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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

멍은 없는데 상처는 깊은 요즘 학교폭력

EDU HIGH 운영자 · 2026.03.17

"우리 애는 맞고 다니는 애가 아니에요." 학교폭력 이야기를 꺼내면 많은 부모님이 이렇게 말씀하세요. 그런데 요즘 학폭의 대부분은 맞는 장면이 없어요. 교육부가 해마다 실시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도 피해 유형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꾸준히 언어폭력이고, 집단 따돌림과 사이버 폭력도 결코 작지 않은 몫을 차지해요.

몸에 멍이 들지 않으니 어른 눈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받는 상처는 결코 가볍지 않아요. 이번에는 숫자 대신, 그 조사 결과가 실제 학교에서는 어떤 장면으로 나타나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어두운 복도 벽에 기대선 여성

별명 하나가 몇 달을 따라다녀요

언어폭력은 대개 장난처럼 시작돼요. 외모나 말투를 빗댄 별명, 지나가며 던지는 한마디, 일부러 들리게 하는 웃음 같은 거죠. 하는 쪽은 "장난이었어요"라고 말하고, 듣는 쪽도 처음엔 같이 웃어요. 웃지 않으면 더 이상해지니까요. 그런데 같은 별명이 몇 주, 몇 달씩 반복되면 그건 더 이상 장난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이런 일을 다룰 때 자주 듣는 말이 "한 번도 싫다고 한 적이 없는데요"예요. 아이들은 싫다는 말을 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싫다고 말하는 순간 분위기를 깬 사람이 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싫다고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괜찮았다는 뜻은 아니라는 걸 가해 쪽 아이에게도 분명히 알려 줘야 합니다.

아무도 때리지 않는 따돌림

따돌림은 더 조용해요. 모둠을 짤 때 끝까지 남는 아이, 점심시간에 혼자 먼저 일어나는 아이, 자기 빼고 다 아는 약속이 있는 아이. 누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딱 집어 말하기 어려워서 신고도 잘 안 되고, 어른이 개입하기도 까다로워요. 피해 아이는 "내가 이상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스스로를 탓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따돌림은 오래 이어지고 나서야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요. 어른이 알게 되는 시점은 대개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버티거나, 몸이 아프다며 결석이 잦아진 뒤예요. 그때 돌아보면 몇 달 전부터 친구 이야기가 줄었고, 주말에 집에만 있었고, 생일 파티 초대를 받지 못했던 일이 있었죠. 하나하나는 대수롭지 않아 보였던 장면들이에요. 따돌림을 알아채는 건 큰 사건이 아니라 이런 작은 빈자리를 눈여겨보는 데서 시작돼요.

교실 밖에서도 끝나지 않는 폭력

예전에는 하교하면 일단 피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휴대폰이 있는 한 집에서도 계속돼요. 단톡방에서 한 아이만 빼고 대화를 이어 가거나, 일부러 초대해 놓고 모두가 동시에 나가 버리거나, 사진을 이상하게 바꿔 돌리는 일들이 사이버 폭력의 흔한 모습이에요. 기록이 남고 퍼지는 속도가 빨라서 피해가 순식간에 커집니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여성

부모가 알아챌 수 있는 작은 변화

이렇게 보이지 않는 폭력일수록 부모가 알아챌 단서는 아이의 일상 속에 있어요. 등교 전에 배가 아프다는 날이 잦아지는 것, 휴대폰 알림이 울릴 때마다 표정이 굳는 것, 원래 자주 말하던 친구 이름이 어느 날부터 사라지는 것, 주말에 아무 데도 나가지 않으려는 것. 하나만으로 단정할 순 없지만 여러 개가 겹친다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눠 볼 때예요.

그럴 때는 "너 괴롭힘 당하니?"라고 묻기보다 "요즘 반 분위기는 어때? 점심은 누구랑 먹어?"처럼 주변부터 물어보는 편이 아이가 입을 열기 쉬워요. 아이가 무언가를 털어놓는다면 그 자리에서 화를 내거나 바로 상대 부모에게 연락하기보다, 먼저 "말해 줘서 고마워"라고 해 주세요. 그다음에 담임 선생님과 상의하시면 됩니다.

우리 아이가 가해 쪽일 수도 있어요

실태조사 이야기를 할 때 잘 꺼내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피해가 있으면 가해도 있다는 거예요. 별명을 부르던 아이, 단톡방에서 나가기 버튼을 같이 누른 아이 중에도 평소에는 착한 아이가 많아요. 그래서 "우리 애는 절대 아니야"라는 생각보다 "우리 애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한번 이야기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오늘 저녁, 이름 하나를 물어보세요

오늘 아이에게 "요즘 반에서 제일 자주 이야기하는 친구가 누구야?" 하고 물어보세요. 그 이름을 기억해 두셨다가 몇 주 뒤에 다시 물어보시고요. 이름이 그대로라면 다행이고, 바뀌었다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천천히 들어 볼 기회가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