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술형 대비, 저녁 식탁 대화로 시작해 보세요
저녁 식탁에서 아이에게 "오늘 학교 어땠어?"라고 물으면 대개 "그냥"이라는 대답이 돌아와요. 그런데 질문을 조금만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오늘 배운 것 중에 제일 이상했던 게 뭐야?" 이 한마디가 서·논술형 평가를 대비하는 가장 값싸고 확실한 연습이 될 수 있어요.
고등학교 시험과 수행평가에서 서·논술형 문항이 늘면서 걱정하는 부모님이 많아요. 학원을 따로 알아봐야 하나, 논술 문제집을 사야 하나 고민하시죠. 그 전에 집에서 해 볼 수 있는 게 있어요. 서·논술형의 바탕은 생각을 말로 꺼내고, 이유를 붙이는 습관인데 이건 집에서 가장 잘 자라요.
서·논술형이 묻는 건 결국 '왜'예요
서·논술형 문항은 모양은 저마다 달라도 묻는 건 비슷해요. 이게 무엇인지, 왜 그런지,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객관식 문제는 정답을 골라내는 힘을 보지만, 서·논술형은 정답에 이르는 길을 스스로 설명하는 힘을 봐요.
이 힘은 문제를 많이 푼다고 저절로 생기지 않아요. 자기 생각을 말해 보고, 누군가 "왜?"라고 되물어 주고, 그 질문에 답하려고 다시 생각해 보는 과정에서 자라요. 부모님이 그 "왜?"를 물어 주는 사람이 되어 주시면 돼요.
질문 하나만 바꿔 보세요
아이와 대화할 때 질문을 조금씩 바꿔 보세요. "숙제 했어?" 대신 "오늘 배운 거 중에 친구한테 설명할 수 있는 거 하나만 말해 줄래?" 아이가 설명하면 끝까지 들어 주고, 궁금한 점을 하나만 물어봐 주세요. "그건 왜 그런 거야?" 정도면 충분해요.
중요한 건 평가하지 않는 거예요. 아이의 설명이 틀렸더라도 바로 고쳐 주기보다 "아, 그렇구나. 그럼 이런 경우는 어떻게 돼?" 하고 한 번 더 물어보는 쪽이 좋아요. 아이는 대답하다가 스스로 막히는 지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게 다음 날 수업에서 선생님께 하는 질문이 되기도 해요.
뉴스 한 꼭지로 생각 나누기
일주일에 한 번쯤은 뉴스나 기사 하나를 같이 보고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주제는 무엇이든 괜찮아요. 동네에 새 도로가 생긴다는 소식, 학교 급식 메뉴 변화, 새로운 기술 이야기 같은 것도 좋아요. 아이에게 "너는 이거 찬성이야, 반대야?" 하고 묻고, 이유를 들어 보는 거예요.
이때 부모님이 반대 입장을 살짝 맡아 주시면 아이의 생각이 더 깊어져요. "그래도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아이가 그 반론에 답하려고 애쓰는 과정이 논술형 답안에서 반대 의견을 다루는 연습과 똑같아요. 말다툼이 아니라 생각 놀이라는 분위기만 지켜 주시면 돼요.
대신 써 주는 건 도움이 아니에요
서·논술형 과제나 수행평가가 걱정될 때 아이 글을 직접 고쳐 주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어요.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어 주거나, 더 나은 근거를 대신 넣어 주거나요. 그런데 이건 아이가 연습할 기회를 가져가는 일이 돼요. 시험장에서는 아이 혼자 써야 하니까요.
도와주고 싶다면 읽어 주는 사람이 되어 주세요. 아이가 쓴 글을 읽고 "이 부분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라고 솔직하게 말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아이는 그 말을 듣고 어디가 불분명했는지 스스로 고쳐 보게 돼요. 이게 수정하는 힘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학원을 고민하신다면
물론 논술이나 글쓰기 학원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다만 학원을 고를 때 아이가 직접 쓰고, 첨삭을 받고, 다시 쓰는 과정이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모범 답안을 외우게 하는 방식은 학교 서·논술형 평가에서 효과가 크지 않아요. 학교 시험은 수업에서 다룬 내용을 바탕으로 출제되는 경우가 많아서, 수업을 잘 듣고 정리하는 게 먼저예요.
학교마다 서·논술형 평가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채점 기준을 어떻게 안내하는지는 차이가 있어요. 학기 초 학부모 설명회나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평가 계획을 한번 살펴보시면 아이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감이 잡혀요.
오늘 저녁 식탁에서
오늘 저녁에는 아이에게 질문 하나만 건네 보세요. "오늘 배운 것 중에 제일 이상하거나 신기했던 게 뭐였어?" 대답이 짧아도 괜찮아요. 그 짧은 대답에 "왜?"를 한 번만 더 붙여 주세요. 그 두 번째 대답이 아이의 서·논술형 답안 첫 줄이 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