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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

AI가 코드를 짜 준다는데 중학생은 뭘 배워야 하죠

EDU HIGH 운영자 · 2025.11.09

"엄마, 코딩 안 배워도 돼. AI가 다 짜 준대." 중학생 아이가 이렇게 말하면 부모님은 반쯤 맞는 말 같아서 대꾸하기가 애매해져요. 실제로 요즘 AI는 간단한 프로그램 정도는 몇 초 만에 만들어 줍니다. 그럼 정말 아무것도 안 배워도 될까요?

그렇지 않아요. 다만 배워야 할 것의 순서가 바뀌었어요. 코드를 쓰는 손보다,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만들어진 것이 맞는지 판단하는 머리가 먼저예요. 이 머리는 학원 한 달로 생기지 않고, 운동선수의 기초 체력처럼 매일 조금씩 쌓여야 합니다.

코드가 떠 있는 노트북 화면으로 작업하는 여성

문제를 잘게 쪼개는 힘

AI에게 "재미있는 게임 만들어 줘"라고 하면 뭔가 나오긴 해요. 그런데 내가 원한 게임은 아니죠. 원하는 걸 얻으려면 "주인공은 좌우로만 움직이고, 위에서 떨어지는 물건을 피하면 점수가 오르고, 세 번 맞으면 끝나"처럼 쪼개서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이게 바로 문제를 나누는 힘이고, 코딩 교육이 원래 길러 주려던 것도 사실 이거였어요.

이 힘은 컴퓨터 앞이 아니어도 기를 수 있어요. 라면 끓이는 과정을 처음 해 보는 사람이 따라 할 수 있게 순서대로 적어 보는 것, 수학 문제를 풀 때 "지금 구하려는 게 뭐고, 그걸 알려면 뭐가 먼저 필요하지?"를 스스로 묻는 것. 이런 연습이 다 같은 근육을 씁니다.

해 보면 의외로 어려워요. 우리가 당연하게 하는 일에도 생략된 단계가 많거든요. "물을 끓인다"라고 적었는데, 냄비에 물을 얼마나 붓는지, 불은 얼마나 세게 하는지는 빠져 있죠. 남이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적어 보면, 내가 머릿속에서 얼마나 많은 걸 건너뛰고 있었는지 알게 돼요. AI에게 일을 시킬 때 막히는 지점도 바로 거기예요.

의심하는 습관

AI는 자신만만하게 틀려요. 없는 사실을 진짜처럼 말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앞으로 더 귀해지는 건 받은 답을 그대로 믿지 않고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에요. "이거 정말이야? 어디서 확인할 수 있지?" 하고 묻는 아이와 그냥 베끼는 아이는 몇 년 뒤 완전히 다른 자리에 서 있게 될 거예요.

의심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해요. 교과서에서 배운 개념, 직접 계산해 본 경험, 책에서 읽은 내용이 그 기준이 됩니다. 기초 과목 공부가 AI 시대에 쓸모없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AI를 검사하는 도구가 되는 거죠.

재미있는 연습이 하나 있어요. 이미 답을 아는 문제를 AI에게 물어보고, 그 설명에서 틀리거나 어색한 부분을 찾아보는 거예요. 수학 교과서 예제도 좋고, 우리 동네에 대한 질문도 좋아요. 한 번이라도 AI의 실수를 직접 잡아내 보면, 그다음부터는 답을 보는 눈이 확 달라져요.

글로 생각을 정리하는 힘

의외일 수 있지만, AI를 잘 쓰는 사람들은 대체로 글을 잘 써요. AI에게 하는 말도 결국 글이니까요. 내가 원하는 걸 정확한 문장으로 적을 수 있어야 정확한 결과가 돌아와요. 막연하게 말하면 막연한 답이 오고요.

중학생에게 가장 쉬운 연습은 하루에 몇 줄이라도 자기 생각을 적는 거예요. 오늘 수업에서 이해 안 됐던 것, 친구와 의견이 달랐던 장면, 뉴스를 보고 든 생각. 잘 쓸 필요는 없어요. 머릿속에 뭉쳐 있던 생각을 문장으로 풀어내는 경험이 쌓이는 게 중요해요.

흰 테이블에서 맥북을 쓰는 사람

지루함을 견디는 집중력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예요. AI는 뭐든 빨리 해 주니까, 우리는 점점 오래 붙잡고 있는 일을 못 견디게 돼요. 그런데 진짜 새로운 생각은 대개 지루한 시간을 지나야 나와요. 한 문제를 30분 붙잡고 있다가 갑자기 풀리는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죠? 그 30분을 버티는 힘이 기초 체력의 마지막 조각이에요.

휴대폰을 잠깐 다른 방에 두고 책 한 장을 끝까지 읽어 보는 것, 어려운 문제를 해설 보기 전에 10분만 더 버텨 보는 것. 작아 보여도 이런 순간들이 모여 집중력이라는 체력이 됩니다.

코딩은 그다음에 배워도 늦지 않아요

코딩을 배우지 말라는 말은 아니에요. 관심이 있다면 해 보면 좋아요. 다만 코딩은 위에서 말한 힘들을 담는 그릇에 가까워요. 문제를 쪼갤 줄 알고, 결과를 의심할 줄 알고, 생각을 문장으로 옮길 줄 아는 아이는 어떤 언어를 배워도 빨리 늘어요. 반대로 이 힘 없이 문법만 외운 아이는 AI가 더 잘하는 부분에서 경쟁하게 되고요.

오늘 저녁엔 내일 할 일 하나를 골라, 누가 봐도 따라 할 수 있게 순서대로 다섯 줄로 적어 보세요. 그게 AI 시대의 첫 번째 코딩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