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도 쉼도 없는 하루가 아이를 지치게 해요
요즘 아이에게 "행복해?"라고 마지막으로 물어본 게 언제인가요. 아마 기억이 잘 안 나실 거예요. 대신 "숙제는 했어?", "학원 몇 시야?"는 오늘도 몇 번씩 하셨을 겁니다. 행복하지 않다고 답하는 중고생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려도, 그게 우리 집 이야기라고 느끼는 부모님은 많지 않아요.
그런데 교실에서 아이들을 오래 보다 보면, 아이를 지치게 하는 건 공부 그 자체보다 공부를 둘러싼 하루의 모양인 경우가 훨씬 많아요. 잠이 모자라고, 쉬는 시간이 없고, 어디서든 누군가와 비교당하는 하루요. 이 세 가지는 집에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1교시에 엎드린 아이들은 게으른 게 아니에요
아침 1교시 교실에 들어가면 엎드린 머리가 몇 개씩 보여요. 깨워서 물어보면 대개 새벽 한두 시에 잤다고 해요. 학원 숙제를 하다가, 숙제를 끝내고 나서야 겨우 갖는 자기 시간에 휴대폰을 보다가요. 아이 입장에서는 그 늦은 밤 삼십 분이 하루 중 유일하게 아무도 뭘 시키지 않는 시간이라 포기하기가 어려워요.
잠이 모자라면 기분이 쉽게 가라앉고 짜증이 늘어요. 집에서 "요즘 왜 이렇게 예민해?" 싶은 날이 이어진다면, 성격이나 사춘기를 탓하기 전에 아이가 몇 시에 잠드는지부터 한번 확인해 보세요. 의외로 답이 거기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잠을 늘리라고 말로만 하면 잘 바뀌지 않아요. 아이가 늦게 자는 이유를 같이 들여다보는 게 먼저예요. 숙제가 너무 많아서라면 학원 숙제의 양을 조정해 볼 수 있고, 자기 시간이 그때밖에 없어서라면 저녁에 짧게라도 쉬는 시간을 앞당겨 주는 방법이 있어요. 밤에 휴대폰을 거실에 두는 약속도 도움이 되고요. 아이가 잠을 줄여서라도 지키고 싶었던 게 무엇인지 알면, 그걸 다른 시간에 돌려줄 길도 보입니다.
쉬는 시간이 '다음 할 일까지 남은 시간'이 될 때
어른들은 퇴근하면 일이 끝나요. 아이들의 하루는 학교가 끝나면 학원이 시작되고, 학원이 끝나면 숙제가 시작돼요. 중간에 비는 시간이 있어도 그건 쉬는 게 아니라 다음 일정까지 기다리는 시간이죠. 이런 날이 몇 달씩 이어지면 아이는 "뭘 해도 끝이 없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느낌이 지침의 정체예요.
그래서 일주일에 하루, 반나절이라도 아무 일정도 없는 시간을 일부러 비워 두기를 권해요. 그 시간에 아이가 누워서 빈둥거려도 괜찮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를 버티게 합니다.
부모님 중에는 그 빈 시간이 불안하신 분도 계실 거예요. 남들은 그 시간에 하나라도 더 할 텐데 싶으시죠. 그런데 쉬지 못하고 달린 아이는 어느 순간 한꺼번에 멈춰 버리기도 해요. 길게 보면 조금씩 쉬어 가는 아이가 더 멀리 갑니다.
비교는 집 밖에서 이미 충분히 받고 와요
아이들은 하루 종일 비교 속에 살아요. 시험이 끝나면 등급으로, 단톡방에서는 누가 어디 학원 다니는지로, 휴대폰 속에서는 남들의 반짝이는 일상으로요. 그러니 집에서까지 "옆집 누구는"이 나오면 아이에게는 숨 쉴 곳이 남지 않습니다. 비교하려는 마음이 들 때는 다른 아이 말고 지난달의 우리 아이와 견줘 보세요. "저번보다 일찍 일어났네" 같은 말이 훨씬 오래 남아요.
행복하냐고 묻는 대신 이렇게 물어보세요
"행복해?"라고 정면으로 물으면 십대 대부분은 "몰라" 아니면 "그냥"이라고 답해요. 질문이 너무 크거든요. 그보다는 작게 물어보는 편이 좋아요. "오늘 제일 괜찮았던 순간이 언제였어?", "요즘 제일 귀찮은 게 뭐야?" 같은 질문이요. 이런 질문에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순순히 대답해요. 그 대답들이 쌓이면 아이가 어디서 지치고 어디서 힘을 얻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혹시 대화를 나누다 아이가 오랫동안 무기력하거나, 좋아하던 것에도 흥미를 잃은 모습이 보인다면 혼자 판단하지 마시고 학교 상담 선생님이나 전문가와 이야기해 보세요. 일찍 도움을 받을수록 회복도 빨라요.
오늘 저녁, 숙제 대신 물어볼 한 가지
오늘 아이가 들어오면 "숙제 했어?"는 한 시간만 미뤄 두세요. 대신 "오늘 뭐가 제일 웃겼어?" 하고 물어봐 주세요. 대답이 시시해도 괜찮아요. 그 짧은 대화가 오늘 아이에게 일정이 아닌 시간 하나를 만들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