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끝낸 엄마들이 입을 모아 후회한 장면들
입시를 다 치르고 난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놀라운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그때 정보가 부족했다"는 아쉬움보다 "그때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를 훨씬 많이 이야기하세요. 그리고 그 후회는 대부분 아이를 위해 한 행동이었는데, 사실은 부모의 불안을 달래려고 한 행동이었다는 깨달음과 맞닿아 있어요.
이 글에 나오는 장면들은 특정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입시를 지나온 여러 부모님에게서 자주 듣는 고백을 모아 하나의 목소리로 엮은 거예요. 지금 고3, 혹은 곧 고3이 될 아이를 둔 부모님이라면 미리 한번 들어 두셔도 좋겠어요.
남의 집 입시 이야기에 너무 오래 머물렀어요
"단톡방이랑 엄마들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를 매일 밤 아이한테 전했어요. 누구는 어디 컨설팅을 받았다더라, 누구는 벌써 학생부 관리를 다 끝내 놨다더라." 이런 고백을 정말 자주 들어요. 지나고 보니 그 이야기들 대부분은 우리 아이와 상관이 없었대요. 성적도, 학교도, 지원하는 전형도 다른 집 이야기였으니까요. 그런데 아이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자기가 뒤처지고 있다고 느꼈다고 해요.
아이 대신 결정하려고 했어요
원서를 쓸 때 부모가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밀어붙인 걸 가장 크게 후회하는 분들도 많아요. 합격했더라도 아이가 대학에 가서 흔들리는 걸 보며 마음이 아팠다는 분, 떨어졌을 때 아이가 "엄마가 쓰라고 해서 쓴 거잖아"라고 말해서 더 아팠다는 분. 결정에는 함께하되, 마지막 도장은 아이가 찍게 하는 게 맞았다고들 하세요.
비슷한 후회가 하나 더 있어요. 아이의 공부 계획표까지 부모가 짜 주고 매일 확인했던 일이에요. 그때는 그래야 아이가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대요. 그런데 대학에 간 아이가 혼자 시간표를 짜고 과제를 관리하는 데서 크게 헤맸다고 해요. 고3 때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틀어지면 다시 고쳐 보는 경험을 한 번도 해 보지 못했으니까요. 조금 비효율적이어도 아이가 자기 하루를 직접 꾸려 보게 둘 걸 그랬다는 이야기를 정말 자주 들어요.
모의고사 성적표마다 표정이 바뀌었어요
고3은 모의고사가 자주 있어요. 그때마다 성적표를 보고 부모의 표정이 오르락내리락하면 아이는 시험보다 부모 얼굴을 더 신경 쓰게 돼요. 지나고 나서 아이에게 들은 말 중 가장 아팠던 게 "성적표 보여 줄 때가 시험 볼 때보다 더 떨렸어"였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모의고사 한 번 한 번은 연습이고, 그 숫자보다 흐름이 중요하다는 걸 머리로는 알았는데 표정은 따라 주지 않았다고요.
성적이 떨어질 때마다 학원을 바꾸거나 과외를 늘렸던 일도 후회 목록에 자주 올라요. 불안할 때 뭔가를 바꾸면 당장은 마음이 놓이거든요. 그런데 아이는 새 선생님, 새 교재, 새 방식에 적응하느라 오히려 시간을 잃었다고 해요. 지나고 보니 한 곳에서 꾸준히 했던 과목이 결국 성적이 올랐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바꿀지 말지는 아이와 충분히 이야기해 보고 정해도 늦지 않았다고요.
우리 집이 너무 조용해졌어요
수험생 집이라고 TV도 끄고, 웃음소리도 줄이고, 가족 외식도 다 미뤘다는 집이 많아요. 그런데 아이는 그 조용함이 오히려 숨 막혔다고 해요. 자기 때문에 온 가족이 숨죽이고 있다는 느낌이 부담이었던 거죠. 공부하는 시간에 방해하지 않는 것과 집 전체를 정지시키는 건 다르다는 걸, 많은 부모님이 다 끝나고 나서야 알았다고 하세요.
그래도 잘했다고 말하는 것들
후회만 있는 건 아니에요. 지나고 보니 잘했다고 꼽는 일들도 있어요. 매일 아침 밥 한 끼는 같이 먹은 것, 시험 끝난 날엔 결과를 묻지 않고 좋아하는 음식을 사 준 것, 원서 접수 날 "어디 붙든 너는 우리 집 자랑"이라고 말해 준 것. 대단한 전략이 아니라 이런 작은 일들이 아이에게 오래 남았다고 해요. 대학생이 된 아이가 고3 시절을 떠올리며 제일 먼저 꺼내는 이야기도 대개 이런 장면이래요.
오늘 하루만 남의 집 입시 이야기를 아이에게 전하지 말아 보세요. 들은 이야기가 있다면 수첩에 적어만 두시고요. 일주일 뒤에 다시 읽어 보면, 그중 아이에게 꼭 필요했던 이야기는 생각보다 몇 개 안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