계 전공 면접에서는 고등학교 때 배운 물리 개념을 바탕으로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있어요. 심화 과목을 일찍 들은 학생은 그 개념을 소화할 시간이 그만큼 더 길었던 셈이에요. 이 차이는 성적표보다 면접장에서 더 크게 드러나기도 해요.

한편 3학년에 심화 과목이 있는 학교에도 나름의 장점이 있어요. 2학년 물리학을 배우는 동안 아이가 정말 이 분야가 맞는지 확인할 시간이 생기거든요. 2학년 때 물리가 버겁다는 걸 알게 된 아이는 3학년에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어요. 심화 과목을 일찍 몰아 듣는 구조에서는 이런 여유가 적어요. 결국 어느 배치가 좋은지는 아이가 지금 물리를 얼마나 확신하고 있느냐와도 이어져 있어요.

같은 이공계라도 전공에 따라 물리의 무게는 달라요. 기계, 전기전자, 물리학과처럼 물리를 바탕으로 하는 학과와 화학공학, 생명공학처럼 화학이나 생명과학의 비중이 큰 학과는 사정이 달라요. 아이가 관심 있는 학과가 어느 쪽인지 먼저 좁혀 보면, 편성표에서 물리 줄을 얼마나 엄격하게 봐야 할지도 정해져요.

아예 없는 것과 늦게 있는 것은 달라요

편성표에서 더 조심해야 할 건 물리 심화 과목이 아예 없거나, 다른 과목과 같은 묶음에 걸려 있어 사실상 고르기 어려운 경우예요. 예를 들어 역학과 에너지가 화학 진로선택과 같은 묶음에 있다면, 화학까지 같이 듣고 싶은 공대 지망생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해요.

대학이 학교 교육과정의 한계를 고려해 평가한다는 설명은 많지만, 공동교육과정이나 온라인학교로 들을 길이 있었는지도 함께 볼 수 있어요. 학교 안에 없는 과목을 학교 밖에서라도 채운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뜻이에요.

칠판에 쓰인 E=mc² 공식

대학이 공개한 안내를 함께 보세요

공대 지망생에게 물리 과목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대학과 학과마다 다르게 안내해요. 서울대는 모집단위별 전공 연계 권장과목을 공개했고, 이 과목들은 지원 자격과 무관하지만 수시 서류평가와 정시 교과역량평가에 반영된다고 밝혔어요. 공과대학 각 학과에 어떤 물리 과목이 권장되는지는 서울대 입학처 자료에서 직접 확인하는 게 정확해요.

다른 대학도 계열별 권장 과목을 안내하는 경우가 있어요. 관심 대학의 안내를 두세 곳만 모아 봐도, 물리 심화 과목이 그 학과에서 어느 정도 무게를 갖는지 감이 와요.

이미 그 학교에 다닌다면

벌써 그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요. 2학년 물리학 수업에서 심화 개념으로 이어지는 탐구 주제를 하나 잡아 깊이 파 보는 거예요. 수업 시간의 질문, 보고서, 실험 활동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담기면, 심화 과목을 늦게 듣는 아쉬움을 꽤 채울 수 있어요. 공동교육과정 신청 기간도 놓치지 마세요.

중3이라면 지망 학교 편성표에서 물리학과 그 뒤를 잇는 과목이 몇 학년 몇 학기에 있는지 동그라미를 쳐 보세요. 그 동그라미가 3학년 2학기에 걸려 있는지만 확인해도, 학교 선택의 고민이 한결 선명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