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특에 적으면 안 되는 것들, 이유까지 알아봐요
"선생님, 제가 이번에 외부 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았는데 세특에 한 줄만 넣어 주실 수 있을까요?" 학기말이 되면 선생님들이 꽤 자주 듣는 부탁이에요. 그리고 거의 언제나 같은 답을 드려야 해요. "그건 쓸 수 없어요." 학생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세특에는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적을 수 없는 것들이 정해져 있어요.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은 해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함께 내는 학생부 작성 기준이에요. 여기에 기재하면 안 되는 내용이 꽤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어요. 이 목록을 미리 알면 학생도, 부모님도 쓸데없는 데 힘을 덜 쓰게 돼요.
학교 밖에서 받은 상과 시험 점수
가장 대표적인 게 교외 수상이에요. 학교 밖 기관이 연 대회에서 받은 상은 세특을 포함해 학생부 어디에도 적을 수 없어요. 교과 관련 올림피아드나 경시대회도 마찬가지예요. 공인어학시험 점수나 한자, 컴퓨터 같은 민간 자격 시험 점수도 적을 수 없고요. 토익 점수를 몇 점 받았다거나 어떤 급수를 땄다는 내용은 학생부에 들어가지 않아요.
이유는 형평성이에요. 학교 밖 대회나 시험은 응시 기회와 준비 여건이 가정 형편에 따라 크게 달라져요. 학생부가 학교 안에서 누구나 같은 조건으로 한 활동을 기록하는 문서여야 공정하게 비교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어요.
논문, 도서 출간, 발명 특허
학생이 논문을 써서 학회지나 학술지에 실었거나, 책을 출간했거나, 발명 특허를 받았다는 내용도 적을 수 없어요. 한때 이런 실적이 입시에 활용되면서 부모님이나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사례가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어요. 그래서 학교 수업 안에서 쓴 보고서라도 그것을 외부에 논문 형태로 발표했다는 사실은 기재할 수 없어요.
헷갈리기 쉬운 점이 있어요. 수업 시간에 탐구 보고서를 쓴 것 자체는 세특에 얼마든지 쓸 수 있어요. 막히는 건 '논문'이라는 이름, 외부 학회 발표, 학술지 게재 같은 학교 밖 실적이에요. 수업 안에서 한 탐구는 탐구로, 그 과정과 생각을 중심으로 기록돼요.
부모님과 가정에 관한 정보
부모님의 직업이나 직장, 사회적 지위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도 쓸 수 없어요. "의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같은 표현은 물론이고, 가족 회사에서 체험을 했다는 식의 내용도 마찬가지예요. 학생부는 학생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는 문서라서, 가정 배경이 평가에 끼어들 여지를 막아 두는 거예요.
같은 맥락에서 특정 대학 이름, 기관 이름, 상호명 같은 고유명사도 조심스럽게 다뤄져요. 어떤 대학 교수의 강연을 들었다거나, 특정 기업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식의 표현은 원칙적으로 적지 않아요. 학생이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어디와 연결되어 있는지가 드러나는 기록은 학생부의 취지와 맞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 부분은 세부 기준이 꽤 촘촘해서, 선생님들도 기재요령을 확인하며 문장을 다듬는 경우가 많아요.
사교육과 학교 밖 활동
학원이나 과외에서 배운 내용, 사설 기관이 운영한 캠프나 체험 프로그램도 세특에 쓸 수 없어요. 학교 밖에서 개인적으로 한 봉사활동이나 동아리 활동도 세특에는 들어가지 않아요. 세특은 그 과목 수업 안에서 선생님이 관찰한 내용을 적는 칸이라서, 선생님이 직접 확인할 수 없는 학교 밖 활동은 애초에 대상이 아니에요.
여기서 많은 학생이 아쉬워해요. 학교 밖에서 열심히 한 일이 기록에 안 남으니까요. 그런데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학교 밖에서 생긴 관심을 수업 안으로 가져와서 질문하고 탐구하면, 그 수업 안의 탐구는 기록될 수 있어요. 출발점은 기록되지 않아도 수업에서 이어 간 생각은 남는 거예요.
규칙은 해마다 조금씩 바뀌어요
기재 금지 항목은 큰 틀은 유지되지만 세부 내용이 해마다 조금씩 손질돼요. 정확한 최신 기준은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지원포털에 올라오는 그해 기재요령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학교마다 학기 초에 학생부 기재 관련 안내를 하기도 하니 그것도 챙겨 두면 좋아요.
다음에 학교 밖에서 뭔가 의미 있는 경험을 했다면, 그걸 세특에 넣어 달라고 부탁하기 전에 이렇게 물어보세요. "이 경험에서 생긴 궁금증을 다음 수업 시간에 어떻게 이어 갈 수 있을까?" 그 질문 하나가 기록될 수 없는 경험을 기록될 수 있는 탐구로 바꿔 줘요.