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생부 전략

전공 기사를 영어 시간마다 읽으면 오히려 어색할까요

EDU HIGH 운영자 · 2025.12.16

생명공학을 꿈꾸는 고2 학생이 영어 시간에 유전자 편집 기사를 읽고 발표했어요. 국어 시간에는 생명윤리 관련 비문학을, 사회 시간에는 바이오 산업 정책을 다뤘죠. 모든 과목이 한 방향을 향하고 있어요. 학생은 진로 일관성을 잘 보여 줬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학생부를 읽는 사람은 조금 숨이 막힐 수도 있어요.

전공 관련 영어 기사를 읽은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에요. 문제는 그 기사를 왜 골랐는지, 읽고 나서 무엇을 했는지가 빠진 채 주제만 진로에 맞춰져 있을 때예요. 영어 세특은 결국 영어 과목의 기록이에요. 영어로 무엇을 읽었는지보다 영어로 어떻게 읽었는지가 보여야, 진로 연결이 강박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관심으로 읽혀요.

잡지를 든 사람

모든 과목이 진로를 향하면 생기는 일

몇 년 사이 학생부에서 진로 일관성이라는 말이 크게 유행했어요. 그 결과 많은 학생이 모든 과목 활동을 진로와 연결하려고 애쓰게 됐죠. 그런데 이걸 지나치게 하면 역효과가 나요. 읽는 사람은 이 학생이 정말 그 분야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학생부를 위해 맞춰 놓은 건지 헷갈리기 시작해요.

게다가 고등학생의 진로는 바뀔 수 있다는 걸 대학도 알아요. 모든 기록이 하나의 진로에만 묶여 있으면, 그 학생이 그 분야 밖의 지식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대학이 기대하는 건 좁고 깊은 관심만이 아니라 넓게 배우려는 태도이기도 하니까요.

자연스러운 연결은 이렇게 생겨요

그렇다고 전공 관련 기사를 피하라는 말은 아니에요. 자연스러운 연결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어요. 하나는 수업에서 출발했다는 거예요. 교과서 지문에서 다룬 주제가 마침 관심 분야와 닿아 있어서 관련 기사를 더 찾아본 거라면, 그 흐름은 억지스럽지 않아요.

다른 하나는 영어 과목의 활동답다는 거예요.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기사가 어떤 어휘와 구조로 독자를 설득하는지,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매체의 기사와 표현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봤다면, 그건 영어 수업에서만 할 수 있는 탐구예요. 진로 관심과 영어 실력이 함께 드러나요.

커피와 함께 신문을 읽는 모습

영어로 읽어야만 보이는 것

가상의 예를 하나 들어 볼게요. 의공학에 관심 있는 학생이 영어 수업에서 의료 기술 관련 지문을 배운 뒤, 같은 기술을 소개한 영어 기사 두 편을 찾아 읽었어요. 하나는 기술의 가능성을 강조했고, 하나는 비용과 접근성 문제를 지적했어요. 학생은 두 기사가 같은 연구를 인용하면서도 다른 단어로 표현한다는 걸 발견했어요. 한쪽은 breakthrough, 다른 쪽은 promising but limited.

이 학생의 기록에서 눈에 띄는 건 의공학이라는 진로가 아니라, 영어 표현의 차이가 독자의 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알아챈 읽기 능력이에요. 진로는 그 읽기의 배경으로만 자연스럽게 깔려 있어요.

반대로 강박처럼 읽히는 기록은 대개 이런 모습이에요. 희망 진로와 관련된 영어 기사를 읽고 요약하여 발표함, 이를 통해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을 심화함. 이 문장은 학생이 영어로 무엇을 할 줄 아는지 알려 주지 않아요. 기사 제목만 바꾸면 어느 진로에도 붙일 수 있고, 영어 대신 국어나 사회 세특에 넣어도 어색하지 않아요. 과목의 색깔이 지워진 기록은 진로를 보여 주려다 정작 과목 역량을 보여 줄 기회를 놓친 셈이에요.

가끔은 진로 밖으로 나가 보세요

한 학년의 영어 활동 중 일부는 진로와 상관없는 주제로 채워도 괜찮아요. 오히려 그게 균형을 만들어 줘요. 공대 지망생이 영어 시간에 시 한 편을 분석하며 리듬과 반복의 효과를 발견했다면, 그건 이 학생이 언어 자체에 대한 감각도 있다는 걸 보여 줘요.

진로와 관련된 활동과 관련 없는 활동이 섞여 있는 학생부가 오히려 더 사람다워 보여요. 그 학생이 어떤 것에 호기심을 느끼는 사람인지 입체적으로 그려지거든요.

다음 기사를 고를 때 스스로 물어볼 것

고2라면 다음에 영어 기사를 골라 발표나 보고서를 준비할 때, 이 기사를 고른 이유가 수업에서 출발했는지 한 번 물어보세요. 그리고 이 활동에서 영어 과목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도요. 두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그 기사가 진로와 관련되어 있어도 전혀 문제없어요. 답하기 어렵다면, 기사 선택을 다시 생각해 볼 때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