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넘어서도 이어지는 수업, 잠을 깎아 얻는 게 있을까
밤 10시 5분, 학원가 사거리에 차들이 줄지어 서 있어요. 학원 건물에서 쏟아져 나온 아이들이 하나둘 차에 오르고, 그중 몇은 집에 가서 다시 책상에 앉아요. 학원 교습시간을 밤 10시 이후로 늘리자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떠오르는 장면이에요. 지금도 이렇게 늦은데, 더 늦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솔직히 말하면 늦게까지 공부한다고 성적이 그만큼 오르지는 않아요. 공부 시간이 늘어나는 대신 잠이 줄어들면, 낮에 배운 내용을 머릿속에 굳히는 시간이 오히려 줄어들거든요. 늦은 밤 한 시간과 잠 한 시간의 교환이 생각보다 손해일 때가 많아요.
교습시간 제한은 왜 생겼을까요
학원 교습시간은 시도별 조례로 정해져 있어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고등학생 기준으로 밤 10시 안팎에서 끝나도록 정한 곳이 많아요. 이 제한은 학생의 건강과 수면권을 지키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어요. 경쟁이 심해지면 어느 학원도 먼저 문을 닫기 어려우니, 다 같이 멈추는 시간을 법으로 정해 둔 셈이에요.
연장을 원하는 쪽은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말해요. 학교 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면 이미 늦은 시간인데, 원하는 수업을 들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거죠. 또 제한이 있어도 온라인 강의나 개인 과외로 공부는 계속된다는 현실론도 있어요. 양쪽 모두 이유가 있어서 논쟁은 쉽게 끝나지 않아요.
잠이 공부를 마무리해요
낮에 배운 내용은 자는 동안 정리돼요. 뇌는 잠을 자면서 그날 들어온 정보를 다시 훑고, 중요한 것을 오래 남는 기억으로 옮겨요. 특히 깊은 잠과 꿈을 꾸는 단계가 고르게 이어질 때 이 정리가 잘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러니 잠은 공부를 쉬는 시간이 아니라 공부를 마무리하는 시간이에요.
청소년은 몸의 시계가 어른보다 늦게 돌아가는 경향이 있어요. 밤에 졸리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게 게을러서가 아니라 성장기의 특징이라는 거죠. 여기에 늦은 학원 수업과 밤샘 숙제가 더해지면, 아침 1교시는 몸만 교실에 와 있는 시간이 되기 쉬워요.
늦은 밤 공부의 숨은 비용
밤 11시에 푸는 수학 문제와 아침 10시에 푸는 같은 문제는 다른 문제예요. 피곤한 상태에서는 집중이 짧아지고 실수가 늘어요. 한 시간을 앉아 있어도 실제로 머리를 쓴 시간은 그보다 훨씬 짧을 수 있어요. 앉아 있었다는 안도감만 남는 거죠.
다음 날에도 비용이 따라와요. 잠이 모자라면 학교 수업 시간에 졸게 되고, 그 시간에 놓친 내용을 다시 학원에서 메우는 악순환이 생겨요. 학교 수업을 학원 수업으로 대신하는 셈인데, 내신 시험은 결국 학교 수업에서 나온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교환이에요.
마음의 비용도 있어요. 늘 잠이 모자란 아이는 작은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고, 시험 결과에 더 크게 흔들려요. 부모님은 사춘기 탓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수면 시간을 조금만 늘려도 표정이 달라지는 아이가 꽤 많아요. 공부 의욕은 결국 몸이 버텨 줘야 생기는 거라서, 잠을 깎아 만든 시간은 다른 곳에서 이자를 붙여 돌아와요.
우리 집 밤 시간을 다시 짜 보는 법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우리 집의 밤 시간은 가족이 정할 수 있어요. 먼저 아이가 실제로 몇 시에 잠드는지, 아침 몇 시에 일어나는지 일주일만 적어 보세요. 생각보다 수면 시간이 짧다는 걸 발견하는 집이 많아요.
그다음엔 밤 시간에 하는 공부를 두 가지로 나눠 보세요. 새로운 걸 배우는 공부와, 이미 배운 걸 짧게 다시 보는 공부예요. 늦은 밤에는 새 진도보다 그날 배운 내용을 십오 분쯤 훑어보는 복습이 잘 맞아요. 무거운 문제 풀이는 머리가 맑은 시간으로 옮기는 게 효율적이에요.
학원 시간표도 다시 보세요. 밤 10시에 끝나는 수업이 꼭 그 시간이어야 하는지, 주말이나 이른 저녁으로 옮길 수 있는지요. 한 과목만 시간을 당겨도 일주일에 몇 시간의 잠이 돌아와요.
아이에게 잠을 허락해 주세요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부모님도 아이도 잠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느껴요. 그럴 때일수록 "오늘은 그만 자자"라는 말을 부모님이 먼저 해 주세요. 아이는 쉬어도 된다는 허락을 기다리고 있을 때가 많아요. 오늘 밤에는 평소보다 삼십 분 일찍 불을 끄는 걸로 시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