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고등학교마다 1등급이 몇 명인지 직접 계산해 봤어요
어느 저녁, 아버님 한 분이 노트북에 엑셀 파일을 띄워 놓고 상담에 오셨어요. 동네 일반고 다섯 곳의 학생 수를 적어 두고 "여기서 1등급이 몇 명씩 나오나요?" 하고 물으셨죠. 질문은 아주 정확했어요. 답도 생각보다 간단해요. 1등급 인원은 그 과목을 듣는 학생 수에 10%를 곱하면 거의 맞아요.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바뀐 내신 5등급제에서는 상위 10%까지가 1등급이에요. 그러니 한 학년이 200명이고 모두 같은 과목을 듣는다면 1등급은 대략 20명, 100명이면 10명 정도예요. 이 숫자를 알면 막연했던 '내신 따기 좋은 학교' 이야기가 계산 가능한 이야기로 바뀌어요.
숫자는 학교알리미에 다 있어요
학교알리미 누리집에서 학교 이름을 검색하고 공시 정보로 들어가면 학년별·학급별 학생 수가 나와요. 여기서 지금 중3이 들어갈 학년, 그러니까 현재 고1이나 내년 신입생 규모를 짐작할 수 있어요. 신입생 수는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니 최근 두세 해 숫자를 함께 보시면 더 정확해요.
과목별로 보고 싶다면 교과별 학업성취 사항 항목을 여세요. 과목마다 수강자 수와 성취도 분포가 나와요. 1학년 공통과목은 거의 전원이 듣지만, 2학년 이후 선택과목은 수강자 수가 확 줄어들어요. 1등급 인원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에요.
같은 10%라도 다르게 읽어야 하는 이유
여기서 많이들 놓치는 부분이 있어요. 수강자가 적은 과목은 10%를 계산했을 때 소수점이 생기잖아요. 이런 경우 실제로 몇 명까지 1등급을 주는지는 정해진 산출 방식을 따르는데, 결과적으로 소규모 과목은 1등급 자리가 한두 명뿐이거나 동점자 처리에 따라 달라지기도 해요. 수강자 열댓 명짜리 선택과목이라면 1등급은 사실상 한 명 남짓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또 하나는 동점자예요. 시험이 쉬워서 만점자가 여럿 나오면 그 학생들이 모두 같은 등수가 되면서 1등급 인원 계산이 흔들릴 수 있어요. 학교알리미 성취도 분포에서 A 비율이 유난히 높은 과목이 있다면, 그 과목은 시험이 쉽게 나와 작은 실수로 등급이 갈렸을 가능성이 커요.
1등급이 많은 학교가 꼭 쉬운 학교는 아니에요
학생 수가 많으면 1등급 인원도 많아지니 큰 학교가 유리해 보이죠. 계산상으로는 맞아요. 그런데 큰 학교가 학군 중심지에 있어 상위권 학생이 몰려 있다면, 1등급 스무 자리를 두고 겨루는 학생들이 훨씬 단단할 수 있어요. 반대로 규모가 작은 학교는 1등급 자리가 적지만 그 자리를 다투는 학생도 적을 수 있고요.
그래서 1등급 인원은 혼자 보면 안 되고 성취도 분포와 함께 봐야 해요. A 비율, 평균, 그리고 표준편차가 함께 공시되는 경우가 많은데, 표준편차는 점수가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지를 보여 주는 숫자예요. 크면 실력 차이가 넓게 벌어진 학교, 작으면 비슷한 학생들이 촘촘히 모인 학교라고 보시면 돼요.
2학년부터는 계산이 과목마다 갈라져요
1학년 공통과목은 학년 전체가 함께 들으니 계산이 쉬워요. 그런데 고교학점제에서는 2학년부터 학생마다 과목을 골라요. 그러면 같은 학교 안에서도 과목마다 수강 인원이 제각각이 돼요. 물리를 듣는 학생은 마흔 명, 경제를 듣는 학생은 스무 명, 이런 식이에요. 1등급 자리는 과목별로 따로 계산되니, 아이가 고를 과목의 수강 인원까지 짐작해 봐야 진짜 그림이 나와요.
학교알리미에서 지난해 2학년 교과별 학업성취 사항을 보면 과목별 수강자 수가 나와요. 내년에도 비슷할 거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 학교에서 어떤 과목이 인기 있고 어떤 과목이 소수 과목인지 감을 잡기엔 충분해요. 인원이 아주 적은 과목을 고를 때는 등급보다 그 과목을 듣는 의미가 더 큰지 한 번 따져 보세요.
한 가지 더, 학교알리미의 숫자는 지난해 기준이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공시는 이미 지나간 학년도의 결과를 담고 있어서, 아이가 입학할 해와 똑같지는 않아요. 신입생 수가 갑자기 늘거나 줄기도 하고, 선생님이 바뀌면 시험 난이도도 달라져요. 그래서 한 해 숫자보다 두세 해의 흐름을 보는 편이 훨씬 믿을 만해요.
계산이 끝났다면 아이 쪽 숫자를 보세요
학교 숫자를 다 모았다면 이제 아이 숫자를 옆에 놓을 차례예요. 중학교 성적표에서 성취도 말고 원점수와 과목 평균을 보세요. 아이가 지금 중학교에서 상위 몇 % 정도에 있는지를 대략 가늠하면, 그 위치가 어느 학교에서 1등급 근처일지 3등급 근처일지 감이 와요.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방향은 잡을 수 있어요.
그 아버님은 엑셀에 칸을 하나 더 만드셨어요. '우리 아이가 이 학교에서 몇 번째쯤일까.' 오늘 하실 일도 그거 하나면 충분해요. 학교 숫자 옆에 아이의 자리를 한 줄 적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