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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

손으로 말하는 언어를 통역하는 사람, 수어통역사

EDU HIGH 운영자 · 2025.05.09

재난 소식을 전하는 뉴스나 중요한 발표가 있을 때, 화면 한쪽에서 손과 표정으로 말을 전하는 사람을 본 적 있을 거예요. 수어통역사예요. 많은 사람이 수어를 손짓으로 하는 한국어 정도로 생각하지만, 사실 한국수어는 자기만의 문법을 가진 독립된 언어예요. 우리나라에서는 법으로 한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고유한 언어로 인정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수어통역사는 영어 통역사나 중국어 통역사처럼 두 언어 사이를 잇는 사람이에요. 손을 빨리 움직이는 기술보다, 두 언어의 차이를 이해하고 뜻을 정확히 옮기는 능력이 핵심이에요.

한 사람의 손을 찍은 흑백 사진

단어를 하나씩 바꾸면 통역이 안 돼요

한국어 문장을 단어 순서대로 하나씩 수어로 바꾸면 농인(청각장애가 있고 수어를 주로 쓰는 사람)은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워요. 수어는 공간을 쓰고, 표정이 문법 역할을 하고, 어순도 한국어와 달라요. 눈썹을 올리는지, 고개를 어떻게 기울이는지에 따라 질문이 되기도 하고 강조가 되기도 해요.

그래서 수어통역사는 들은 말의 뜻을 먼저 이해한 뒤, 그 뜻을 수어의 방식으로 다시 표현해요. 반대로 농인의 수어를 보고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바꿔 말하기도 하고요. 두 언어를 깊이 아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동시에 해야 한다는 점도 어려워요. 말하는 사람은 기다려 주지 않으니, 앞 문장을 수어로 옮기는 동안 다음 문장을 듣고 이해해야 하죠.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는 머리가 두 갈래로 나뉘는 느낌이 든다고 해요. 그래서 오래 통역해야 하는 자리에서는 두 사람이 번갈아 맡기도 해요. 집중력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에요.

어디서 일하나요

수어통역사가 일하는 곳은 생각보다 많아요. 방송 통역이 가장 눈에 띄지만, 실제로는 병원 진료, 관공서 민원, 법원이나 경찰서, 학교 수업, 직장 회의처럼 일상의 중요한 순간에 더 많이 함께해요. 농인이 의사의 설명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는 순간, 자기 억울함을 제대로 전해야 하는 순간에 통역사가 그 다리가 되어 주는 거예요.

지역의 수어통역센터에 소속되어 일하는 경우가 많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거나 공공기관, 방송사와 협력하기도 해요.

분야마다 알아야 할 말도 달라요. 병원에서는 의학 용어를, 법원에서는 법률 용어를, 학교에서는 과목마다 쓰는 개념어를 정확히 옮겨야 해요. 그래서 수어통역사는 통역을 맡기 전에 그 자리에서 쓰일 말을 미리 공부하고 가요. 언어를 다루는 직업이 다 그렇듯, 공부가 끝나지 않는 일이에요.

서로를 향해 뻗은 두 손의 흑백 사진

보람이 큰 만큼 무게도 있어요

통역사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보람은 소통이 막혀 있던 자리에 길이 열리는 순간이에요. 병원에서 처음으로 자기 상태를 제대로 설명 듣고 안도하는 표정을 볼 때, 이 일의 의미를 실감한다고들 해요.

하지만 현실의 어려움도 있어요. 오랜 시간 통역하면 손목과 어깨에 무리가 가고, 집중력을 계속 유지해야 해서 정신적으로도 지쳐요. 병원이나 법정처럼 무거운 상황을 자주 마주하니 마음을 돌보는 일도 중요하고요. 통역 내용은 비밀을 지켜야 하는 경우가 많아 직업윤리도 엄격하게 요구돼요.

수어통역사가 되는 길

수어통역사가 되려면 수어를 충분히 익힌 뒤 자격시험에 합격하는 과정을 거쳐요. 시험 시기와 응시 방법은 공식 기관의 공고로 확인해야 해요. 대학에 수어통역 관련 학과가 있는 곳도 있고, 지역 수어교육기관이나 복지관에서 수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도 많아요.

중요한 건 언어를 교실에서만 배우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실제 농인 공동체와 만나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해야 살아 있는 수어를 익힐 수 있어요. 영어도 원어민과 대화해야 늘듯이요.

중학생이 지금 시작할 수 있는 것

수어에 관심이 생겼다면 기초 수어를 배워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한국수어사전에서 단어를 영상으로 찾아볼 수 있어요. 자기소개나 인사 정도만 익혀도 이 언어가 얼마나 표정과 공간을 많이 쓰는지 바로 느낄 거예요. 학교나 지역에서 수어 동아리, 장애 이해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면 참여해 보는 것도 좋아요.

오늘은 거울 앞에서 수어로 "안녕하세요"와 "고맙습니다"를 해 보세요. 손만이 아니라 얼굴도 함께 말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 새로운 언어의 문이 열린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