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줄 몰랐다는 부모가 되지 않으려면 집에서
학교폭력 사안을 다루다 보면 가해 학생 부모님에게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우리 애가 그럴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 말은 대부분 진심이에요. 집에서는 정말 착하고 순한 아이였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은 혼자 있을 때와 무리 속에 있을 때 다르게 행동해요. 가해자가 되는 아이 중 상당수는 나쁜 아이라서가 아니라, 무리 속에서 멈추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입니다.
피해 쪽도 비슷해요. 어떤 아이는 처음 기분 나쁜 일을 겪었을 때 "싫어"라고 말하지 못하고 웃어넘기다가 점점 더 깊이 빠져들어요. 그러니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예방은 결국 두 가지로 모여요. 멈추는 힘과 말하는 힘을 길러 주는 것이에요.
식탁에서 오가는 말이 아이의 기준이 돼요
아이들은 부모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말하는지 그대로 배워요. 저녁 식탁에서 누군가의 외모를 두고 농담하거나, 뉴스 속 사람을 비웃는 말이 자주 오간다면, 아이는 그 정도는 괜찮은 말이라고 받아들여요. 그리고 교실에서 그대로 써요. 가정에서 하는 예방 교육은 따로 시간을 내서 하는 게 아니라 평소의 말투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는 셈이에요.
아이가 친구 이야기를 할 때 부모의 반응도 기준이 돼요. "걔는 좀 이상하더라"라는 아이 말에 "그런 애랑은 놀지 마"라고 받으면, 아이는 이상해 보이는 친구를 밀어내도 된다고 배워요. 대신 "어떤 점이 그렇게 느껴졌어?" 하고 물어보면 아이는 자기 판단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되죠. 누군가를 쉽게 밀어내지 않는 태도는 이런 대화에서 조금씩 자라요. 따돌림의 첫 단추는 대개 "걔는 좀 이상해"라는 한마디에서 시작되거든요.
"장난이었어"가 통하지 않는 이유를 알려 주세요
아이들이 가장 많이 쓰는 변명이 "장난이었어요"예요. 그래서 집에서 미리 이 말을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장난인지 아닌지는 하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정한다는 것, 상대가 웃었다고 괜찮았던 건 아닐 수 있다는 것. 동생이나 사촌과 놀다가 한쪽이 울음을 터뜨렸을 때가 이걸 이야기할 좋은 순간이에요. "너는 장난이었는데 동생은 왜 울었을까?" 하고 물어보면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아갑니다.
무리 속에서 멈추는 연습
많은 학폭은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일으켜요. 처음 시작한 아이는 한 명이어도, 옆에서 웃고 따라 한 아이들이 일을 키우죠. 그러니 아이에게 "남을 괴롭히지 마"보다 한 걸음 더 나간 이야기를 해 주면 좋아요. 친구들이 누군가를 놀릴 때 같이 웃지 않는 것, 그 자리를 떠나는 것도 용기라는 이야기요. 직접 말리라고까지 하지 않아도 돼요. 동조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떠난 뒤에 할 수 있는 일도 알려 주세요. 놀림받던 친구에게 나중에 "아까 괜찮았어?" 하고 한마디 건네는 것, 선생님께 조용히 알리는 것. 아이들은 고자질처럼 느껴질까 봐 망설이는데, 누군가를 지키려는 일은 고자질이 아니라는 걸 집에서 분명히 말해 주시면 좋아요.
싫다고 말해도 괜찮다는 경험
피해를 키우지 않으려면 아이가 "싫어", "그만해"를 말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런데 이 말은 집에서 먼저 받아들여진 경험이 있어야 밖에서도 나와요. 아이가 부모에게 싫다고 했을 때 매번 "버릇없이 어디서" 하는 반응을 받았다면, 친구 앞에서는 더더욱 그 말을 꺼내지 못합니다. 모든 걸 들어줄 수는 없어도, 싫다는 의사 표현 자체는 존중해 주세요. "싫구나. 그래도 이건 해야 해"라고 말하는 것과 "어디서 싫다는 말을 해"라고 말하는 건 아이에게 전혀 다르게 남아요.
부모가 갈등을 다루는 모습을 보여 주세요
아이는 다툼을 어떻게 끝내는지도 집에서 배워요. 부부가 다툰 뒤 소리치다 문을 쾅 닫고 끝나는 집과, 시간이 걸려도 "아까는 내가 심했어"라는 말로 마무리되는 집에서 자란 아이는 친구와 부딪힐 때 다르게 행동해요. 완벽한 부모일 필요는 없어요. 잘못했을 때 아이 앞에서 사과하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여 주시면, 그게 어떤 교육 자료보다 오래 남습니다.
오늘 저녁 아이에게 "요즘 반에서 놀림받는 애 있어?" 하고 한번 물어보세요. 아이가 누구 이름을 대든, "그때 너는 어떻게 했어?"까지만 물어봐 주세요. 꾸짖지 말고, 대답만 들어 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