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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전략

고전 속 인물의 선택을 따져 본 수행평가와 윤리적 사고

EDU HIGH 운영자 · 2025.03.19

『춘향전』을 읽은 학생에게 "변학도는 나쁜 사람인가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바로 "네"라고 답해요. 그런데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돌아오기 전까지, 춘향을 도울 방법은 정말 없었을까요?"라고 물으면 교실이 조용해져요. 쉬운 판단 뒤에 숨어 있던 어려운 질문이 나왔기 때문이에요.

고전 읽기 수행평가가 윤리적 사고력의 증거가 되는 순간이 바로 여기예요. 누가 옳고 그른지 단정하는 게 아니라, 인물이 놓인 상황과 선택지를 따져 보고, 그 선택이 왜 어려웠는지를 근거를 들어 생각하는 과정이요. 세특에 이런 과정이 담기면 학생이 가치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가 고스란히 보여요.

배 위의 남자 그림이 실린 오래된 책의 펼친 면

윤리적 사고력은 정답 맞히기가 아니에요

대학이 학생부에서 공동체 역량이나 인성을 볼 때, 착한 행동 목록만 보는 건 아니에요. 가치가 부딪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해해요. 그런데 이건 봉사 시간이나 수상 기록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아요. 수업 안에서 학생이 어려운 문제를 붙잡고 생각한 흔적이 있어야 해요.

고전 작품은 이런 흔적을 남기기 좋은 재료예요. 오래된 작품 속 인물들은 지금과 다른 사회 규범 안에서 선택을 해요. 그 선택을 당시 기준으로 볼지, 지금 기준으로 볼지부터 고민거리가 되죠. 정답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 질문 앞에서 학생이 어떻게 근거를 세우는지가 윤리적 사고력이에요.

단정에서 멈추면 남는 게 없어요

고전 읽기 수행평가에서 흔히 나오는 답은 이래요. "주인공의 효심이 감동적이었다." "탐욕스러운 인물이 벌을 받아 통쾌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런 감상은 작품이 이미 정해 둔 판단을 그대로 따라간 거예요. 학생의 생각은 어디에도 없어요.

세특에서 힘을 갖는 건 그 판단에 한 번 질문을 던진 흔적이에요. 『심청전』을 읽고 심청의 효심에 감동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딸이 목숨을 거는 것이 효인가, 그 결정을 아버지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했을까"를 따져 본 학생이라면 어떨까요. 작품의 가치관을 이해하면서도, 그것을 지금의 눈으로 다시 묻는 힘이 보여요. 이때 작품이 쓰인 시대를 깎아내리는 데서 끝나면 안 돼요. 당시 사람들이 왜 그 이야기에 감동했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그다음에 지금의 질문을 던질 때 생각이 균형을 갖춰요.

근거는 작품 안에서 찾아야 해요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건 좋은데, 그 질문에 답할 때 작품을 떠나 버리면 국어 활동이 아니라 도덕 토론이 돼요. 국어 세특에서 의미가 있으려면 근거가 작품 안에 있어야 해요. 인물의 대사, 서술자의 평가, 사건의 전개 같은 텍스트 속 증거요.

예를 들어 『홍길동전』을 읽고 길동의 행동이 정당했는지를 따진다면, 길동이 처한 신분의 제약이 작품 안에서 어떻게 묘사되는지, 길동이 행동하기 전에 어떤 말을 하는지, 작품이 그 행동을 어떻게 마무리하는지를 근거로 들어야 해요. 텍스트를 꼼꼼히 읽은 근거 위에 세운 판단이어야 국어 실력과 윤리적 사고력이 함께 보여요.

검은 탁자에서 책을 읽는 사람

지금의 문제로 다리 놓기

고전 읽기가 한 단계 더 깊어지는 건 작품 속 질문을 오늘의 문제와 연결할 때예요. 신분 때문에 꿈을 펼치지 못한 인물의 이야기는 지금의 차별 문제로, 공동체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이야기는 지금 우리 사회의 공정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다만 이 연결도 억지스러우면 안 돼요. 작품을 꼼꼼히 읽은 뒤 자연스럽게 떠오른 질문이어야 해요. 그리고 연결한 뒤에도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보다, 과거와 지금의 상황이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를 함께 짚으면 훨씬 깊이 있는 생각으로 읽혀요.

수행평가 글에 한 단락만 더하기

고전 읽기 수행평가를 쓸 때, 감상과 줄거리 정리를 마친 뒤 한 단락만 더 써 보세요. '내가 이 인물이었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그 선택에는 어떤 대가가 따랐을까.' 정답을 쓰는 단락이 아니라 고민을 보여 주는 단락이에요.

이번 학기에 읽은 고전 작품 하나를 떠올려 보세요. 그 안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인물의 선택 하나를 골라, 오늘 밤 그 인물 입장에서 세 줄만 변론을 써 보세요. 그 세 줄이 윤리적 사고력의 첫 번째 증거가 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