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이 목표라면 학부 전공은 무엇이 나을까
"변호사 되려면 대학은 무슨 과를 보내야 해요?" 학부모 상담에서 정말 자주 받는 질문이에요. 그리고 부모님들이 가장 의외라고 느끼시는 대답이 이거예요. 정해진 학과는 없어요. 로스쿨은 학부에서 무엇을 전공했든 지원할 수 있는 대학원이고, 실제로 인문, 사회, 경영, 공학, 자연 계열까지 출신 전공이 꽤 넓게 퍼져 있어요.
그렇다고 아무 학과나 상관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어느 학과가 유리하다기보다, 어떤 학부 생활이 로스쿨 입학과 그 이후에 힘이 되는지를 보는 편이 정확해요.
로스쿨이 학부에서 보는 것
로스쿨 입학 과정에서는 대체로 학부 성적, 법학적성시험(LEET라고 불러요), 영어 성적, 자기소개서와 면접 같은 요소를 함께 봐요. 어떤 요소를 얼마나 반영하는지는 학교마다 달라서, 지원할 시점에 각 로스쿨의 모집요강을 꼭 확인하셔야 해요.
여기서 눈여겨볼 건 학부 성적이에요. 학부 4년의 성적이 그대로 평가 자료가 되거든요. 그래서 "법과 관련된 학과니까"라는 이유로 아이가 흥미 없는 학과에 들어가 성적을 관리하지 못하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어요. 아이가 좋아서 열심히 할 수 있는 전공이 결국 성적도 지켜 줘요. 이건 상담에서 거듭 확인하게 되는 이야기예요.
법학과가 무조건 유리하지 않은 이유
로스쿨을 둔 대학은 학부 법학과를 두지 않는 구조라서, 법학과가 있는 대학의 선택지 자체가 제한적이에요. 또 로스쿨은 다양한 배경의 법조인을 길러 내려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라서, 학부에서 법을 미리 배웠다는 사실이 입학에 특별한 가산점이 되지는 않아요. 입학 시험인 법학적성시험도 법 지식이 아니라 읽고 추론하는 힘을 재는 시험이에요.
물론 법학을 먼저 공부한 학생이 로스쿨 수업에 적응하기는 조금 수월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건 입학 이후의 이야기이고, 다른 전공 학생들도 첫 학기에 따라잡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하나 더 생각해 보실 점이 있어요. 아이가 대학에 들어간 뒤 로스쿨이 아닌 다른 길로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거예요. 스무 살의 꿈이 몇 년 뒤에도 그대로라는 보장은 없거든요. 그때 학부 전공이 아이 스스로 좋아서 고른 학과라면, 방향을 틀어도 쌓아 온 공부가 그대로 힘이 돼요.
오히려 다른 전공이 무기가 되기도 해요
변호사 업무는 점점 전문 분야로 나뉘고 있어요. 의료 분쟁, 특허와 기술, 금융, 환경, 노동처럼 법 지식에 다른 분야의 이해가 더해져야 하는 일이 많죠. 공학을 전공한 변호사는 특허 분야에서, 경영이나 회계를 공부한 변호사는 기업 관련 분야에서, 의약이나 생명과학을 공부한 사람은 의료 분야에서 강점을 갖기 쉬워요.
그래서 아이가 과학이나 공학을 좋아한다면 "법조인 되려면 문과 가야지"라며 방향을 틀 필요가 전혀 없어요. 좋아하는 공부를 깊이 한 다음 로스쿨에서 법을 더하는 길이 오히려 아이만의 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어요.
학부 생활에서 쌓으면 좋은 힘
어느 학과를 가든 공통으로 도움이 되는 건 긴 글을 정확히 읽고, 논리적으로 쓰는 힘이에요. 법학적성시험의 언어이해와 추리논증 영역이 바로 이 힘을 보거든요. 철학, 경제학, 정치학처럼 논증과 자료 해석을 많이 하는 전공이 이 시험과 잘 맞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예요.
영어 실력도 꾸준히 관리하는 게 좋아요. 많은 로스쿨이 공인 영어 성적을 요구하니까요. 그리고 학부 시절의 동아리, 봉사, 인턴 같은 경험은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왜 법조인이 되려 하는가"를 설명하는 재료가 돼요.
부모님이 지금 해 주실 수 있는 일
고등학생 자녀가 법조인을 꿈꾼다면, 지금은 학과를 정해 주기보다 아이가 무엇에 오래 몰입하는지 지켜봐 주세요. 사회 문제에 대해 말할 때 눈이 반짝이는지, 과학 뉴스에 더 끌리는지, 사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지. 그 관심이 나중에 로스쿨 자기소개서의 첫 문장이 됩니다.
오늘 저녁 식탁에서 "법조인이 되면 어떤 사건을 맡아 보고 싶어?"라고 한 번 물어봐 주세요. 그 대답 속에 아이에게 맞는 학부 전공의 힌트가 들어 있을 거예요. 대답이 금방 나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질문을 받은 그날부터 아이는 뉴스를 조금 다르게 보기 시작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