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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

그럴 줄 몰랐다는 부모가 되지 않으려면 집에서

EDU HIGH 운영자 · 2025.04.15

학교폭력 사안을 다루다 보면 가해 학생 부모님에게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우리 애가 그럴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 말은 대부분 진심이에요. 집에서는 정말 착하고 순한 아이였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은 혼자 있을 때와 무리 속에 있을 때 다르게 행동해요. 가해자가 되는 아이 중 상당수는 나쁜 아이라서가 아니라, 무리 속에서 멈추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입니다.

피해 쪽도 비슷해요. 어떤 아이는 처음 기분 나쁜 일을 겪었을 때 "싫어"라고 말하지 못하고 웃어넘기다가 점점 더 깊이 빠져들어요. 그러니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예방은 결국 두 가지로 모여요. 멈추는 힘과 말하는 힘을 길러 주는 것이에요.

소파에서 속상한 아이를 달래는 엄마

식탁에서 오가는 말이 아이의 기준이 돼요

아이들은 부모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말하는지 그대로 배워요. 저녁 식탁에서 누군가의 외모를 두고 농담하거나, 뉴스 속 사람을 비웃는 말이 자주 오간다면, 아이는 그 정도는 괜찮은 말이라고 받아들여요. 그리고 교실에서 그대로 써요. 가정에서 하는 예방 교육은 따로 시간을 내서 하는 게 아니라 평소의 말투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는 셈이에요.

아이가 친구 이야기를 할 때 부모의 반응도 기준이 돼요. "걔는 좀 이상하더라"라는 아이 말에 "그런 애랑은 놀지 마"라고 받으면, 아이는 이상해 보이는 친구를 밀어내도 된다고 배워요. 대신 "어떤 점이 그렇게 느껴졌어?" 하고 물어보면 아이는 자기 판단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되죠. 누군가를 쉽게 밀어내지 않는 태도는 이런 대화에서 조금씩 자라요. 따돌림의 첫 단추는 대개 "걔는 좀 이상해"라는 한마디에서 시작되거든요.

"장난이었어"가 통하지 않는 이유를 알려 주세요

아이들이 가장 많이 쓰는 변명이 "장난이었어요"예요. 그래서 집에서 미리 이 말을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장난인지 아닌지는 하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정한다는 것, 상대가 웃었다고 괜찮았던 건 아닐 수 있다는 것. 동생이나 사촌과 놀다가 한쪽이 울음을 터뜨렸을 때가 이걸 이야기할 좋은 순간이에요. "너는 장난이었는데 동생은 왜 울었을까?" 하고 물어보면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아갑니다.

무리 속에서 멈추는 연습

많은 학폭은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일으켜요. 처음 시작한 아이는 한 명이어도, 옆에서 웃고 따라 한 아이들이 일을 키우죠. 그러니 아이에게 "남을 괴롭히지 마"보다 한 걸음 더 나간 이야기를 해 주면 좋아요. 친구들이 누군가를 놀릴 때 같이 웃지 않는 것, 그 자리를 떠나는 것도 용기라는 이야기요. 직접 말리라고까지 하지 않아도 돼요. 동조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떠난 뒤에 할 수 있는 일도 알려 주세요. 놀림받던 친구에게 나중에 "아까 괜찮았어?" 하고 한마디 건네는 것, 선생님께 조용히 알리는 것. 아이들은 고자질처럼 느껴질까 봐 망설이는데, 누군가를 지키려는 일은 고자질이 아니라는 걸 집에서 분명히 말해 주시면 좋아요.

대화를 나누는 엄마와 딸

싫다고 말해도 괜찮다는 경험

피해를 키우지 않으려면 아이가 "싫어", "그만해"를 말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런데 이 말은 집에서 먼저 받아들여진 경험이 있어야 밖에서도 나와요. 아이가 부모에게 싫다고 했을 때 매번 "버릇없이 어디서" 하는 반응을 받았다면, 친구 앞에서는 더더욱 그 말을 꺼내지 못합니다. 모든 걸 들어줄 수는 없어도, 싫다는 의사 표현 자체는 존중해 주세요. "싫구나. 그래도 이건 해야 해"라고 말하는 것과 "어디서 싫다는 말을 해"라고 말하는 건 아이에게 전혀 다르게 남아요.

부모가 갈등을 다루는 모습을 보여 주세요

아이는 다툼을 어떻게 끝내는지도 집에서 배워요. 부부가 다툰 뒤 소리치다 문을 쾅 닫고 끝나는 집과, 시간이 걸려도 "아까는 내가 심했어"라는 말로 마무리되는 집에서 자란 아이는 친구와 부딪힐 때 다르게 행동해요. 완벽한 부모일 필요는 없어요. 잘못했을 때 아이 앞에서 사과하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여 주시면, 그게 어떤 교육 자료보다 오래 남습니다.

오늘 저녁 아이에게 "요즘 반에서 놀림받는 애 있어?" 하고 한번 물어보세요. 아이가 누구 이름을 대든, "그때 너는 어떻게 했어?"까지만 물어봐 주세요. 꾸짖지 말고, 대답만 들어 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