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 C뿐인 체육·음악·미술 세특을 대학이 볼까요
"체육은 어차피 A 받으면 끝 아니에요?" 고1 학부모님께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저는 반은 맞고 반은 아니라고 답해요. 성적만 보면 맞는 말이에요. 체육과 음악, 미술 같은 예술 과목은 석차등급 없이 A, B, C 성취도만 기록되거든요. A를 받는 학생이 많아서 성적으로 차이가 나기 어려워요.
그런데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대학은 학생부 전체를 읽어요. 예체능 세특도 그 일부예요. 이 과목들은 성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는 만큼, 세특에 적힌 몇 줄이 이 학생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 주는 거의 유일한 단서가 되기도 해요. 다만 대학이 여기서 찾는 건 운동 실력이나 예술적 재능이 아니에요.
실력이 아니라 태도를 읽어요
학생부를 읽는 사람이 체육 세특에서 축구를 얼마나 잘하는지, 미술 세특에서 그림을 얼마나 잘 그리는지 궁금해하지는 않아요. 예체능 계열로 지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요. 대신 이 과목들에서 학생이 수업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봐요.
잘하지 못하는 종목에서도 끝까지 참여했는지, 친구들과 어떻게 어울렸는지, 낯선 과제 앞에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는지. 주요 과목에서는 성적과 진로라는 목표가 있어서 누구나 열심히 하지만, 예체능 수업에서는 그런 목표가 약해요. 그래서 이 과목에서 보이는 모습이 오히려 학생의 평소 태도를 솔직하게 보여 준다고 여기는 시선도 있어요.
대충 써도 감점은 아니지만
솔직히 말하면 예체능 세특이 평범하다고 해서 크게 불리해지지는 않을 거예요. 대부분 학생의 예체능 세특이 비슷하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여기서 조금만 다른 모습을 보여도 쉽게 눈에 띈다는 뜻이기도 해요.
예를 들어 체육 시간에 배드민턴을 처음 배우는데 유난히 서브가 안 됐던 학생이 있다고 해 볼게요. 쉬는 시간에 친구에게 자세를 봐 달라고 부탁하고, 영상을 찍어 자기 자세를 비교해 보며 몇 주 만에 서브를 넣을 수 있게 됐어요. 이 과정이 세특에 남으면, 읽는 사람은 이 학생이 못하는 걸 피하지 않고 방법을 찾아 개선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돼요. 그 태도는 어떤 전공에서든 반가운 모습이에요. 대학 공부도 결국 처음엔 잘 안 되는 것을 붙잡고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이니까요.
음악과 미술에서 보이는 생각
음악과 미술 세특도 마찬가지예요. 잘 부르고 잘 그린 것보다, 작품을 대하는 생각이 남을 때 의미가 생겨요. 감상 수업에서 어떤 곡이 왜 슬프게 들리는지 화성이나 템포를 들어 설명해 봤다거나, 미술 시간에 자기 작품을 설명하면서 왜 그 색을 골랐는지 이유를 말했다거나.
이런 장면은 그 학생이 감각적인 경험도 말로 풀어 생각할 줄 안다는 걸 보여 줘요. 예술 과목에서도 관찰하고 분석하고 표현하는 힘은 똑같이 쓰이거든요. 그리고 이 힘은 학생이 지원하는 학과와 상관없이 대학 공부에 필요한 기본기예요. 그림 실력이 평범해도 자기 작품을 또렷하게 설명하는 학생은 충분히 좋은 기록을 남길 수 있어요.
진로와 억지로 묶지는 마세요
예체능 세특까지 진로와 연결하려는 학생이 있어요. 공대 지망생이 미술 시간에 건축 구조를 그렸다거나, 의대 지망생이 체육 시간에 근육의 원리를 조사했다거나 하는 식이죠. 자연스럽게 이어진 경우라면 괜찮지만, 억지로 맞춘 경우는 금방 티가 나요.
예체능 과목은 진로와 상관없이 즐겁게 참여한 모습이 남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워요. 모든 과목이 진로 하나로 꽉 찬 학생부보다, 예체능 시간에는 그냥 그 수업을 즐긴 학생의 모습이 보이는 학생부가 더 사람답게 읽혀요.
고1이 부담 없이 챙기는 방법
예체능 과목에 큰 시간을 쓸 필요는 없어요. 수업 시간에 성실하게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기본은 돼요. 여기에 한 가지만 더하면 좋아요. 학기 중 한 번쯤은 수업 중에 생긴 궁금증이나 어려움을 선생님께 직접 말씀드리는 거예요. 이 동작이 잘 안 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 그림에서 이 부분은 왜 이렇게 표현했는지.
예체능 선생님들은 한 학기에 수백 명의 학생을 가르치세요. 그 많은 학생 중에서 질문을 들고 찾아온 학생은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어요. 이번 주 체육이나 음악, 미술 시간에 궁금했던 걸 하나만 여쭤보세요. 그게 시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