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인기 학과는 어떻게 바뀌어 왔을까
부모님 세대가 대학에 가던 시절, 가장 인기 있던 학과를 떠올려 보세요. 그때 친구들이 몰리던 학과가 지금도 같은 자리에 있나요? 대부분의 부모님은 고개를 저으세요. 어떤 학과는 그대로 인기가 높지만, 어떤 학과는 이름조차 사라졌고, 그때는 아무도 몰랐던 학과가 지금은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 되기도 했죠.
이 흐름에서 얻을 교훈은 단순해요. 지금 뜨는 학과가 10년 뒤에도 뜰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 그래서 학과를 고를 때는 '인기'보다 '아이가 그 학과에서 4년을 버틸 수 있는가'와 '거기서 배우는 힘이 다른 곳에서도 쓰이는가'를 함께 봐야 해요.
산업이 커지면 학과도 커졌어요
지난 수십 년 동안 학과의 인기는 그 시대에 커지던 산업을 따라 움직였어요. 제조업과 수출이 성장을 이끌던 시절에는 기계, 전자, 화학 같은 공학 계열이 주목받았고, 컴퓨터와 인터넷이 퍼지면서 컴퓨터 관련 학과가 크게 늘었죠. 금융 산업이 커질 때는 경영·경제 계열이 인기였어요.
한 번 오른 학과가 계속 오르기만 한 것도 아니에요. 산업에 거품이 끼었다 빠지면 그 학과의 인기도 출렁였어요. 같은 학과가 몇 년 사이에 '가장 핫한 곳'에서 '애매한 곳'으로, 다시 '꼭 가야 하는 곳'으로 바뀌는 일도 있었어요.
이런 출렁임에는 시간 차이가 숨어 있어요. 어떤 산업이 뜬다는 뉴스가 나오면 그해 고3이 그 학과로 몰리는데, 그 학생들이 졸업하는 건 몇 년 뒤예요. 그사이 같은 생각을 한 졸업생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정작 졸업할 무렵에는 경쟁이 훨씬 치열해져 있기도 했죠. 인기를 따라가는 선택이 늘 늦게 도착하는 이유예요.
경제 위기는 '안정'을 찾게 만들었어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은 뒤로 우리 사회의 학과 선택에는 '안정'이라는 기준이 강하게 자리 잡았어요. 평생 직장이 흔들리는 걸 본 부모님 세대는 자격증과 면허가 있는 직업,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을 더 귀하게 여기게 됐죠. 의약 계열이나 교대, 공무원으로 이어지는 학과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데는 이런 경험이 깔려 있어요.
이 선택이 틀렸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다만 안정을 찾아 모두가 같은 문으로 몰리면, 그 문은 점점 좁아지고 그 안에서도 경쟁이 생긴다는 걸 함께 봐야 해요.
사라진 학과는 사실 사라지지 않았어요
흥미로운 건 '인기가 식은' 학과들이 정말로 쓸모없어진 경우는 드물다는 거예요. 이름을 바꾸거나 다른 학과와 합쳐지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남은 경우가 많아요. 전통적인 학문이 새 기술과 만나 융합 학과가 되기도 하고요. 학과 이름은 바뀌어도, 그 안에서 키우는 생각하는 힘은 계속 다른 분야로 옮겨 갔어요.
그래서 아이가 비인기 학과에 관심을 보일 때 너무 빨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 학과에서 무엇을 배우고, 그 힘이 어디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게 먼저예요.
10년 뒤를 대비하는 학과 선택
지금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같은 분야가 주목받는 건 분명한 흐름이에요. 그런데 지금 고등학생인 아이는 대학을 마치고 사회에 나가기까지 꽤 긴 시간이 남아 있어요. 그 사이에 기술도, 산업도, 일하는 방식도 달라질 거예요.
그래서 저는 부모님께 두 가지를 함께 보시라고 말씀드려요. 하나는 그 학과에서 배우는 기초가 얼마나 넓게 쓰이는가예요. 수학, 데이터, 글쓰기, 사람을 이해하는 힘처럼 여러 분야에서 쓰이는 기초가 탄탄한 학과는 변화에 덜 흔들려요. 다른 하나는 아이가 그 공부를 좋아할 수 있는가예요. 좋아하지 않는 공부를 4년 동안 붙들고 있는 건 어떤 인기 학과에서도 힘든 일이거든요.
부모님 세대의 경험을 이렇게 나눠 주세요
아이에게 "그때는 이 학과가 최고였는데 지금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건 좋은 대화가 될 수 있어요. 다만 부모님의 경험은 아이에게 세상이 생각보다 빨리 변한다는 걸 보여 주는 살아 있는 자료예요. 결론을 "그러니 너는 이 학과 가라"로 맺기보다는 "그러니 인기는 바뀌더라, 너는 뭘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니?"로 맺어 주세요.
오늘 저녁 식탁에서 부모님이 대학 갈 때 인기 있던 학과 이야기를 하나 꺼내 보세요. 아이가 그 이야기에서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듣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걸 알게 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