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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

간판이 전부가 아니라면 대학 가기 전에 길러 둘 힘

EDU HIGH 운영자 · 2026.07.30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몇 년째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이 있다는 이야기, 주변에서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거예요. 반대로 이름이 덜 알려진 대학을 나왔는데 자기 분야에서 일찍 자리를 잡은 사람의 이야기도 있고요. 부모님 세대에는 좋은 대학이 좋은 직장으로 비교적 곧게 이어졌는데, 지금은 그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어요.

대학 간판이 의미 없다는 말은 아니에요. 여전히 중요한 출발점이에요. 다만 출발점일 뿐이고, 그다음을 이끄는 건 다른 힘이에요. 아이가 대학에 가기 전에 그 힘을 길러 두면, 어느 대학에 가든 그 안에서 길을 찾아낼 수 있어요.

파란 배낭을 멘 등산객이 먼 산을 향해 흙길을 걷는 모습

스스로 배우는 힘

일을 시작하면 대학에서 배운 내용만으로는 부족해요. 기술도 바뀌고 일하는 방식도 바뀌니까요. 결국 오래 버티는 사람은 새로운 걸 스스로 찾아 배우는 사람이에요. 누가 정리해 준 내용을 외우는 데 익숙한 아이는 대학에 가서도, 회사에 가서도 누군가 정리해 주기를 기다려요.

이 힘은 고등학교에서부터 기를 수 있어요. 학원에서 받은 요약 노트 대신 교과서를 직접 정리해 보는 것, 모르는 게 생기면 바로 답을 묻기 전에 스스로 찾아보는 것. 작은 습관이지만 이게 쌓여 평생 쓰는 공부 근육이 돼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어요. 학원에 맡기면 금방 끝날 일을 아이가 혼자 붙잡고 끙끙대는 걸 보면요. 하지만 그 끙끙대는 시간이 바로 근육이 붙는 시간이에요. 모든 공부를 혼자 하라는 게 아니라, 일부라도 스스로 찾아가며 배우는 경험을 남겨 두자는 거예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힘

대학 졸업을 앞두고 가장 막막해하는 청년들은 대개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경우예요. 대학까지는 성적에 맞춰 왔는데, 그 뒤로는 정해진 길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부터 내가 어떤 일에 끌리는지, 어떤 환경에서 힘이 나는지 조금씩 알아 가는 시간이 필요해요.

부모님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이가 그 질문을 할 여유를 주는 거예요. 모든 시간을 학원과 시험으로 채우면 아이는 자기를 들여다볼 틈이 없어요. 일주일에 한두 시간이라도 아이가 좋아하는 걸 하도록 남겨 두는 게, 길게 보면 남는 투자예요.

대학을 고를 때도 이 질문이 이어져요. 성적에 맞춰 이름이 더 알려진 대학의 관심 없는 학과를 갈지, 조금 덜 알려진 대학이라도 관심 있는 학과를 갈지. 정답은 집집마다 다르지만, 이 고민을 할 때 아이가 자기 관심을 알고 있으면 훨씬 덜 흔들려요. 관심 없는 전공에서 4년을 버티는 일이 생각보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는 청년이 적지 않거든요.

배낭을 멘 두 등산객이 산길을 오르는 모습

사람과 함께 일하는 힘

직장에서 일은 거의 혼자 하지 않아요. 의견이 다른 사람과 조율하고, 내 생각을 설득력 있게 전하고, 맡은 일을 책임지는 능력이 필요해요. 이건 시험 점수로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일할 때 가장 크게 드러나는 차이예요.

학교생활 안에 이런 연습의 기회가 많아요. 모둠 활동에서 갈등을 풀어 본 경험, 동아리에서 행사를 준비해 본 경험, 학급에서 맡은 역할을 끝까지 해낸 경험. 이런 일을 "공부에 방해되는 것"으로만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모둠 활동 때문에 속상해하며 돌아온 날, "그 친구랑은 어떻게 이야기해 봤어?"라고 물어 주시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갈등을 다루는 법을 한 번 더 연습하게 돼요.

실패를 다루는 힘

마지막으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실패를 견디는 힘이에요. 취업 과정에서는 떨어지는 경험을 피하기 어려워요. 그때 무너지지 않고 다시 준비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커요. 이 힘은 어릴 때 작은 실패를 겪고 다시 일어서 본 경험에서 자라요.

시험을 망쳤을 때, 대회에서 떨어졌을 때 부모님의 반응이 아이에게 실패의 의미를 가르쳐요. 결과를 꾸짖기보다 "다음엔 뭘 다르게 해 볼까?"라고 물어 주시면, 아이는 실패를 끝이 아니라 다음 시도의 재료로 여기게 돼요.

오늘 아이에게 물어볼 것

오늘은 성적 이야기 대신 이렇게 물어보세요. "요즘 혼자 찾아서 알게 된 것 중에 제일 재밌었던 게 뭐야?" 대답이 금방 나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 질문을 받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스스로 배우는 사람의 자리에 한 번 서 보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