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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전략

물리를 안 고르면 공학 탐구는 무엇으로 증명하죠?

EDU HIGH 운영자 · 2026.06.16

"선생님, 물리는 등급 받기 너무 어려워서요. 대신 화학이랑 생명과학 하면서 공학 쪽 탐구를 열심히 하면 안 될까요?" 과목 선택 상담 주간마다 한 번은 꼭 듣는 말이에요. 기계나 전자 쪽을 꿈꾸는 아이가 이 질문을 하면, 저는 바로 대답하기보다 먼저 성적표와 시간표를 같이 펴 봅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물리가 빠진 자리를 탐구 활동이 완전히 메워 주지는 못해요. 대학은 지원자가 전공에 필요한 기초 과목을 실제로 배웠는지 이수 기록으로 확인하고, 그 기록은 다른 과목 세특으로 바꿔 쓸 수 없거든요. 다만 이미 선택을 마쳤거나 사정이 있어 물리를 듣지 못했다면, 그 빈자리를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읽히는 모습이 꽤 달라져요.

빛이 새어 나오는 사람 머리 모형

과목 이름은 대신할 수 없는 신호예요

평가하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쉬워요. 기계공학과 지원자의 학생부를 펼쳤는데 이수 과목에 물리 관련 과목이 하나도 없어요. 이때 드는 첫 생각은 "왜 안 들었을까?"예요. 그 물음에 학생부가 답을 해 주지 않으면 읽는 사람은 가장 흔한 이유, 그러니까 성적이 걱정돼서 피했다고 짐작하기 쉬워요.

여러 대학이 학과별로 권장 과목을 안내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권장 과목을 듣지 않았다고 지원 자격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서류 평가에서 학업 준비도를 볼 때 참고가 된다고 밝히는 대학이 많아요. 어떤 과목을 어떻게 반영하는지는 대학마다 다르니, 가고 싶은 학과가 있다면 해당 대학 입학처의 안내 자료를 직접 확인해 두세요.

그래도 근거가 남는 자리들

물리를 듣지 않았다면 물리의 개념을 다른 과목에서 실제로 써 본 흔적이 가장 강한 대안이에요. 수학 시간에 미분을 배우며 속도와 가속도의 관계를 직접 그래프로 따져 본 기록, 화학에서 기체 실험을 하면서 압력과 온도를 다룬 기록, 정보 시간에 물체의 낙하를 시뮬레이션해 본 기록 같은 것들이요. 여기서 기준은 물리 단어가 나오느냐가 아니라, 학생이 그 원리를 이해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을 했느냐예요.

통합과학의 역할도 커요. 고1 때 배운 힘과 운동, 에너지 단원에서 남긴 탐구가 있다면 그게 공학적 관심의 출발점으로 읽힐 수 있어요. 그래서 이미 고2인 학생이라면 고1 세특을 한번 다시 읽어 보세요. 생각보다 쓸 만한 씨앗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어요.

피펫으로 비커에 액체를 넣는 모습

탐구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물리를 빼는 대신 공학 탐구를 여러 개 하겠다는 계획에는 함정이 하나 있어요. 근거가 되는 원리를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탐구는 깊이가 얕아지기 쉬워요. 드론의 원리를 조사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안에 양력이나 토크에 대한 이해가 보이지 않으면, 결국 인터넷 자료를 정리한 수준으로 읽혀요.

그래서 탐구의 개수보다 하나의 탐구 안에서 내가 모르는 원리를 찾아 공부한 과정이 드러나야 해요. 모르는 개념을 만나 교과서 밖 자료로 메웠고, 그걸 수식이나 실험으로 확인해 봤다는 흐름이 보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가상의 학생 지호를 떠올려 볼게요. 지호는 물리를 듣지 않았지만 정보 시간에 간단한 자율주행 로봇을 만들다가, 바퀴가 미끄러지는 문제에 부딪혔어요. 처음에는 코드만 고쳐 보다가 결국 마찰력과 회전력에 대한 자료를 찾아 공부했고, 바퀴 재질을 바꿔 가며 측정까지 했죠. 이런 기록은 물리 과목명이 없어도 물리를 필요해서 스스로 찾아간 학생으로 읽혀요. 다만 이렇게까지 하려면 시간과 품이 꽤 들어요. 과목 하나를 피하려다 더 큰 부담을 지는 셈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함께 생각해 두세요.

아직 선택 전이라면 한 번 더 생각해 보세요

아직 과목 선택을 바꿀 수 있는 시기라면, 등급 걱정만으로 물리를 빼는 결정은 조금 미뤄 보길 권해요. 5등급제에서는 2등급까지 누적 34%라서 예전보다 등급 구간이 넓어졌고, 성취도도 함께 기록돼요. 무엇보다 대학에 가서 첫 학기에 만나는 공학 수업은 물리를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피한 과목은 대학에서 결국 다시 만나게 됩니다.

선택이 끝났다면 후회보다 설명이 먼저예요. 오늘 내 학생부를 펼쳐 놓고, 물리를 배우지 않았어도 물리적으로 생각해 본 장면이 어디 있었는지 표시해 보세요. 그 표시들이 남은 학기에 어떤 탐구를 해야 할지 알려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