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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

AI로 숙제하는 시대, 대학이 눈여겨보는 학생의 흔적

EDU HIGH 운영자 · 2026.06.08

AI 바람 속에서 대입에 유리해지는 학생은 AI를 가장 잘 쓰는 학생이 아니에요. 자기 생각의 흔적을 남길 줄 아는 학생이에요. 탐구 보고서 한 편을 AI가 몇 분 만에 써 주는 시대일수록, 대학은 그 학생이 직접 고민하고 부딪치고 고쳐 나간 과정을 더 찾아보게 되거든요.

고1 교실에서 요즘 이런 장면을 자주 봐요. 수행평가 보고서를 AI로 깔끔하게 정리해 낸 학생과, 조금 투박하지만 자기가 직접 조사한 내용을 붙들고 끝까지 고민한 학생. 당장의 점수는 비슷할 수 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학생부에 무엇을 적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두 학생의 차이가 보이기 시작해요.

책상에서 노트북으로 타자를 치는 사람

학생부에 적히는 건 결과보다 과정이에요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흔히 세특이라고 부르는 기록은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직접 관찰한 학생의 모습을 적는 칸이에요. 보고서의 완성도만이 아니라, 그 학생이 어떤 질문을 했는지, 발표에서 친구의 반론에 어떻게 답했는지, 처음 생각을 어떻게 바꿔 나갔는지가 기록의 재료가 되죠.

AI가 써 준 보고서에는 이런 장면이 없어요. 결과물은 매끈해도 선생님이 관찰할 '과정'이 비어 있는 거예요. 반대로 서툴더라도 수업 시간에 질문하고, 막힌 곳을 들고 찾아오고, 다음 발표에서 고친 모습을 보여 준 학생은 선생님이 적을 거리가 풍부해요.

대학은 진짜 생각을 확인하는 장치를 갖고 있어요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 면접을 보는 대학이 많아요. 면접관은 학생부에 적힌 활동에 대해 "그걸 왜 하게 됐어요?", "그 결과가 예상과 달랐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같은 질문을 던져요. 직접 고민한 학생은 이런 질문에 자기 말로 대답할 수 있지만, 남이 대신 해 준 활동이라면 금방 말문이 막히죠.

또 수업 시간에 직접 쓰는 논술형 평가나 발표처럼 그 자리에서 생각을 보여 줘야 하는 평가도 학교 현장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어요. 이런 평가에서는 AI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 평소에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 본 학생이 강할 수밖에 없어요.

자기소개서가 대입에서 빠지면서 대학이 학생을 이해하는 창은 학생부와 면접으로 더 좁아졌어요. 그만큼 학생부에 적힌 한 줄 한 줄이 무게를 갖게 됐죠. 그 한 줄이 학생 스스로 만든 장면에서 나온 것인지는, 면접 자리에서 몇 마디만 나눠 봐도 생각보다 잘 드러나요.

유리해지는 학생의 세 가지 모습

제가 보기에 AI 시대에 대입에서 돋보이는 학생은 이런 모습을 갖고 있어요. 먼저 질문이 있는 학생이에요. 수업 내용을 받아 적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건 왜 그래요?"를 묻는 학생이죠. 다음은 끝까지 가 보는 학생이에요. 한 가지 주제를 정하면 자료를 찾고, 직접 실험하거나 조사하고, 결과가 이상하면 다시 해 보는 학생이요. 마지막으로 자기 말로 설명할 수 있는 학생이에요. 아무리 어려운 내용도 친구에게 쉽게 풀어 줄 수 있다면, 그건 진짜 이해한 거예요.

이 세 가지는 AI를 쓰지 말라는 뜻이 아니에요. AI로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걸 도움받더라도, 질문하고 판단하고 설명하는 부분은 내가 직접 하는 학생이 결국 앞서가요.

화면에 스프레드시트가 열린 노트북 위의 타자 치는 손

AI를 쓸 때 지켜야 할 선

학교마다 수행평가에서 AI 사용을 어떻게 허용할지 기준이 달라요. 어떤 과제는 사용을 금지하고, 어떤 과제는 사용 사실과 방법을 밝히도록 하죠. 이 기준은 과제마다 꼭 확인해야 하고, 허용되지 않은 곳에서 쓰면 부정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알아 두어야 해요.

허용된 과제라도 AI가 만든 문장을 그대로 내는 건 피하세요. AI의 답을 출발점으로 삼아 내가 직접 확인하고 고치고 덧붙인 부분이 있어야 그 과제가 내 것이 돼요. 어디까지가 AI의 도움이었고 어디부터가 내 생각인지 스스로 구분할 수 있어야 해요.

고1의 오늘이 3년 뒤를 만들어요

고1은 학생부의 첫 장이 쓰이는 시기예요. 이때 '생각하는 학생'이라는 인상을 선생님께 남겨 두면, 그 모습이 3년 동안 이어지는 기록의 바탕이 돼요. 거창한 활동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수업 시간에 질문 하나, 수행평가에서 내가 직접 고민한 문장 하나면 충분히 시작할 수 있어요.

이번 주 수업 중 한 번, 궁금한 게 생기면 그냥 넘기지 말고 손을 들어 보세요. 그 질문 하나가 AI가 대신 써 줄 수 없는 여러분만의 기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