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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

일요일 저녁 아홉 시, 가슴이 답답한 선생님께

EDU HIGH 운영자 · 2025.03.16

일요일 저녁 아홉 시쯤 되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선생님들이 많아요. 내일 1교시가 무슨 반인지 떠올리는 순간 어깨가 굳고, 메신저에 쌓여 있을 학부모 연락을 생각하면 휴대폰을 뒤집어 놓게 되죠. 이런 일요일이 몇 달째 이어진다면, 그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에요. 오래 버텨 온 사람에게 찾아오는 소진, 흔히 말하는 번아웃의 모습일 수 있어요.

그리고 이 이야기는 교사만의 일이 아니에요. 지친 교사는 아이의 작은 변화를 알아챌 여유를 잃고, 아이들은 그걸 생각보다 빨리 느낍니다. 교실의 온도는 결국 그 앞에 선 사람의 온도를 닮아 가요.

창가에 책상과 의자가 놓인 빈 교실

번아웃은 열심히 하던 사람에게 와요

번아웃을 겪는 선생님들은 대개 처음부터 대충 하던 분들이 아니에요. 오히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마음을 쏟고, 수업 자료를 밤새 고치고, 학부모 연락에 밤늦게까지 답하던 분들이에요. 쏟는 만큼 돌아오지 않는 날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마음의 배터리가 바닥나는 거죠. 그러니 "내가 이렇게 무뎌지다니" 하고 자신을 탓할 일이 아니에요.

교실에서 먼저 드러나는 신호

스스로 알아채기 어렵다면 교실에서의 내 모습을 돌아보면 도움이 돼요. 예전엔 웃어넘기던 아이의 장난에 날카롭게 반응하게 된다거나, 수업 준비가 "그냥 지난해 거 쓰자"로 바뀐다거나, 아이들 이름보다 문제 행동이 먼저 떠오른다면 신호일 수 있어요. 학생 상담 시간이 부담스러워지고, 퇴근 뒤에도 학교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도 그래요.

몸도 신호를 보내요.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주말 내내 누워 있어도 회복이 안 되는 느낌. 이런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혼자 버티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맞아요. 교육청마다 교원 마음 건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소속 교육청 안내를 한번 찾아보세요.

도움을 받는 걸 약하다는 뜻으로 여기지 않으셨으면 해요. 아이들에게는 힘들면 도움을 청하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교사 자신은 끝까지 혼자 버티는 경우가 많아요. 선생님이 먼저 도움을 받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됩니다.

모든 일을 같은 무게로 들지 않기

교사의 하루에는 수업, 생활지도, 행정 업무, 학부모 응대가 한꺼번에 들어 있어요. 이 모든 걸 같은 힘으로 들면 누구라도 지쳐요. 그래서 일에 무게를 나눠 보길 권해요. 아이들 앞에 서는 수업과 아이와 마주 앉는 상담에는 힘을 쓰고, 형식이 정해진 문서는 정해진 만큼만. 모든 걸 잘하려다 가장 중요한 걸 놓치는 것보다 낫습니다.

거절하는 연습도 필요해요. 업무 분장 때마다 "선생님이 잘하시니까"라는 말과 함께 일이 하나씩 더 얹히는 분들이 있어요. 한두 번은 괜찮지만 그게 해마다 쌓이면 결국 교실에 쓸 힘이 사라져요. 모든 부탁을 받아들이는 게 좋은 동료의 조건은 아니에요. "올해는 담임 반에 힘을 쏟고 싶어서 이 일은 어렵겠습니다"라고 말해 보는 것, 처음엔 어색해도 그 한마디가 일 년을 지켜 줄 때가 있어요. 아이들 앞에 설 힘을 남겨 두는 것도 교사의 일이에요.

교실 칠판에 수식을 쓰는 선생님

퇴근 후의 경계선을 그어 주세요

휴대폰 하나로 언제든 연락이 닿는 시대라 퇴근이라는 말이 흐려졌어요. 학교에서 정한 소통 창구와 시간이 있다면 그걸 학부모님께 학기 초에 분명히 안내하고, 그 바깥 시간에는 답을 다음 날로 미루는 연습을 해 보세요. 처음엔 불안해도, 대부분의 연락은 다음 날 아침에 답해도 충분한 일이에요. 정말 급한 일은 학교의 공식 경로로 오게 됩니다.

동료 한 명이면 버틸 수 있어요

번아웃을 겪은 선생님들이 회복의 계기로 가장 많이 꼽는 건 거창한 연수가 아니라 옆자리 동료예요. 힘든 반 이야기를 털어놓을 사람, "나도 그 반 그래" 하고 맞장구쳐 주는 사람. 교무실에서 같은 학년을 맡은 선생님과 일주일에 한 번 차 한잔이라도 나누는 시간이 생각보다 큰 버팀목이 됩니다. 혼자 해결하려는 습관이 교사를 가장 빨리 지치게 해요.

이번 주에 딱 하나만 해 보세요. 오늘 수업에서 고마웠던 아이 한 명의 이름을 퇴근길에 떠올려 보는 거예요. 문제 행동 말고, 고마웠던 아이로요. 지친 마음을 되돌리는 건 생각보다 작은 장면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