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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

법학과가 부활한다는데 지금 지원해도 될까요

EDU HIGH 운영자 · 2026.09.23

"법학과는 없어진 거 아니에요?" 법조인을 꿈꾸는 고2 학생에게 자주 듣는 말이에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법학전문대학원, 흔히 로스쿨이라고 부르는 제도가 생기면서 로스쿨을 둔 대학들은 학부의 법학과를 더 이상 뽑지 않게 됐어요. 하지만 로스쿨이 없는 대학에는 법학과가 계속 있었고, 법과 행정을 엮은 학과들도 꾸준히 학생을 뽑아 왔어요.

최근에는 로스쿨을 둔 대학에서도 학부 단계의 법학 교육을 다시 열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다만 이런 변화는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라, 확정되기 전까지는 소식만 보고 판단하면 안 돼요. 지원하려는 해의 모집요강에 실제로 학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예요.

정의의 여신상과 망치, 펼쳐진 책

학부 법학과와 로스쿨은 다른 길이에요

여기서 많은 학생이 헷갈려요. 학부 법학과를 졸업한다고 바로 변호사가 되는 건 아니에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변호사가 되려면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해요. 로스쿨은 학부 전공과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는 대학원이고요.

그러니까 학부 법학과는 "변호사가 되는 학과"라기보다 "법을 학문으로 공부하는 학과"에 가까워요. 법학과를 나와 로스쿨에 가는 학생도 있지만, 법 지식을 살려 공무원, 기업 법무 지원, 공공기관, 경찰, 각종 자격 시험 쪽으로 가는 학생도 많아요.

법학과에서 실제로 배우는 것

법학과의 첫해는 헌법, 민법, 형법 같은 기본법으로 시작해요. 조문을 외우는 것보다 그 조문이 왜 그렇게 쓰였는지, 실제 사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따지는 공부가 중심이에요. 판결문을 읽고, 같은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이 왜 나오는지 비교하는 일이 많아요.

그래서 법학과에 잘 맞는 학생은 긴 글을 끝까지 꼼꼼히 읽는 걸 힘들어하지 않고, "이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이지?" 하고 단어 하나에 멈춰 서는 습관이 있는 학생이에요. 말싸움을 잘하는 것과는 조금 달라요. 상대 주장의 빈틈을 찾는 것만큼 내 주장의 근거를 쌓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법학 시험은 대개 사례를 주고 그 사례를 법에 비추어 풀어 쓰게 하는데, 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어느 쪽 결론을 내리든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빈틈없이 보여 주는 게 점수를 가르죠. 고등학교의 서술형 문제를 꼼꼼하게 쓰는 학생이 법학 공부에도 잘 적응하는 이유예요.

법학과 말고도 법을 배우는 학과가 있어요

법과 가까운 학과는 생각보다 많아요. 경찰행정학과는 수사와 치안에 필요한 법을, 행정학과는 정부가 일하는 규칙을, 공공인재 계열 학과는 공무원이 되는 데 필요한 법과 행정을 함께 다뤄요. 지식재산이나 부동산처럼 특정 분야의 법을 깊게 배우는 학과도 있어요.

학과 이름에 '법'이 들어가지 않아도 교육과정을 열어 보면 법 과목이 절반 가까이 되는 곳도 있어요. 그러니 학과 이름보다 교육과정표를 먼저 보세요. 내가 관심 있는 법이 어느 학과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지가 보일 거예요.

법원 건물 위의 정의의 여신상

지금 법학과를 고민한다면 따져 볼 세 가지

첫째, 내가 가려는 대학에 법학과가 실제로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모집하는지. 제도 변화가 논의되는 시기에는 대학 입학처 공지를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해요. 둘째, 로스쿨을 목표로 한다면 학부 법학과가 꼭 유리한지. 로스쿨은 다양한 전공 출신을 뽑으니, 법학과가 아니어도 길은 열려 있어요. 셋째, 로스쿨에 가지 않게 되더라도 이 학과에서 배운 것을 어디에 쓸 수 있는지.

세 번째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다면 법학과는 좋은 선택이에요. 법을 아는 사람은 어느 조직에서든 필요하니까요.

고2 생활기록부에서 보여 줄 것

법에 관심 있다는 걸 보여 주려고 모의재판 활동만 늘어놓을 필요는 없어요. 사회 과목에서 배운 기본권 내용을 학교 규칙과 연결해 따져 보거나, 뉴스에서 본 판결 하나를 골라 판결 이유를 차근차근 읽어 보는 경험이 훨씬 깊이 있어 보여요. 국어 시간의 논증 글쓰기도 법학과가 원하는 힘과 바로 맞닿아 있고요.

오늘 뉴스에서 '판결'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사 하나를 찾아보세요. 그리고 법원이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한 문장으로 적어 보세요. 그 한 문장을 쓰기가 즐거웠다면, 법학은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공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