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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전략

코딩 결과물보다 설계한 과정이 읽히는 정보 세특

EDU HIGH 운영자 · 2025.12.24

정보 수업 프로젝트 발표 날, 한 학생이 화면을 띄웠어요. 급식 메뉴를 알려 주고 영양 정보까지 보여 주는 앱이었어요. 디자인도 깔끔하고 기능도 꽤 많았죠. 친구들은 감탄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질문을 하나 하셨어요. "이 앱을 쓸 사람이 가장 불편해하던 게 뭐였어?" 학생은 잠깐 말이 없었어요.

정보 과목 세특에서 결과물은 생각보다 덜 중요해요. 요즘은 AI 도구나 공개된 예제 코드로 그럴듯한 프로그램을 금방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읽는 사람이 궁금한 건 무엇을 만들었느냐보다 왜 그렇게 만들었느냐예요.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고, 어떤 구조를 골랐으며, 무엇을 포기했는지. 이 설계 이야기가 정보 세특의 중심이 돼야 해요.

프로그래밍 언어가 보이는 모니터

기능 목록은 설계가 아니에요

정보 프로젝트 보고서를 보면 기능 목록이 길게 적힌 경우가 많아요. 로그인 기능, 검색 기능, 알림 기능, 즐겨찾기 기능. 기능이 많을수록 열심히 한 것처럼 보이지만, 기능의 개수는 설계의 깊이를 보여 주지 못해요.

설계란 문제를 먼저 정의하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한 구조를 고르는 일이에요. 급식 앱이라면 사용자가 정말로 불편해하는 게 메뉴를 모르는 건지, 알레르기 정보를 찾기 어려운 건지, 매일 확인하기 귀찮은 건지부터 알아야 해요. 그 답에 따라 필요한 기능이 달라지고, 필요 없는 기능은 빼야 하죠. 기능을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결정이 더 많은 설계 고민을 보여 줘요.

왜 그 방법을 골랐는지

같은 문제를 푸는 방법은 여러 가지예요. 데이터를 어떤 형태로 저장할지, 어떤 순서로 처리할지, 반복문을 쓸지 다른 방법을 쓸지. 정보 과목에서 배우는 자료 구조나 알고리즘은 결국 이런 선택을 잘하기 위한 도구예요.

가상의 학생 한 명을 떠올려 볼게요. 이 학생은 반 친구들의 도서 대출 기록을 정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다가, 처음엔 모든 기록을 하나의 목록에 넣고 매번 처음부터 찾았어요. 기록이 늘어나자 검색이 느려졌죠. 수업에서 배운 정렬과 탐색 방법을 떠올려, 기록을 학번 순으로 정렬해 두고 찾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결과물은 겉보기엔 거의 같아요. 하지만 이 학생의 세특에는 문제를 발견하고 배운 개념으로 해결한 과정이 남아요.

검은 평면 모니터

막혔던 지점이 가장 좋은 이야기

코딩을 하다 보면 반드시 막히는 지점이 와요. 오류가 나는데 이유를 모르겠고, 원하는 대로 작동하지 않는 순간이요. 많은 학생이 이 과정을 보고서에서 빼 버려요. 결국 해결했으니 굳이 적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그 막혔던 지점이야말로 가장 좋은 이야기예요. 어떤 오류였는지, 원인을 어떻게 추적했는지, 무엇을 시도했고 무엇이 통했는지. 이 과정은 학생이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 줘요. 대학에서 컴퓨터 관련 전공을 공부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일도 바로 이 과정이에요.

사용자의 반응을 확인해 본 경험도 설계 이야기의 일부예요. 만든 프로그램을 친구 몇 명에게 써 보게 하고, 어디서 헷갈려하는지 지켜본 학생은 만드는 사람의 눈과 쓰는 사람의 눈이 다르다는 걸 배워요. 버튼 위치를 바꾸거나 안내 문구를 고친 작은 수정도, 그 이유가 실제 사용자의 반응이었다면 충분히 기록할 만해요. 결과물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설계라는 점이 드러나니까요.

AI 도구를 썼다면

요즘은 정보 수업에서도 AI 코딩 도구를 쓰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와 선생님이 허용하는 범위 안이라면 쓰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에요. 다만 AI가 짜 준 코드를 그대로 붙여 넣었다면, 그 부분은 학생의 설계가 아니에요.

AI를 썼다면 AI가 제안한 코드를 이해하고 우리 문제에 맞게 고친 부분이 무엇인지가 중요해요. AI의 코드가 왜 이 상황에선 맞지 않았는지, 그래서 어떻게 바꿨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면 그건 충분히 학생의 몫이에요. 반대로 설명할 수 없다면, 면접에서 그 프로젝트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 곤란해질 수 있어요.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고1, 고2라면 다음 정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코드를 쓰기 전에 종이 한 장에 세 가지를 적어 보세요. 이 프로그램이 해결하려는 문제는 무엇인가, 그 문제를 겪는 사람은 누구인가, 꼭 필요한 기능 하나는 무엇인가. 그리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막힌 순간마다 날짜와 함께 메모를 남기세요. 그 메모 묶음이 결과물보다 더 좋은 세특을 만들어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