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은 AI가 해 주는데 컴공을 가도 될까요
"AI가 코딩을 다 해 준다는데, 우리 애 컴공 보내도 될까요?" 요즘 학부모 상담에서 이 질문이 빠지는 날이 드물어요. 뉴스에서는 AI가 몇 초 만에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장면이 나오고, 개발자 채용이 줄었다는 기사도 보이니 걱정이 되는 게 당연해요. 아이는 컴퓨터가 좋다는데 부모 입장에서는 사라질 직업으로 등 떠미는 건 아닌지 마음이 무거우시죠.
저는 이렇게 말씀드려요. 컴퓨터공학과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컴퓨터공학과에서 길러야 하는 능력의 무게중심이 옮겨 가고 있다고요. 단순히 코드를 빨리 많이 쓰는 능력은 분명히 값이 떨어지고 있어요. 대신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AI가 만든 코드가 맞는지 판단하고, 여러 부품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엮는 능력은 오히려 더 귀해지고 있어요.
컴퓨터공학과는 코딩 학원이 아니에요
먼저 오해 하나를 풀고 싶어요. 컴퓨터공학과 4년이 코딩 기술만 가르치는 곳이라면 AI 시대의 걱정이 맞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실제 교육과정을 보면 코딩은 도구일 뿐이에요. 컴퓨터가 어떤 원리로 계산하는지, 데이터를 어떻게 저장하고 찾는지, 수많은 컴퓨터가 네트워크로 어떻게 대화하는지, 문제를 가장 빠르게 푸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배워요. 자료구조, 알고리즘, 운영체제, 컴퓨터구조 같은 과목들이에요.
이런 지식은 AI가 등장했다고 쓸모없어지지 않아요. 오히려 AI 자체가 이 원리 위에서 돌아가요. AI를 만들고, 고치고, 더 빠르고 안전하게 돌리는 일은 결국 컴퓨터의 원리를 깊이 아는 사람의 몫이에요.
AI가 짠 코드, 누가 책임질까요
AI가 코드를 써 주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 코드가 늘 맞는 건 아니에요. 그럴듯해 보이지만 특정 상황에서 오류가 나거나, 보안에 구멍이 있거나, 너무 느린 경우가 있어요. 은행 시스템이나 병원 시스템에 그런 코드가 들어가면 큰 사고가 나겠죠. 그래서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토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해요.
비유하자면 계산기가 나왔다고 회계사가 사라지지 않은 것과 비슷해요. 계산은 기계가 하지만, 무엇을 계산할지 정하고 결과가 맞는지 판단하는 건 여전히 사람이에요. 다만 계산만 하던 사람의 자리는 줄었죠. 컴퓨터공학 분야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시면 돼요.
그래서 어떤 학생에게 맞을까요
변화가 일어나는 만큼, 이 학과에 맞는 학생의 모습도 조금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코딩을 일찍 시작해 손이 빠른 학생이 눈에 띄었다면, 이제는 원리를 궁금해하는 학생이 더 오래 버텨요. 프로그램이 왜 이렇게 동작하는지,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끝까지 파고드는 아이요.
수학과 논리를 어려워하지 않는 것도 여전히 중요해요. 알고리즘과 AI 모두 수학 위에 서 있거든요. 그리고 하나 더, 사람들이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관찰하는 눈이 있으면 좋아요. 코드를 쓰는 일이 쉬워질수록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해지니까요.
부모님이 확인해 보실 것들
아이가 컴퓨터공학과를 원한다면 몇 가지를 함께 살펴보시면 좋겠어요. 아이가 컴퓨터로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워하는지 보세요. 게임을 즐기는 것과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해하는 것은 전혀 달라요. 작은 프로그램이라도 직접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지, 막혔을 때 스스로 해결해 본 적이 있는지도요.
대학을 고를 때는 학과 이름보다 교육과정을 보세요. AI 관련 과목이 얼마나 개설되어 있는지, 학생들이 직접 프로젝트를 해 볼 기회가 있는지, 다른 전공과 함께 배울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지요. 이런 정보는 각 대학 학과 홈페이지와 입학처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고등학교 선택과목은 수학 계열과 정보 과목을 중심으로 관심 대학의 권장 과목을 함께 확인해 주세요.
피해야 할 건 학과가 아니라 얕은 준비예요
컴퓨터공학과를 피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이거예요. 학과를 피할 이유는 없지만, 코딩 기술 몇 개만 익히고 가는 얕은 준비는 피해야 해요.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에는 원리를 이해하고, 판단하고, 새로운 걸 기획하는 사람이 필요해요. 그런 능력은 대학 4년 동안 제대로 공부하면 충분히 기를 수 있어요.
오늘 아이에게 이렇게 물어봐 주세요. "AI한테 시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뭐야?" 그리고 아이가 말한 그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해 보세요. 그 대화 속에서 아이가 컴퓨터공학과에 맞는지, 부모님도 아이도 조금 더 분명하게 보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