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압수하는 대신 가족이 함께 쓰는 약속서
스마트폰 때문에 싸우고 나서 휴대폰을 압수하면, 며칠은 조용해요. 그러다 돌려주는 순간 원래대로 돌아가죠. 그리고 다음에 또 싸우고, 또 압수하고. 많은 집이 이 고리를 몇 번씩 돌아요. 빼앗는 건 가장 빠른 방법이지만, 가장 오래가지 않는 방법이기도 해요.
중학생이라면 이제 규칙을 따르는 나이가 아니라 규칙을 함께 만드는 나이예요. 자기가 정한 약속은 남이 정한 약속보다 훨씬 잘 지켜요. 그래서 스마트폰 문제도 빼앗기보다 가족이 함께 약속을 만드는 쪽으로 가 보길 권해요.
싸운 날 말고, 평온한 날에 꺼내세요
가족 약속을 만드는 대화는 다툰 직후에 하면 안 돼요. 감정이 남아 있으면 약속이 아니라 벌이 되거든요. 아무 일 없는 주말 오후, 다 같이 간식을 먹을 때쯤이 좋아요. "우리 집 휴대폰 규칙을 한번 같이 정해 보면 어떨까?" 하고 가볍게 꺼내 보세요. 아이가 시큰둥해도 괜찮아요. 이번 대화에서 아이 의견이 들어간다는 걸 알면 금방 관심을 보여요.
아이가 먼저 제안하게 해 주세요
대화를 시작했다면 부모가 먼저 규칙을 꺼내지 마세요. 아이에게 먼저 물어보는 거예요. "너는 하루에 어느 정도 쓰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해?", "어떤 시간엔 안 쓰는 게 좋을까?" 의외로 아이들은 꽤 합리적인 제안을 해요. 부모가 생각한 것보다 엄격한 기준을 내놓을 때도 있어요. 아이의 제안을 듣고 부모 생각을 덧붙여서, 둘 사이 어딘가에서 합의하면 돼요.
약속은 많지 않을수록 좋아요. 세 개 정도면 충분해요. 예를 들어 밥 먹을 때는 휴대폰을 식탁에 올리지 않기, 밤에는 정해진 시간 이후 거실에서 충전하기, 숙제가 끝나기 전엔 게임 앱 열지 않기. 이렇게 상황이 분명한 약속이 지키기도, 확인하기도 쉬워요.
"적당히 쓰기", "너무 오래 하지 않기" 같은 약속은 피하는 게 좋아요. 적당히가 얼마인지 부모와 아이의 생각이 다르니까요. 부모에게는 삼십 분이 적당하고, 아이에게는 두 시간이 적당할 수 있어요. 이런 약속은 매번 해석을 두고 다툼이 생겨요. 시간이든 장소든 상황이든, 누가 봐도 지켰는지 안 지켰는지 알 수 있게 정해 두세요. 그리고 주말이나 방학처럼 평소와 다른 날의 약속도 따로 정해 두면, 그날마다 새로 협상할 필요가 없어서 서로 편해요.
부모도 지킬 약속을 넣어 주세요
가족 약속이 아이만의 약속이 되면 아이는 금방 불공평하다고 느껴요. 그러니 부모가 지킬 약속도 함께 넣어 주세요. 식사 시간에는 부모도 휴대폰을 내려놓기, 아이에게 말을 걸 때는 화면을 보지 않기 같은 거요. 부모가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면 아이도 "엄마 아빠도 지키는데" 하는 마음이 생겨요. 이게 어떤 잔소리보다 강해요.
아이가 부모의 약속 위반을 지적할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좋아요. 부모가 식탁에서 휴대폰을 꺼냈을 때 아이가 "엄마, 약속!" 하고 말하면, 웃으면서 휴대폰을 내려놓는 거예요. 이 장면 하나로 아이는 약속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는 걸 확인해요. 그리고 자기도 지적받았을 때 덜 억울해하고요.
어겼을 때 어떻게 할지도 미리 정해요
아무리 잘 만든 약속도 어길 때가 있어요. 그때 부모가 즉흥적으로 화를 내면 약속은 다시 벌로 바뀌어요. 그래서 약속을 정할 때, 어기면 어떻게 할지도 함께 정해 두세요. "한 번 어기면 다음 날 사용 시간을 삼십 분 줄인다"처럼요. 미리 정한 결과가 있으면 부모는 화낼 필요 없이 약속대로만 하면 되고, 아이도 억울해하지 않아요.
정한 약속은 종이에 적어 가족 모두가 이름을 쓰고, 냉장고처럼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두세요. 그리고 한 달쯤 지나면 다시 모여서 잘 지켜지는지, 바꿀 건 없는지 이야기해 보세요. 아이가 크면서 약속도 함께 자라야 하거든요. 잘 지킨 달에는 사용 시간을 조금 늘려 주는 것처럼, 지킨 만큼 믿어 준다는 신호를 주는 것도 좋아요. 아이는 약속을 지키는 게 손해가 아니라 신뢰를 쌓는 일이라는 걸 배워요.
이번 주말, 가족이 다 같이 있는 시간에 종이 한 장과 펜을 식탁에 올려놓아 보세요. 그리고 아이에게 펜을 먼저 건네며 "첫 번째 약속은 네가 써 볼래?" 하고 말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