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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전략

AI로 국어 수업을 했다면 세특에 뭘 쓸까요?

EDU HIGH 운영자 · 2025.01.30

AI와 함께한 국어 수업의 세특에 적어야 할 것은 AI가 만든 글이 아니라, 그 글 앞에서 학생이 내린 판단이에요. AI에게 무엇을 물었는지, 돌아온 답의 어디가 틀렸거나 부족하다고 봤는지, 그래서 무엇을 직접 고쳤는지. 기록의 주인공은 끝까지 학생이어야 해요.

이 기준이 필요한 이유는 간단해요. AI 도구를 쓰면 어느 학생이든 그럴듯한 결과물을 낼 수 있어요. 결과물만 놓고 보면 학생끼리 차이가 줄어들죠. 그러니 결과물을 칭찬하는 기록은 학생을 구별해 주지 못하고, 오히려 누가 한 일인지 흐리게 만들어요.

한쪽 발로 서 있는 로봇

결과물을 칭찬하는 기록의 함정

"AI를 활용하여 완성도 높은 설득하는 글을 작성함." 이 문장을 읽는 사람은 곧바로 묻게 돼요. 그 완성도는 누구의 것인가? 학생이 AI 도구를 잘 다뤘다는 건 알겠는데, 국어 능력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학생부를 읽는 쪽에서도 AI 도구가 널리 쓰인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결과물의 수준만 강조한 기록은 신뢰를 얻기 어려워요. 오히려 학생이 AI 결과물을 어떻게 다뤘는지가 보이는 기록이 국어 능력을 증명해요.

학생의 판단이 드러나는 세 장면

AI를 쓴 수업에서 학생의 국어 능력이 드러나는 장면은 크게 세 곳이에요.

첫째는 질문을 다듬는 장면이에요. 처음에 막연하게 물었다가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자, 조건을 구체화해 다시 묻는 과정. 무엇을 알고 싶은지 정확히 말하는 힘은 그 자체로 국어 능력이에요.

둘째는 결과를 검증하는 장면이에요. AI가 쓴 글에서 근거가 부족한 주장, 사실과 다른 내용, 논리가 비약하는 부분을 찾아내는 과정. 이건 비판적 읽기 능력을 그대로 보여 줘요.

셋째는 고쳐 쓰는 장면이에요. AI 초안을 받아 들고, 독자와 목적에 맞게 단어를 바꾸고, 구성을 다시 짜고, 자기 경험을 넣어 글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 처음 글과 마지막 글의 차이가 학생의 몫이에요.

수업 설계가 기록을 결정해요

이런 장면을 기록하려면 수업에서 그 과정이 보이도록 설계해야 해요. 결과물만 받으면 과정은 사라지거든요. 학생에게 AI와 주고받은 질문과 답을 함께 제출하게 하거나, AI 초안과 최종본을 나란히 내고 무엇을 왜 바꿨는지 짧게 적게 하는 방식이 도움이 돼요.

가상의 수업 장면을 하나 그려 볼게요. 학생들이 AI에게 특정 주제의 찬성 논거를 받아 온 뒤, 모둠별로 그 논거의 약점을 찾아 표시하는 활동이에요. 한 학생이 AI가 제시한 통계가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걸 발견하고, 공식 자료를 찾아 확인해 보니 숫자가 달랐어요. 이 학생은 그 사실을 발표하며 AI 결과를 그대로 쓰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어요. 이 장면이라면 세특에 쓸 내용이 분명해지죠. 같은 활동에서 다른 학생은 AI 논거가 너무 일반적이라 설득력이 약하다고 보고, 자기 학교의 구체적인 사례로 바꿔 썼을 수도 있어요. 학생마다 고친 지점이 다르니 기록도 자연스럽게 달라져요.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는 여성 마네킹

기록할 때 조심할 부분

학생부에는 기재요령에 따라 쓸 수 없는 내용이 있어요. 특정 상호나 상품명 같은 것들이 그 예인데, AI 도구의 이름도 이런 기준과 겹칠 수 있어요. 해마다 교육부가 안내하는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과 학교의 점검 기준을 확인하시고, 필요하면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 같은 일반적인 표현으로 쓰시는 게 안전해요.

또 하나, AI 활용 자체를 높이 평가하는 듯한 문장은 피하는 게 좋아요. 도구를 썼다는 사실보다 그 도구로 학생이 무엇을 생각했는지가 중심이어야 해요. "AI를 능숙하게 활용함"보다 "AI가 제시한 근거의 출처를 확인하여 오류를 바로잡음"이 학생을 더 잘 보여 줘요.

학생에게 먼저 알려 주면 좋은 것

AI를 쓰는 수업을 시작할 때, 무엇이 평가되고 기록되는지를 학생들에게 미리 알려 주시면 좋아요. 결과물이 아니라 판단과 수정의 과정을 본다고요. 그 말을 들은 학생들은 AI 답을 그대로 붙여 넣기보다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돼요. 기록 기준이 곧 학습 방향이 되는 거죠.

다음 AI 활용 수업을 준비하신다면, 활동지에 'AI의 답에서 내가 고친 곳과 그 이유'를 적는 칸 하나만 추가해 보세요. 학기 말에 그 칸이 세특의 가장 든든한 재료가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