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탁에서 시작하는 서술형 대비, 하루 십 분이면 돼요
글쓰기 실력은 원고지 앞에서 늘지 않아요. 저녁 식탁에서 늘어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서술형 답안을 잘 쓰는 중학생들을 보면 집에서 자기 생각을 말로 정리해 본 경험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말로 정리된 생각은 종이 위에서도 금방 문장이 되거든요.
서·논술형 시험을 늘리자는 논의가 이어지면서 학부모님들 사이에 논술 학원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중학생 시기에 필요한 건 긴 논술문을 쓰는 기술보다 짧은 답을 정확하게 쓰는 습관이에요. 이건 집에서 충분히 만들 수 있어요.
말로 먼저 정리하면 글이 따라와요
"오늘 학교 어땠어?"라고 물으면 대부분 "그냥"이라고 답하죠. 질문을 조금 바꿔 보세요. "오늘 배운 것 중에 제일 이상했던 게 뭐야?" "그게 왜 이상했어?" 이렇게 이유를 한 번 더 묻는 거예요. 아이는 처음엔 귀찮아하지만, 이유를 말하는 데 익숙해지면 서술형 답안에서 근거를 빼먹는 일이 확 줄어요.
포인트는 정답을 고쳐 주지 않는 거예요. 아이의 설명이 엉성해도 끝까지 들어 주세요. 말하다 막히는 지점이 곧 아이가 덜 이해한 부분이고, 아이도 그걸 스스로 느껴요.
뉴스 하나를 같이 보고 의견을 묻는 것도 좋아요. "너라면 찬성이야, 반대야?" 하고 묻고, 어느 쪽이든 이유를 두 개만 대 보게 하는 거예요. 부모님이 반대편 입장을 살짝 맡아 주시면 아이는 자기 근거를 더 단단하게 다듬으려고 해요. 이게 바로 논술의 첫걸음이에요.
세 문장 일기, 길이보다 순서예요
긴 일기는 오래 못 가요. 대신 하루 세 문장만 쓰게 해 보세요. 첫 문장은 오늘 있었던 일, 두 번째는 그때 든 생각, 세 번째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 순서가 서술형 답안의 뼈대와 거의 같아요. 사실, 주장, 근거죠.
처음 한 주는 문장이 어색하고 짧을 거예요. 그래도 괜찮아요. 순서를 지키는 습관이 붙으면 내용은 저절로 길어져요. 공책 대신 휴대폰 메모장에 써도 되고, 가족 단체 대화방에 올려도 돼요. 꾸준히 쓰는 게 형식보다 훨씬 중요해요.
교과서 질문을 그냥 넘기지 않기
교과서 단원 끝에는 생각해 보기 같은 질문이 꼭 있어요. 학생들은 대부분 이걸 건너뛰어요. 그런데 학교 서술형 문제는 이 질문들과 결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요. 일주일에 두세 개만 골라서 실제로 답을 써 보게 하세요. 다 쓰면 교과서 본문을 다시 보면서 빠진 개념어가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거예요.
개념어를 정확히 쓰는 건 서술형 채점에서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어요. "물이 위로 올라간다"와 "모세관 현상으로 물이 올라간다"는 같은 내용이라도 점수가 다를 수 있으니까요.
영어나 사회 교과도 마찬가지예요. 사회 교과서의 "여러분의 생각은?" 같은 질문은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서 더 좋은 연습 재료가 돼요. 아이가 쓴 답에 교과서 속 개념 하나를 꼭 넣어 보라고 조건만 걸어 주세요. 조건을 지키며 쓰는 연습은 실제 시험의 조건형 서술 문제와 그대로 이어져요.
고쳐 쓰기를 한 번만 해 보는 경험
글쓰기에서 가장 많이 느는 순간은 다시 쓸 때예요. 아이가 쓴 서술형 답안이나 세 문장 일기 중 하나를 골라 이틀 뒤에 다시 읽어 보게 해 주세요. 그리고 딱 한 문장만 더 정확하게 고쳐 보는 거예요. 부모님이 빨간 펜을 들 필요는 없어요. "이 문장, 지금 다시 보면 어때?" 정도면 충분해요.
자기 글을 남의 눈으로 다시 읽어 보는 경험은 시험장에서 답안을 검토할 때 그대로 살아나요. 시간이 남았을 때 답안을 고칠 줄 아는 아이와 그냥 엎드려 있는 아이의 차이가 여기서 생겨요.
손으로 쓰는 경험도 조금은 남겨 두세요. 요즘 아이들은 타자가 훨씬 편하지만, 학교 시험은 여전히 답안지에 직접 써요. 손으로 쓰면 고치기가 번거로워서 쓰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데, 그 멈춤이 문장을 정돈해 줘요.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공책에 쓰는 날을 정해 두면 좋아요.
부모님이 먼저 써 보시면 더 좋아요
아이에게만 쓰라고 하면 숙제가 돼요. 저녁에 부모님도 세 문장을 같이 써서 바꿔 읽어 보세요. 서로의 이유를 듣다 보면 대화가 길어지고, 그 대화가 다음 날 아이의 문장을 바꿔요. 오늘 밤에는 "오늘 제일 이상했던 일과 그 이유" 한 가지만 서로 물어보는 걸로 시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