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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

예산이 빠듯해지면 학교에서 제일 먼저 쉬는 일들

EDU HIGH 운영자 · 2025.01.14

2월 교무회의에서 행정실장님이 새 학년도 예산 이야기를 꺼낼 때, 분위기를 보면 그해 살림이 대략 짐작돼요. 목소리가 조심스러워지고 "올해는 조금 아껴 써야 할 것 같습니다"라는 말이 나오면, 교사들은 바로 자기 업무의 사업비부터 떠올리죠. 교육교부금이 줄면 그 영향은 이렇게 회의실의 한마디로 먼저 와요.

그런데 줄어드는 순서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어요. 아무거나 깎이는 게 아니라, 법으로 정해진 것과 학교가 선택한 것이 나뉘어 있기 때문이에요. 그 순서를 알면 무엇을 미리 지켜야 할지가 보여요.

펜 옆에 놓인 검은 계산기

인건비와 기본 운영비는 마지막까지 버텨요

교육청 예산에서 가장 큰 덩어리는 교직원 인건비예요. 이건 줄이기 어려운 돈이에요. 학교에 나가는 기본 운영비도 전기, 수도, 급식 같은 필수 지출이 묶여 있어서 크게 손대기 어려워요. 그래서 교부금이 줄어도 이 부분은 상대적으로 늦게, 적게 흔들려요.

결국 조정은 그 바깥에서 일어나요. 교육청이 학교에 공모하거나 지정해서 주던 사업비, 시설 개선 사업의 일정, 새로 시작하려던 정책 사업 같은 것들이에요.

학교 안으로 들어오면 비슷한 구조가 한 번 더 반복돼요. 학교 기본 운영비 안에서도 공공요금과 필수 관리비가 먼저 빠지고, 남은 돈을 부서별로 나눠요. 예산이 빠듯한 해에는 이 마지막 나눔이 가장 치열해져요. 교과 협의회 운영비, 학급 운영비, 행사비가 서로의 몫을 두고 줄을 서는 셈이에요.

먼저 흔들리는 건 목적 사업이에요

교사들이 체감하는 첫 변화는 공모 사업이에요. 독서 교육, 진로 체험, 동아리 지원, 수업 연구회 같은 이름으로 학교마다 따로 받던 돈이 줄거나 선정 학교 수가 줄어요. 작년에는 당연히 하던 프로그램이 올해는 예산이 없어 쉬게 되는 일이 생기죠.

시설 쪽도 비슷해요. 화장실 개선이나 냉난방기 교체처럼 미뤄도 당장 수업이 멈추지 않는 공사는 순서가 뒤로 밀리기 쉬워요. 학생과 학부모 눈에는 "왜 우리 학교만 늦지?"로 보이지만, 사실은 교육청 전체 우선순위가 바뀐 결과인 경우가 많아요.

기간제 강사나 협력 인력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기초학력 협력 강사, 방과후 프로그램 강사, 상담 보조 인력처럼 사업비로 운영되던 자리는 예산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해요. 이분들이 빠지면 그 몫의 일은 고스란히 정규 교사에게 돌아와요.

사람이 하는 일로 빈자리가 채워질 때

예산이 줄었다고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활동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그 빈자리는 종종 교사의 시간으로 채워져요. 외부 강사를 부르던 진로 특강을 담임이 직접 하고, 업체에 맡기던 행사 준비를 부서 교사들이 나눠 맡는 식이죠.

이게 몇 해 이어지면 업무 부담이 조용히 쌓여요. 그래서 예산이 줄어드는 시기일수록 학교 차원에서 무엇을 계속하고 무엇을 쉴지 분명히 정하는 게 필요해요. 모든 걸 예전처럼 하려다 보면 교사가 지치고, 결국 수업 준비 시간이 줄어들어요.

쉬기로 한 사업은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이유를 짧게 알려 주는 게 좋아요. 아무 설명 없이 사라지면 "학교가 대충 한다"는 오해를 사기 쉬워요. 예산 사정으로 올해는 쉬고, 대신 이런 활동을 한다는 한 줄이면 충분해요.

재무 서류 위에 띄운 휴대폰 계산기 화면

교사가 미리 해 둘 수 있는 준비

부서 업무를 맡고 있다면 지금 하고 있는 사업 하나하나에 학생에게 남는 것을 한 줄씩 적어 두세요. 예산 조정 회의에서 "이 사업은 왜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참여 학생 수나 결과물 같은 근거가 있으면 우선순위를 지키기가 훨씬 쉬워요.

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대안도 미리 생각해 두면 좋아요. 지역 기관과의 협력, 졸업생 멘토링, 교내 교사 연수처럼 돈보다 연결이 중요한 활동들이요. 예산이 넉넉할 때는 눈에 잘 띄지 않던 선택지가 이럴 때 쓸모를 보여 줘요. 학부모 재능 기부나 지역 대학의 학생 봉사단도 생각보다 좋은 자원이 되곤 해요.

줄어드는 해에 더 선명해지는 질문

예산이 줄면 학교는 결국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게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돼요. 그 질문은 불편하지만, 관성으로 이어 오던 행사를 돌아볼 기회이기도 해요. 이번 학기에 맡은 사업 중 하나를 골라, 예산이 절반이라면 무엇을 남길지 혼자 적어 보세요. 그 답이 내년 계획서의 첫 줄이 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