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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

밤 열한 시, 뒤집어 놓은 휴대폰이 말해 주는 것

EDU HIGH 운영자 · 2025.08.18

밤 열한 시, 아이 방에서 휴대폰 진동이 연달아 울리는데 아이는 화면을 뒤집어 놓고 가만히 있어요. 평소라면 바로 확인했을 텐데요. 다음 날 아침에는 밥을 거의 먹지 않고 학교에 갑니다. 단톡방 괴롭힘은 대개 이런 식으로, 아무 소리 없이 집 안까지 들어와요.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이 가장 어려워하는 지점이 여기예요.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선생님이라도 볼 수 있지만, 단톡방 안은 어른 누구의 눈에도 닿지 않거든요. 그래서 알아채는 단서는 대화 내용이 아니라 휴대폰을 대하는 아이의 태도에서 찾아야 합니다.

어둠 속에서 헤드폰을 끼고 휴대폰을 보는 사람

단톡방 괴롭힘은 이런 얼굴을 하고 있어요

욕설이 오가는 경우만 있는 게 아니에요. 한 아이가 말을 하면 모두가 읽고도 대답하지 않는 것, 그 아이만 빼고 새 방을 만드는 것, 일부러 초대한 뒤 다 같이 나가 버리는 것, 잘 나오지 않은 사진을 올려 놓고 웃음 표시를 다는 것. 하나하나는 장난처럼 보여도 매일 반복되면 아이는 하루 종일 그 방을 신경 쓰며 지내게 돼요.

게다가 이런 일은 가해한 아이들조차 잘못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직접 욕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나갔을 뿐이니까요. 그래서 피해 아이는 더더욱 어디에 말해야 할지 몰라 혼자 끙끙 앓습니다.

아이가 부모에게 말하지 않는 이유도 알아 두시면 좋아요. 가장 흔한 건 휴대폰을 뺏길까 봐서예요. 단톡방 문제를 말하면 부모가 "그럼 휴대폰 하지 마"라고 할 것 같고, 그러면 친구들과의 연결이 아예 끊기니까요. 일이 커져서 반에서 더 고립될까 봐 겁내는 아이도 있고, 부끄러워서 말 못 하는 아이도 있어요. 이 두려움을 미리 알고 있으면, 아이가 이야기를 꺼냈을 때 어떤 반응부터 피해야 하는지도 보입니다.

휴대폰을 대하는 태도가 먼저 바뀌어요

아이가 휴대폰을 뺏기면 난리를 치던 아이였는데 어느 날부터 아예 멀리 두려고 한다면, 혹은 반대로 잠시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계속 확인한다면 눈여겨보세요. 알림이 올 때마다 표정이 어두워지거나, 부모가 가까이 오면 급히 화면을 끄는 것도 신호일 수 있어요. 갑자기 SNS 계정을 지우거나 프로필 사진을 내리는 경우도 있고요.

학교생활 쪽에서도 변화가 따라와요. 반 친구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고, 단체 활동이 있는 날 유난히 가기 싫어하고, 주말에 친구를 만나러 나가지 않게 됩니다. 이 가운데 몇 가지가 한꺼번에 보인다면 조용히 이야기를 꺼내 볼 때예요.

휴대폰을 뺏어서 확인하면 안 되는 이유

걱정되는 마음에 아이가 잠든 사이 휴대폰을 열어 보고 싶어지실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알게 되면 아이는 괴롭힘보다 부모에게 들켰다는 사실에 더 크게 무너질 수 있어요. 그리고 다음부터는 더 꼭꼭 숨기게 되죠. 아이가 스스로 보여 주는 쪽이 훨씬 오래가는 길이에요.

앉아서 휴대폰을 보는 남성

아이가 털어놓았을 때 순서

아이가 화면을 보여 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화를 참는 거예요. 부모가 분노하면 아이는 일이 커질까 봐 겁을 먹고 말을 멈춥니다. "말해 줘서 정말 고마워. 네 잘못 아니야." 이 두 문장이면 충분해요.

그다음엔 기록을 남겨 두세요. 대화방 화면을 날짜와 시간이 보이게 캡처하고,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알 수 있도록 저장해 두는 거예요. 메시지가 지워지거나 방이 사라질 수 있으니 빨리 해 두는 게 좋아요. 그리고 상대 아이나 그 부모에게 직접 연락하기보다 담임 선생님께 먼저 알리세요. 학교에는 이런 일을 다루는 절차가 있고, 부모끼리 직접 부딪히면 일이 더 엉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 아무 일도 없다면

지금 아무 문제가 없다면 오히려 지금이 이야기하기 좋은 때예요. 뉴스나 드라마에 단톡방 괴롭힘 장면이 나오면 "너라면 저 방에서 어떻게 했을 것 같아?" 하고 가볍게 물어보세요. 피해를 당했을 때만이 아니라, 누군가 당하는 걸 볼 때 같이 나가기 버튼을 누르지 않는 것도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려 주는 거죠.

오늘은 아이에게 이렇게만 말해 두세요. "혹시 휴대폰에서 기분 나쁜 일 생기면, 혼내지 않을 테니까 그냥 보여 줘." 이 약속 하나가 나중에 아이가 문을 두드리는 손잡이가 되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