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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

작가가 꿈이라면 고등학교 때 써 둘 것들

EDU HIGH 운영자 · 2025.11.04

노트 맨 뒷장에 몰래 소설을 쓰는 학생이 있어요. 수업 시간에 떠오른 문장을 잊어버릴까 봐 급하게 적어 두고, 쉬는 시간에 다시 읽어 보며 고쳐 쓰는 학생이요. 그런 학생이 진로 희망 칸에 '작가'라고 적으려다 망설이는 이유는 대개 비슷해요.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예창작학과에 가면 정말 작가가 될 수 있는지 아무도 분명하게 말해 주지 않으니까요.

먼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부터 할게요. 작가가 되는 데 정해진 학과는 없어요. 다른 전공을 하고 작가가 된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문예창작학과는 글쓰기를 4년 동안 집중해서 훈련하고,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과 서로의 글을 읽고 비평하는 환경을 줘요. 혼자서는 얻기 어려운 그 환경이 이 학과의 가장 큰 의미예요.

베이지색 타자기

대학에서는 이렇게 글을 써요

문예창작학과 수업의 중심은 합평이에요. 학생이 쓴 작품을 수업 시간에 함께 읽고, 교수와 동료들이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운지 이야기하는 시간이에요. 처음에는 내 글이 여러 사람 앞에서 해부되는 게 무척 아프게 느껴져요.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며 내 글을 독자의 눈으로 보는 법을 배워요.

장르별 창작 수업도 있어요. 시, 소설, 희곡, 시나리오, 동화, 수필처럼 장르마다 다른 글쓰기 방식을 배워요. 여기에 문학 이론과 작품 분석 수업이 함께 가요. 좋은 작가는 좋은 독자이기도 해야 하니까요. 대학에 따라 웹소설, 게임 시나리오, 방송 대본처럼 새로운 장르를 다루는 수업을 두기도 해요.

졸업 후 진로도 전업 작가 하나만 있는 건 아니에요. 출판사 편집자, 방송과 영상 분야의 작가, 광고 카피라이터, 기업의 콘텐츠 기획자처럼 글을 다루는 일은 여러 곳에 있어요. 글쓰기를 생업으로 이어 가면서 자기 작품을 꾸준히 쓰는 사람이 많아요. 등단이나 출간은 학과를 졸업한다고 저절로 따라오는 게 아니라, 졸업 후에도 계속 쓰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입시에서 꼭 확인할 것

문예창작학과는 대학마다 입시 방식이 크게 달라요. 정해진 주제로 현장에서 글을 쓰는 실기를 보는 곳이 있고, 실기 없이 학생부와 교과 성적으로 뽑는 곳도 있어요. 실기를 보더라도 시, 소설, 수필 중 어떤 장르를 보는지, 시간은 얼마나 주는지가 달라요.

그래서 관심 대학이 생기면 그 대학의 모집요강을 먼저 확인해야 해요. 실기 비중이 큰 대학을 목표로 한다면 제한 시간 안에 글을 완성하는 연습이 필요하고, 학생부 중심이라면 교과 성적과 함께 글쓰기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학생부에 드러나야 해요. 입시 방식은 해마다 바뀔 수 있으니 고2 무렵 다시 한번 꼭 확인하세요.

책과 함께 선반에 놓인 오래된 타자기

고교 때 해 둘 세 가지 습관

어떤 입시를 준비하든 작가 지망생에게 공통으로 필요한 습관이 있어요. 첫째는 매일 쓰는 습관이에요. 길지 않아도 돼요. 하루 한 문단이라도 꾸준히 쓰는 사람과 영감이 올 때만 쓰는 사람은 1년 뒤 차이가 커요. 일기도 좋고, 오늘 본 장면 하나를 묘사하는 글도 좋아요.

둘째는 넓게 읽는 습관이에요. 좋아하는 장르만 읽지 말고 시, 소설, 에세이, 그리고 문학이 아닌 책까지 골고루 읽어 보세요. 과학책에서 얻은 이미지 하나가 시가 되고, 역사책 속 한 장면이 소설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셋째는 고쳐 쓰는 습관이에요. 처음 쓴 글을 일주일 뒤에 다시 읽고 고쳐 보세요. 작가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일은 처음 쓰는 게 아니라 고쳐 쓰는 일이에요.

학생부에서는 어떻게 보여 줄까요

학생부 중심 전형을 생각한다면 국어 수업에서의 모습이 가장 중요해요. 작품을 읽고 나만의 해석을 내놓은 경험, 창작 활동에서 고민한 과정이 교과 기록에 담기면 좋아요. 교내 백일장이나 문예 동아리, 학교 신문 같은 활동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요.

다만 수상 실적을 쌓는 데만 매달릴 필요는 없어요. 대학이 보고 싶은 건 화려한 결과보다 글을 대하는 태도예요. 왜 이 작품을 썼는지, 쓰면서 무엇을 고민했는지, 무엇을 고쳤는지가 드러나는 기록이 더 오래 남아요.

오늘 쓸 한 문단

작가는 결국 오늘 쓰는 사람이에요. 오늘 집에 가는 길에 본 장면 하나를 골라 다섯 문장으로 써 보세요. 날씨, 소리, 냄새, 사람들의 표정까지. 그리고 그 글을 일주일 뒤에 다시 꺼내 한 문장만 고쳐 보세요. 그 고친 한 문장이 여러분을 작가에 한 걸음 더 가깝게 데려다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