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을 펼쳤다가 접은 교실, AI 디지털교과서에 남은 것
도입 첫 학기, 일부 학년의 영어와 수학 수업에서 학생들이 종이 교과서 대신 태블릿을 펼쳤어요. AI 디지털교과서라는 이름이었죠. 그런데 그해 여름 국회에서 법이 바뀌면서 이 교재는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가 되었어요. 학교가 반드시 써야 하는 책에서, 학교가 고를 수 있는 자료로 내려온 거예요.
학부모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건 결국 "그래서 우리 아이 수업은 지금 어떻게 되는데?"일 거예요. 짧게 말하면 학교마다 달라요. 계속 쓰는 학교도 있고, 종이 교과서 중심으로 돌아간 학교도 있어요. 왜 이렇게 됐는지 순서대로 따라가 볼게요.
처음 내세운 약속은 맞춤형 수업이었어요
AI 디지털교과서가 내건 그림은 분명했어요. 학생마다 문제를 푸는 속도와 틀리는 유형이 다르니, 인공지능이 그걸 읽고 각자에게 맞는 문제와 설명을 내준다는 거였죠. 선생님은 화면에 모인 학습 기록을 보고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더 빨리 찾을 수 있다고 했고요.
한 반 서른 명을 한 속도로 가르쳐야 하는 교실을 생각하면 매력적인 약속이었어요. 수학에서 앞 단원을 놓친 아이가 뒤처지지 않게 돕는다는 말에 기대를 건 부모님도 많았어요.
실제로 수업에서 써 본 교사들 가운데는 장점을 느낀 사람도 있었어요. 반 전체의 정답률이 바로 화면에 뜨니, 어느 문제에서 많이 막혔는지 그 자리에서 알 수 있었다는 거죠. 손을 들어 질문하기 부끄러워하던 아이가 화면 속 도움 기능을 눌러 보며 혼자 해결하는 모습도 있었다고 해요.
서두른 일정이 걱정을 키웠어요
문제는 속도였어요. 교과서는 원래 개발하고 검토하고 현장에서 시험해 보는 데 긴 시간이 걸려요. 그런데 AI 디지털교과서는 그 과정이 매우 빠르게 진행됐어요. 교사들은 써 보기도 전에 수업을 준비해야 했고, 학교는 기기와 무선망 상태를 점검하느라 바빴어요.
학부모들의 걱정도 컸어요. 화면을 보는 시간이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 아이의 학습 기록은 어디에 저장되느냐, 기기가 고장 나면 수업은 어떻게 하느냐 같은 질문이었죠. 이런 질문에 충분한 답이 나오기 전에 도입이 먼저 이뤄졌다는 점이 논란을 키웠어요.
비용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어요. 종이 교과서와 달리 디지털 교재는 이용료와 기기 관리, 통신망 같은 비용이 해마다 들어가요. 교육 예산을 어디에 써야 하느냐는 질문이 커지면서, 이 교재를 교과서로 둘지에 대한 논쟁은 국회까지 이어졌어요. 결국 법 개정으로 지위가 바뀌는 결론이 났죠.
교과서와 교육자료, 무엇이 다를까요
법이 바뀌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의무예요. 교과서는 학교가 수업에서 반드시 써야 하는 주된 교재예요. 교육자료는 학교와 교사가 필요하면 골라 쓰는 보조 자료예요. 그래서 지금은 학교 운영위원회와 교사들이 판단해 활용 여부를 정하는 구조에 가까워졌어요.
이 차이 때문에 같은 학년이라도 학교마다 수업 풍경이 갈려요. 어떤 학교는 수학 연습 문제를 풀 때만 쓰고, 어떤 학교는 거의 쓰지 않아요. 우리 아이 학교가 어느 쪽인지는 학교 교육과정 설명 자료나 담임선생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물어볼 때는 "쓰나요, 안 쓰나요?"보다 "어떤 수업 단계에서 쓰나요?"라고 묻는 편이 좋아요. 학교가 어떤 판단으로 그 방식을 골랐는지 들을 수 있거든요. 이유를 알고 나면 집에서 무엇을 보완해 주면 될지도 자연스럽게 보여요.
이 과정에서 학부모가 얻은 교훈
돌이켜 보면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을 쓰는 방식이 더 중요했어요. 인공지능이 문제를 골라 줘도, 아이가 왜 틀렸는지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해요. 맞춤형 문제는 도구일 뿐, 공부를 대신해 주지는 않아요.
또 하나는 제도가 바뀌는 속도와 아이의 공부 습관은 따로 간다는 점이에요. 교재가 바뀌고 지위가 바뀌는 동안에도 꾸준히 교과서를 복습하고 노트를 정리한 아이들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어요. 정책의 혼란이 아이의 혼란으로 번지지 않게 한 건 결국 집과 교실의 일상이었어요.
화면 앞의 공부를 한번 들여다봐 주세요
학교에서 디지털 자료를 쓰든 안 쓰든, 집에서 아이가 태블릿으로 공부하는 시간은 이미 꽤 길 거예요. 오늘은 아이 옆에 잠깐 앉아서 그 화면으로 무엇을 하는지 구경해 보세요. 문제를 푸는지, 영상을 넘기는지, 틀린 문제를 다시 보는지. 판단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