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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

교과서 앞에서 막히는 중학생, 먼저 채워야 할 두 가지

EDU HIGH 운영자 · 2025.03.24

교과서보다 먼저 읽혀야 할 건 질문이에요.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문해력이 약한 중학생들을 보면 글을 읽기 전에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궁금한 게 없으니 눈은 글자를 따라가는데 머리는 따라가지 않아요. 다 읽고 나서 무슨 내용이었는지 물으면 "몰라요"가 나오는 이유예요.

그리고 질문 다음으로 필요한 건 낱말이에요. 교과서에는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한자어와 개념어가 가득해요. 이 낱말들이 막히면 문장 하나를 읽는 데도 힘이 빠져요. 문해력 위기라는 말 뒤에는 이 두 가지, 질문과 낱말의 빈자리가 숨어 있어요.

쌓아 둔 책 위에 놓인 빨간 사과

읽기 전에 질문 하나 품기

과학 교과서에서 광합성 단원을 펴기 전에 "식물은 왜 햇빛이 필요할까?"라고 한 번만 물어보세요. 아이가 대답을 못 해도 괜찮아요. 질문을 품고 읽으면 눈이 답을 찾으러 움직여요. 같은 글이라도 질문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머리에 남는 양이 크게 달라져요.

이 습관은 혼자서도 만들 수 있어요. 단원 제목을 보고 궁금한 걸 하나 적은 다음 읽는 거예요. 다 읽고 나서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지 확인하면, 그게 곧 스스로 하는 이해 점검이 돼요. 질문이 엉뚱해도 상관없어요. 질문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글에 들어갈 준비가 됐다는 뜻이니까요.

낱말 창고를 먼저 채워 주세요

중학교 교과서에는 '분배', '요인', '상호작용', '비율' 같은 낱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와요. 어른에게는 익숙하지만 아이에게는 낯선 말들이죠. 한 문단에 모르는 낱말이 서너 개만 있어도 문단 전체가 흐려져요. 그래서 문해력이 약한 아이에게는 긴 글보다 낱말부터 챙겨 주는 게 순서예요.

방법은 간단해요. 교과서를 읽다 막히는 낱말에 연필로 동그라미를 치고, 사전을 찾기 전에 앞뒤 문장으로 뜻을 먼저 짐작해 보게 하세요. 그다음 사전과 비교해 보는 거예요. 짐작이 맞으면 기억에 훨씬 오래 남고, 틀려도 왜 틀렸는지 생각하면서 낱말이 자기 것이 돼요.

한자어는 글자 하나의 뜻을 알면 여러 낱말이 한꺼번에 풀려요. '수(數)'를 알면 수량, 분수, 지수가 이어지고, '변(變)'을 알면 변화, 변수, 변형이 함께 보여요. 낱말을 하나씩 외우기보다 이렇게 가지를 쳐 가면 창고가 빠르게 넓어져요.

이야기책이 설명문을 돕는 이유

설명문을 잘 읽게 하려고 설명문만 읽히면 아이는 금방 지쳐요. 오히려 재미있는 이야기책을 끝까지 읽는 경험이 바탕이 되어 줘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아이는 문장과 문장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앞에서 나온 정보가 뒤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자연스럽게 익혀요.

장편 소설 한 권을 끝까지 읽어 낸 아이는 긴 지문 앞에서 덜 겁먹어요. 끝까지 가 본 경험이 있으니까요. 아이가 좋아하는 장르라면 무엇이든 괜찮아요. 판타지든 추리든, 끝까지 읽는다는 사실이 더 중요해요.

신문 기사나 잡지 글도 좋은 다리가 돼요. 이야기책보다는 짧고 교과서보다는 생생해서, 설명하는 글에 익숙해지는 중간 단계로 알맞아요. 아이가 관심 있는 분야, 예를 들어 축구나 게임, 동물에 관한 기사부터 골라 주면 읽기가 덜 숙제처럼 느껴져요. 관심 있는 주제의 글은 어려운 낱말이 나와도 끝까지 읽어 내는 힘이 생기거든요.

흰 탁자 위에 놓인 갈색과 붉은색 책들

소리 내어 읽기를 다시 꺼내 보세요

중학생에게 소리 내어 읽기를 시키면 쑥스러워해요. 그래도 해 볼 가치가 있어요. 소리 내어 읽으면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하는지, 어느 문장에서 막히는지가 바로 드러나요. 눈으로만 읽을 때는 그냥 지나치던 부분이 입으로 읽으면 걸려요.

일주일에 한두 번, 교과서 한 쪽을 부모님과 번갈아 읽어 보세요. 아이가 막히는 곳이 있으면 그 문장을 함께 다시 읽고 무슨 뜻인지 이야기하면 돼요. 몇 주만 해도 아이가 스스로 "여기 무슨 말이에요?" 하고 묻기 시작해요. 그 질문이 나오는 순간이 바로 읽기가 한 뼘 자라는 순간이에요.

오늘 저녁의 질문 하나

문해력은 몇 달 만에 확 달라지지 않지만, 방향을 바꾸는 건 오늘 할 수 있어요. 아이가 내일 배울 교과서 단원 제목을 함께 보고, 궁금한 걸 하나만 말해 보게 하세요. 그 질문을 품고 교실에 들어가는 아이는 같은 수업을 다르게 듣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