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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

수거함에 공기계를 내는 아이들, 규제 다음에 할 일

EDU HIGH 운영자 · 2025.01.26

아침 조회 시간, 휴대폰 수거함에 하나둘 휴대폰이 들어가요. 그런데 몇 명은 공기계를 넣고 진짜 휴대폰은 주머니에 넣어 둬요. 교사라면 한 번쯤 본 장면이죠. 학교 스마트폰 금지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이거예요. 규제하면 정말 달라질까, 아니면 숨기는 기술만 늘어날까.

학교 안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흐름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이어지고 있어요. 다만 현장에서 지켜보면, 규제의 효과는 휴대폰을 걷는 그 순간보다 그다음에 학교가 무엇을 채워 넣느냐에 달려 있다는 걸 느껴요.

검은 탁자 위에 놓인 휴대폰

휴대폰이 사라진 교실에서 생기는 변화

규제가 잘 자리 잡은 학교의 선생님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변화가 있어요. 수업 중 진동 소리에 흐름이 끊기는 일이 줄고,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고개를 들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거예요. 점심시간 운동장에 나가는 아이가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요. 휴대폰이 손에 없으니 아이들이 서로를 보게 된 거죠. 이건 성적표에 나오지 않지만 교실 분위기를 바꾸는 큰 변화예요.

또 단톡방이나 SNS로 번지는 갈등이 학교 시간 동안만큼은 줄어든다는 점도 있어요. 수업 중에 사진이 찍혀 돌거나, 쉬는 시간에 메시지 하나로 다툼이 커지는 일이 줄어들면 생활지도 부담도 함께 줄어요.

걷기만 하면 생기는 문제

하지만 걷기만 하는 규제는 금방 한계를 드러내요. 공기계를 내는 아이, 화장실에서 몰래 쓰는 아이, 하교하자마자 몇 시간을 몰아서 쓰는 아이. 학교에서 못 쓴 만큼 집에서 더 쓰는 경우도 많아요. 규칙이 아이들에게 납득되지 않으면, 아이들은 규칙을 지키는 대신 피하는 방법을 배워요. 그리고 교사는 매일 수거함 앞에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해요. 이건 교사에게도 아이에게도 지치는 일이에요.

규칙을 적용하는 방식이 교사마다 다를 때도 문제가 생겨요. 어떤 반은 조회 때 걷고 종례 때 돌려주는데, 옆 반은 수업 시간에만 가방에 넣게 하고, 또 어떤 선생님은 사실상 눈감아 준다면 아이들은 규칙이 아니라 선생님을 보고 행동하게 돼요. 그러다 엄격한 선생님은 나쁜 선생님이 되고요. 학교 단위로 기준을 정했다면 교사들이 같은 방식으로 적용하는 게 중요해요. 학기 초 학년 협의회에서 예외 상황까지 미리 맞춰 두면 교사 한 사람이 짊어지는 부담도 줄어들어요.

규칙을 정할 때 아이들을 끼워 주세요

효과가 오래가는 학교는 대개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 아이들이 들어가 있어요. 왜 휴대폰을 걷는지, 어떤 경우엔 예외로 쓸 수 있는지,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를 학생 자치회나 학급 회의에서 함께 이야기하는 거예요. 자기가 정한 규칙은 남이 정한 규칙보다 훨씬 잘 지켜져요. 교사도 "학교가 정했으니까"가 아니라 "너희가 정했잖아"라고 말할 수 있어서 지도가 훨씬 수월해져요.

회색 금속 사물함

수업에서 쓰는 기기와는 구분해야 해요

요즘 수업에는 태블릿이나 노트북 같은 디지털 기기가 자주 쓰여요. 그래서 학교 스마트폰 규제가 디지털 기기 자체를 막는 것처럼 비치면 혼란이 생겨요. 아이들도 "수업에선 태블릿 쓰라면서 왜 휴대폰은 안 돼요?"라고 물어요. 이때 필요한 건 명확한 구분이에요. 수업 목적으로 교사가 안내한 기기 사용과 개인적인 스마트폰 사용은 다르다는 걸 분명히 하고, 수업용 기기에서도 쓸 수 있는 범위를 미리 정해 두는 거예요.

휴대폰이 빠진 자리를 채워 주세요

규제의 효과를 결정하는 마지막 열쇠는 빈자리를 채우는 거예요. 쉬는 시간에 휴대폰이 없으면 아이들은 처음엔 심심해해요.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게 있어야 해요. 도서실을 열어 두거나, 보드게임을 비치하거나, 점심시간 운동장 활동을 늘리는 학교도 있어요. 휴대폰이 사라진 자리에 할 거리가 생기면, 아이들은 생각보다 금방 적응해요.

가정과 손발을 맞추는 것도 잊지 마세요. 학교에서만 휴대폰을 걷고 집에서는 아무 기준이 없으면, 아이들은 하교 후에 몰아서 써요. 학기 초 가정통신문이나 학부모 상담 때 학교 규칙의 취지를 설명하고, 집에서도 비슷한 원칙을 세워 주시면 좋겠다고 부탁드려 보세요. 학교와 가정이 같은 방향을 보면 아이들도 규칙을 덜 억울하게 느껴요.

내일 담임 반 아이들에게 짧게 물어보세요. "휴대폰 없는 쉬는 시간에 뭐 하고 싶어?" 아이들이 내놓는 대답 하나가 반 규칙을 감시가 아닌 약속으로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