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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

중학생이 진로를 못 정했다고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요

EDU HIGH 운영자 · 2026.01.09

중학생에게 "너 나중에 뭐 할 거야?"라고 물으면 대부분 어깨를 으쓱해요. 모르겠다고요. 그리고 그 대답을 하면서 조금 미안한 얼굴을 해요. 남들은 다 정한 것 같은데 자기만 뒤처진 것 같아서요. 그런데 꼭 미안해할 일일까요?

동물이 자라는 모습을 들여다보면 방황이 낭비가 아니라는 단서가 꽤 많이 보여요. 그 장면들을 실마리 삼아, 10대의 방황이 왜 낭비가 아닌지 풀어 볼게요.

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어린 소녀

동물들도 어릴 땐 헤매요

자연을 들여다보면 재밌는 장면이 있어요. 많은 동물이 어린 시절에 쓸데없어 보이는 행동을 잔뜩 해요. 새끼 고양이는 굴러다니는 공을 쫓고, 어린 원숭이는 나뭇가지에서 떨어지기를 반복하죠. 당장 먹이를 구하는 데는 도움이 안 되는 놀이 같지만, 이 시간 동안 몸을 쓰는 법과 세상을 다루는 법을 익혀요. 어른이 되어 살아남는 힘이 바로 이 헤매는 시간에 만들어지는 거예요.

어떤 동물은 어린 시절이 유난히 길어요. 부모 곁에서 오래 머물며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시간이 긴 동물일수록, 어른이 되어 더 복잡한 환경에 적응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사람이 다른 동물에 비해 어린 시절이 긴 것도 비슷하게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오래 헤맬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많이 배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이것저것 해 보고, 좋아했다가 금방 싫증 내고, 또 다른 걸 기웃거리는 시간이 쓸모없어 보여도, 그 안에서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못 견디는지 알아 가요.

방황과 방치는 달라요

다만 방황해도 괜찮다는 말을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뜻으로 들으면 곤란해요. 방에 누워 휴대폰만 보는 건 방황이라기보다 멈춤에 가까워요. 방황은 움직이는 거예요. 이 길 저 길 가 보고, 부딪혀 보고, 돌아오는 거죠.

그러니까 진로가 안 정해졌다면, 정하려고 애쓰기보다 여러 가지를 건드려 보는 데 힘을 쓰는 게 좋아요. 처음 해 보는 동아리, 한 번도 안 읽어 본 분야의 책, 가 본 적 없는 장소. 하나하나가 지도에 점을 찍는 일이에요. 점이 많아야 나중에 선이 그어져요.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늘 가던 길 대신 다른 길로 집에 가 보는 것도, 처음 보는 친구와 말을 걸어 보는 것도 작은 방황이에요.

창가에 걸터앉은 흰 원피스의 소녀

왜 10대의 특권이라고 할까요

어른이 되면 방황에 드는 값이 비싸져요.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걸 시작하려면 생활비 걱정이 따르고, 가족에 대한 책임도 생기죠. 그런데 10대에게 방황의 값은 상대적으로 싸요. 동아리를 바꿔도, 관심 분야가 달라져도, 큰 손해가 없어요.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시간이 넉넉하고요.

그래서 이 시기에 마음껏 헤매 보는 건 사치가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투자일 수 있어요. 어른이 되어 비싼 값을 치르고 할 방황을 지금 싸게 미리 해 두는 셈이니까요.

방황하는 동안 기록을 남겨 두면 더 좋아요. 무엇을 해 봤고, 어땠는지, 왜 그만뒀는지를 짧게라도 적어 두는 거예요. 나중에 돌아보면 그 기록 속에 반복되는 단어가 보여요. "사람들이랑 같이 할 때 재밌었다", "혼자 만들 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같은 말들이요. 헤맨 흔적이 쌓이면 그게 지도가 되고, 그 지도에서 나만의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해요.

좋아하는 게 바뀌어도 괜찮아요

중학생 때 좋아했던 게 고등학생이 되면 시들해지는 일, 아주 흔해요. 그럴 때 "나는 끈기가 없나 봐" 하고 자책하는 아이가 있는데, 그럴 필요 없어요. 좋아하는 게 바뀌었다는 건 그만큼 내가 자랐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예전에 좋아했던 것이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아요. 그림을 좋아하다가 과학으로 관심이 옮겨 간 아이는 나중에 과학 내용을 그림으로 설명하는 일을 잘하게 될 수도 있어요.

오늘 해 볼 작은 방황

이번 주에 평소라면 절대 고르지 않았을 일 하나를 해 보세요. 도서관에서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서가의 책 한 권을 펼쳐 보는 것도 좋고, 안 들어 보던 장르의 음악을 들어 보는 것도 좋아요. 재미없으면 덮어도 돼요. 그것도 나에 대해 하나 알게 된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