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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

긴 지문 앞에서 한숨부터 나오는 아이들과 PISA 읽기

EDU HIGH 운영자 · 2026.01.28

중학교 3학년 국어 시간에 긴 지문을 나눠 주면 교실에서 한숨 소리가 먼저 들려요. 지문 길이를 손가락으로 재 보는 아이도 있고, 문제부터 읽고 답이 있을 법한 문단만 찾아 읽는 아이도 있죠. 끝까지 읽기 전에 이미 지쳐 있는 모습이에요. PISA 읽기 결과를 두고 나오는 걱정의 상당 부분이 이 장면과 겹쳐요.

PISA는 OECD가 여러 나라의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몇 해마다 실시하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예요. 한국은 오랫동안 읽기에서 상위권을 지켜 왔기 때문에,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소식이 나오면 충격이 커요. 그런데 숫자보다 더 들여다봐야 할 건 그 숫자를 만든 읽기 습관이에요.

펼쳐진 책

PISA가 재는 읽기는 학교 시험과 달라요

PISA 읽기는 정답 하나를 고르는 지문 독해에 그치지 않아요. 여러 자료를 오가며 정보를 찾고, 글쓴이의 의도를 따져 보고, 서로 다른 출처의 내용이 부딪칠 때 어느 쪽을 믿을지 판단하는 힘까지 봐요. 화면 위에서 여러 창을 오가며 읽는 디지털 환경의 문항도 들어가요.

그래서 학교 국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아이도 PISA식 문제 앞에서는 당황할 수 있어요. 교과서 지문은 잘 정리된 한 편의 글이지만, 실제 세상의 글은 길이도 제각각이고 믿을 만한 정도도 달라요.

짧은 글에 익숙해진 눈

요즘 아이들이 읽는 양 자체가 적은 건 아니에요. 메시지, 댓글, 짧은 영상 자막까지 하루 종일 무언가를 읽고 있어요. 문제는 길이와 깊이예요. 몇 줄짜리 글을 빠르게 넘기는 데 익숙해진 눈은 다섯 문단이 넘는 글을 끝까지 따라가는 데 힘이 들어요.

또 하나는 훑어 읽기 습관이에요. 화면에서 글을 읽을 때는 아래로 빠르게 스크롤하며 핵심어만 잡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 방식은 글의 논리 흐름, 그러니까 앞 문단과 뒤 문단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놓치게 만들어요. 평가에서 추론과 판단 문항이 약해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는 분석이 많아요.

시험 대비 방식도 한몫해요. 중학생들은 국어 지문을 읽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하기보다, 문제에 나올 만한 부분을 찾는 법을 먼저 배우기도 해요. 단기적으로는 점수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글 전체를 하나의 생각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은 줄어들어요. 읽기가 문제를 풀기 위한 도구로만 남는 거죠.

숫자 하나에 너무 흔들리지는 마세요

국제 순위는 참가국 구성, 평가 방식, 그해 표본에 따라서도 움직여요. 그래서 한 번의 결과로 한국 아이들의 읽기 능력 전체를 단정하기는 어려워요. 정확한 점수와 해석은 OECD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하는 공식 보고서에서 확인하는 게 좋아요.

다만 여러 조사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신호는 가볍게 보지 않는 게 맞아요. 긴 글을 즐겨 읽는 학생이 줄고 있다는 것, 정보의 신뢰성을 따져 보는 힘이 약하다는 지적이 그렇죠. 숫자보다 이 경향을 우리 집 아이에게 비춰 보는 게 더 쓸모 있어요.

간단한 확인 방법이 있어요. 아이에게 교과서 밖의 글, 예를 들어 설명문 한 쪽을 읽게 하고 내용을 말로 요약해 달라고 해 보세요. 핵심을 잡아 순서대로 말한다면 걱정할 일이 크지 않아요. 단어 몇 개만 늘어놓거나 첫 문단 이야기만 반복한다면, 읽기 근육을 조금 더 길러 줄 때라는 신호예요.

탁자 위에 쌓인 책들

집에서 할 수 있는 읽기 처방

거창한 독서 계획보다 작은 습관 몇 가지가 효과가 좋아요. 첫째, 주말에 신문 기사나 칼럼 한 편을 아이와 함께 끝까지 읽어 보세요. 다 읽은 뒤 글쓴이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말해 보는 거예요.

둘째, 같은 사건을 다룬 두 개의 글을 비교해 보는 연습이에요. 어디가 같고 어디가 다른지, 왜 다르게 썼을지 이야기해 보면 출처를 따져 읽는 힘이 자라요. 셋째, 책 한 권을 다 읽는 경험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만들어 주세요. 끝까지 읽어 낸 경험은 긴 지문 앞에서의 두려움을 줄여 줘요.

오늘 밤 함께 읽을 한 편

아이 혼자 읽게 하기보다 같이 읽는 게 시작으로는 훨씬 쉬워요. 오늘 저녁 뉴스 기사 하나를 골라 소리 내어 번갈아 읽어 보세요. 다 읽고 "이 글, 믿을 만한 것 같아?"라고 한 번만 물어보면, 아이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꺼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