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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

수능을 두고 한계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따져 볼 것들

EDU HIGH 운영자 · 2025.02.03

수능이 처음 치러진 건 1993년이에요. 수험생 부모님 가운데 일부는 바로 그 시험을 직접 본 세대죠. 부모와 자녀가 같은 이름의 시험을 치르는 셈인데, 정작 두 세대가 기억하는 수능은 꽤 달라요. 과목 구성도, 선택 방식도, 점수를 쓰는 대학의 방식도 여러 번 바뀌었거든요.

그런데도 해마다 "수능은 이제 한계"라는 말이 나와요. 이 말이 맞는지 따져 보려면 무엇을 두고 한계라고 하는지부터 나눠 봐야 해요. 비판에도 몇 갈래가 있고, 그 갈래마다 답이 달라요.

수학 시험지 위에 놓인 빨간 연필

가장 자주 나오는 비판은 '하루의 시험'이에요

첫 번째 비판은 한 사람의 몇 년을 하루 시험으로 가른다는 점이에요. 그날 컨디션이 나쁘면, 긴장해서 한 과목을 망치면 결과가 크게 흔들려요. 두 번째는 시험이 정답 고르기에 머물러 생각을 펼치는 힘을 잘 보여 주지 못한다는 점이에요. 세 번째는 변별을 위해 매우 어려운 문제가 들어가면서 학교 수업만으로는 대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에요.

세 가지 모두 가볍게 넘길 말은 아니에요. 실제로 교육 당국도 이런 지적 때문에 절대평가 확대, 서·논술형 도입 같은 방안을 꾸준히 논의해 왔어요.

교실에서 보면 이 비판이 더 실감 나요. 고3 2학기가 되면 수업 시간에 교과서 대신 문제집을 펴는 아이들이 늘어나요. 수능과 직접 관련이 적어 보이는 단원은 건너뛰고 싶어 하죠. 배움이 시험 범위에 갇히는 모습을 보면, 교사들도 이 시험이 지금 모양 그대로 괜찮은지 스스로 묻게 돼요.

그래도 수능이 서른 해를 버틴 이유

반대쪽 이야기도 있어요. 수능은 전국 학생이 같은 날 같은 문제를 풀고, 같은 기준으로 채점받는 시험이에요. 학교마다 사정이 다른 내신이나 서류 평가와 비교하면 결과를 받아들이기가 쉬워요. 그래서 공정성 논란이 커질 때마다 정시 확대 요구가 나왔던 거예요.

또 한 번 실패해도 다음 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통로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어요. 고등학교 때 방황했던 학생이 늦게 마음을 다잡고 기회를 잡는 경로가 되기도 하니까요. 한계와 쓸모가 한 시험 안에 함께 있는 셈이에요.

대학 쪽 사정도 있어요. 수천 명의 지원자를 짧은 기간에 가려내야 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같은 잣대로 매겨진 점수가 꽤 쓸모 있는 자료예요. 수시에서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거는 대학이 많은 이유가 여기 있어요. 수능을 없애자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그럼 무엇으로 대신하느냐는 질문이 따라붙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수능은 계속 모양을 바꿔 왔어요

이미 정해진 변화도 있어요.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은 선택과목 없이 공통으로 치르고, 탐구도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으로 바뀌어요. 선택과목에 따라 유불리가 생긴다는 비판에 대한 답이었죠. 수능이 그대로 멈춰 있는 시험이 아니라 비판을 받을 때마다 조금씩 고쳐 쓰이는 시험이라는 걸 보여 주는 대목이에요.

그러니 "한계냐 아니냐"를 하나의 답으로 정하기보다는, 지금 우리 아이가 치를 수능이 어떤 모양인지를 정확히 아는 게 더 실용적이에요.

나무 책상 위에 놓인 흰 시험 용지

부모 세대의 수능 기억은 잠시 내려놓으세요

상담을 하다 보면 "우리 때는 수능 하나만 잘 보면 됐는데"라는 말을 자주 들어요. 그런데 지금은 수시와 정시가 나뉘어 있고, 수시 안에서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걸린 전형과 아닌 전형이 섞여 있어요. 부모 세대의 기억을 기준으로 조언하면 아이는 오히려 헷갈려요.

아이가 수시 중심인지 정시 중심인지, 목표 대학이 수능을 어떻게 쓰는지부터 함께 확인해 보세요. 같은 수능이라도 아이마다 그 무게가 전혀 달라요.

어떤 아이에게 수능은 최저기준만 맞추면 되는 관문이고, 어떤 아이에게는 당락을 모두 가르는 시험이에요. 이 차이를 모른 채 "수능이 제일 중요해"라고만 말하면, 내신과 학생부에 힘을 쏟아야 할 아이가 방향을 잃기도 해요.

시험을 바꾸는 논쟁과 아이의 하루는 따로 가요

수능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예요. 하지만 그 논쟁이 결론 나는 속도와 아이의 고등학교 3년은 따로 흘러가요. 오늘은 아이가 지원할 만한 대학 한두 곳의 모집요강을 함께 열어서, 수능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한 줄씩만 찾아 읽어 보세요. 막연한 불안이 구체적인 숫자로 바뀌는 순간이 생각보다 빨리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